부동산 토큰화는 어디서 무엇에 가로막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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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n Allison
Ian Allison 2019년 11월28일 18:40
Tokenized Real Estate Falters as Another Hyped Deal Falls Apart
Old and New New York(1910), Alfred Stieglitz 작. 출처=위키미디어커먼스

요약


  • ‘부동산 토큰화’는 기존 부동산 거래에 따르던 각종 불편한 점을 개선해 곧바로 기관투자자의 투자가 늘어나고 부동산 시장의 유동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기대했던 기관투자자의 유입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 테크 스타트업 플루디티(Fludity)와 디지털 자산 브로커이자 딜러인 프로펠러(Prolellr)의 합작 투자는 큰 기대를 모았다 지난여름 슬그머니 자취를 감춘 대표적인 사례다. 두 회사는 현재 모두 메이커다오의 다이(Dai) 토큰을 활용한 다중담보대출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 거대 투자기업 DRW 홀딩스가 토큰을 발행하기로 한 2천만 달러 규모 부동산 토큰도 올해 초 무산됐다. DRW 홀딩스가 우선순위 채권자에게 대출 소유권 이전 허가를 받기 전에 사업 계획을 발표한 것이 화근이었다.

  • 뉴욕 브루클린에 있는 팩터 805라는 이름의 아파트 단지(condos)를 담보로 메이커다오의 스테이블코인 다이(Dai)를 대출한 사업에 대해 증권거래위원회는 오랜 감사 끝에 증권법 위반 소지가 없다고 판단했다.


토큰화(tokenization)가 시장을 구원할 거라고 주장해 온 이들은 피하고 싶겠지만 피할 수 없는 냉정한 현실이 있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모든 종류의 토큰화라기보다 ‘부동산 토큰화’라고 부르는 것이 더 명확할 것 같다.

미국 부동산 시장에 블록체인 기반 토큰을 도입하려는 시도는 올해 초 정점을 찍었다. 부동산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면서, 대학 기숙사, 스키 리조트, 호화로운 맨해튼 아파트를 토큰화해 판매하고 거래하면 부동산 대출 시장의 교과서를 다시 써야 할 것이란 말까지 나왔다.

은행 등 중개 기관을 거치지 않고 블록체인 기반 토큰으로 직접 자금을 받고 대출하는 시스템이 정착되면 2017년을 떠들썩하게 했던 ICO 열풍에 버금갈 또 다른 투자 열풍이 불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여기에 2년 전 난립했던 ICO보다는 좀 더 규제된 방식인 STO(증권토큰발행)이 등장하면서, 증권형 토큰을 발행해 인가받은 투자자에게만 판매하면 오랫동안 부동산을 움직여온 금융 시스템에 새로운 차원의 유동성이 공급될 것처럼 보였다.

이러한 높은 기대 심리를 가장 잘 반영한 사례는 블록체인 업체 플루디티(Fluidity)와 디지털 자산 브로커이자 딜러인 프로펠러(Propellr)가 함께 설립한 합작투자회사(joint venture)였다. 업계에서 너무나 유명한 컨센시스의 조셉 루빈 대표와 갤럭시 디지털의 마이클 노보그라츠도 투자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기대주였다.

당연히 프로젝트는 수많은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그중에는 (‘서한트처럼 팔자’라는 케이블 방송 프로그램으로 잘 알려진) 유명 부동산 중개인 라이언 서한트(Ryan Serhant)가 출연해 토큰화로 새롭게 열릴 부동산 시장의 청사진을 논의하는 내용도 있다. 수조 달러 규모의 부동산 시장에 지각변동이 임박했다는 전망은 상식으로 받아들여졌지만, 현실은 이들이 기대한 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기대에 한참 못 미치던 플루디티와 프로펠러 프로젝트는 올해 초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다. 합작투자회사에 필요한 계약마저 끝내 성사되지 않았고, 두 회사는 각자의 길을 걷기로 했다. 두 회사 모두 프로젝트가 무산된 자세한 이유에 관해 입을 열지 않을 것이다. 다만, 토큰화 시장이 아직 부동산에 적용되기는 너무 이르다는 지적에는 아마 양쪽 모두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플루디티의 공동창업자 샘 타바는 “토큰화 시장은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아 기관투자자의 관심을 끌기에는 역부족이었다”며, 프로펠러와의 제휴는 플루디티가 소주주가 되는 것으로 예정된 합작투자였다고 표현했다.

 

역선택


부동산과 같은 자산을 사적모집(private placement)으로 투자자를 모으거나 합성거래(structured transactions, 옵션과 선물 거래를 합친 거래) 방식으로 거래하는 일은 매우 드물다. 또 그렇게 거래가 이뤄지더라도 가격은 보통 순자산가치보다 낮게 형성된다.

이러한 부동산 시장에서 토큰화는 복잡한 소유권 이전 과정을 쉽게 하고, 거래 시장에 유동성을 활발하게 늘릴 수 있는 방법으로 주목받았다.

증권토큰발행(STO)이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으면서 새로운 투자 상품은 부동산과 같은 실물 자산을 편리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토큰화하는 데 최적의 수단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최소한 서류상으로는 그랬다.

STO는 미국 증권법 규정 D(Regulation D)의 면제를 받기 위해 (공모가 아닌) 사적모집으로 투자자를 모은다. 규정 D는 소규모 업체들이 복잡한 등록 절차를 거치지 않고 소수의 인가받은 투자자에게 주식이나 채권을 판매해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토큰 경제가 힘차게 닻을 올리는 데 필요한 제도와 환경은 다 갖춰진 것 같았다. 이제 이렇게 좋은 기회를 보고 기관투자자들이 지갑을 열 일만 남은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토큰화된 부동산은 지나치게 부풀린 장밋빛 미래를 약속했다. 부동산을 토큰화한다는 개념 자체가 사람들이 허황된 기대 속에 오가던 장황한 말 가운데 생겨났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이 분야 사람들이 주장하는 유동성은 실제로는 시장 접근성에 가깝다.” - 토드 리피아트, 프로펠러 CEO

기관투자자들은 투자 결정을 내리고 그 결정에 맞게 업무 전체를 재정비하기 전에 시장에 유동성이 충분한지 확인하고 싶어 한다. 반면, 투자를 받는 쪽에서는 자신들의 이론이 맞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서둘러 토큰을 발행한 뒤 이를 통해 유동성을 공급받아야 한다. 결국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문제였다.

리피아트는 토큰화에 대한 과장된 선전이 기관투자자의 참여를 끌어내지 못하고 오히려 역선택(adverse selection)을 불러왔다고 말했다. 좀 더 안정적인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운 업체들이 토큰화를 통해 투자를 받으려 하거나, 블록체인 토큰 인프라 구축에 너무 많은 돈을 써버려서 사업성을 꼼꼼히 따지지 못하고 프로젝트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절박한 이들만 투자자로 남았다는 것이다.

“한때 토큰화 방식으로 투자를 받으려는 프로젝트들의 규모가 30억 달러에 달하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꼼꼼히 살펴보기 시작하자 자금을 모으고자 하는 프로젝트의 대부분은 한마디로 ‘수준 미달’이었고, 그나마 관심 있던 투자자들도 전부 다 떠나갔다.” - 토드 리피아트

 

하버의 실수


플루디티와 프로펠러가 합작투자회사를 차리는 데 실패한 것을 너무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다. 부동산 토큰화와 관련해 성공 사례를 찾기가 어려울 만큼 다른 기업들도 비슷한 실수와 뼈저린 실패를 경험했다.

대표적으로 블록체인 스타트업 하버(Harbor)와 시카고에 본사를 둔 DRW홀딩스(DRW Holdings)의 부동산 자회사는, 올해 초 2천만 달러 규모의 학생 기숙사를 토큰화해 판매하려 했다. 그러나 야심 차게 추진하던 계획은 끝내 실패로 돌아갔다. 한 관계자는 코인데스크에 거래가 무산된 이유가 아주 기초적인 실수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두 회사는 해당 부동산 대출 조건으로 명시된 ‘이전 금지 조항(no-transfer clause)’을 간과했다. 미니애폴리스에 본사를 둔 우선순위 채권자인 유에스은행(U.S. Bank)은 이를 근거로 소유권을 토큰화해 거래하는 데 반대했기 때문이다.

하버의 대변인은 “은행이 대출 소유권 이전을 승인하지 않은 것은 맞다”고 확인해주었지만, “그것과 토큰화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도 덧붙였다. 하버는 거래가 불발된 이후 크라우드펀딩에서 물러나 순수하게 블록체인 기술만 제공하기로 했다.

거래가 성사되었다면 토큰을 발행했을 DRW와 대출기관인 유에스은행은 이에 관한 취재 요청에 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4월 유에스은행 대변인 에반 라피스카는 코인데스크에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컬럼비아의 심장부에 위치한 해당 부동산에 더 이상 아무런 흥미도 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

아주 비판적으로 본다면 토큰화는, 기본적인 블록체인 기술에 급조한 모금 책자를 결합해 무턱대고 시장에 뛰어드는, 대단한 전략과는 거리가 먼 행태로 볼 수도 있다. 부동산 시장이 아무리 복잡하고 비효율적이라고 해도 오랫동안 쌓인 거래 환경과 구조가 있는데, 이렇게 미성숙한 전략이 받아들여지리라 믿었던 것 자체가 순진했는지도 모른다.

 

오케이부머


플루디티의 공동창업자 샘 타바는 플루디티가 아파트 토큰화에 대한 관심을 접고, 실제 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이는 다른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플루디티는 그동안 토큰화 자산 포트폴리오(Tokenized Asset Portfolio)에 집중해왔다. 바로 메이커다오(MakerDAO)의 다중담보 스테이블토큰인 다이(DAI) 시스템을 활용해 미국 국채를 담보로 탈중앙화된 대출을 받는 금융상품 모델이다. 플루디티의 이 새로운 금융상품은 다음 달에 출시될 예정이다. 타바는 부동산 시장이 딱딱하게 굳어버린 이유로 세대 정체(generational impasse)를 꼽았다.

“아직 현직에 있는 베이비붐 세대는 자기가 살아온 기존의 체제가 급격하게 변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이들은 변하지 않는 기존 시스템에서 가치를 뽑아낼 수 있을 만큼 뽑아내고 은퇴한 다음 행복한 노후를 보내고 싶어 한다.” - 샘 타바

프로펠러의 리피아트와 플루디티의 또 다른 공동창업자 마이클 오베드는 두 회사가 협업하던 시절 사적모집에 따르는 문제를 토큰화로 어떻게 해결하고자 하는지를 백서에 풀어냈다. 백서 제목은 “두 토큰 이야기(Two Token Waterfall)”였다.

백서에 따르면 두 회사는 부동산 등 기반 자산을 표시하는 증권을 두 가지 토큰으로 표시한다. 자산에 대한 지분을 나타내는 토큰이 하나 있고, 여기에 해당 자산에 따르는 채무를 별도로 표시한 토큰이 따로 하나 더 있다. 증권의 정확한 가치를 계산해내기 위해 아예 토큰을 따로 만든 것이다. 리피아트의 설명을 빌리면 이렇다.

“부동산을 그냥 토큰화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부동산을 살 때 그 부동산에 딸린 채무가 있다면 그 채무도 같이 떠안는 것 아닌가? 그러니까 부동산의 가치에서 채무를 빼야 하고, 반대로 그 부동산(의 지분)을 소유해서 받을 수 있는 현금 이익이 있다면 이를 더해야 한다. 앞으로 내야 하는 주택담보대출 상환금 같은 건 부동산 거래에서 당연히 따져봐야 할 항목인데, 이를 좀 더 정확히, 효과적으로 계산할 수 있도록 아예 토큰의 용도를 나눈 것이다.”

프로펠러와 플루디티의 선견지명은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부동산 토큰화 거래에 대해 감사를 진행했을 때 결정적인 도움이 되었다. (처음부터 관련 규제를 어기지 않도록 스마트계약에 꼼꼼히 관련 사항을 포함해 대비한 것도 물론 중요했다.)

리피아트는 브루클린에 있는 팩터 805라는 아파트 단지를 담보로 메이커다오의 스테이블코인 다이(Dai)를 대출받았던 사례를 들었다. 팩터 805는 다이(DAI)의 담보로 활용된 첫 번째 실물 부동산이었다. 법정화폐와 함께 다이를 대출받고, 이자도 다이로 낼 수 있었는데, 당연히 전에 없던 새로운 금융 상품에 SEC가 규제 위반 소지는 없는지 조사를 나왔다. SEC 직원들은 위원회의 인가를 받은 브로커딜러를 겸하고 있는 프로펠러 직원들에게 다이(DAI) 부동산 담보 대출에 관해 몇 시간 동안 많은 것을 물었다.

“8월 중순에 한 번 더 SEC 관계자들과 만나서 거래에 관한 자세한 내역을 보고했다. 이야기하던 중에 SEC 사람들이 ‘이 거래를 중개하는 데 별도의 규정을 적용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부동산을 담보로 다이를 대출받는 거래를 승인한 것이다. 우리가 한 일이 어쨌든 새로운 환경에 맞춰 규제를 가다듬는 데도 도움이 된 것 같아 뿌듯했다.” - 토드 리피아트

 

“결국에는 잘 될 것”


프로펠러는 메이커다오와 다중담보대출 다이를 활용하는 사업을 구상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최근에는 리피아트가 “오랫동안 찾던 환상의 파트너”라고 칭찬한 베를린의 블록체인 기업 센트리퓨지(Centrifuge)와 함께 모기지 토큰화 상품을 구상하고 있다.
“이제 1막이 끝났다고 생각한다. 2막은 무엇보다 더 나은 프로토콜 위에서 펼쳐질 것이다. 지금까지 제대로 다루지 못했지만, 특히 모기지 시장에 참여하는 많은 이들이 우려하는 프라이버시 문제도 본격적으로 풀어내기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당연히 2막에서 끝날 것이 아닌 장막극이 될 텐데, 비극으로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 토드 리피아트

여전히 시큐리타이즈(Securitize), 애셋블록(AssetBlock), 푼다먼트(Fundament), 스마트랜드(Smartlands), 비츠오브프로퍼티(Bits of Property) 등의 회사들은 흥미로운 부동산 토큰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초기에는 크라우드펀딩 모델에 집중하던 블록체인 기업 하버(Harbor)는 최근에 펀드 운용사 아이캡(iCap Equity)와 함께 1억 달러 규모의 부동산 토큰화 펀드를 출범하는 데 참여했다.

“계속해서 새로운 것이 만들어지고 있다. 우리 고객 중에는 토큰화한 증권이나 토큰화한 부동산을 거래하는 고객들이 있다. 누군가 모두가 다 떠나서 토큰화 시장 자체가 사라진 거 아니냐고 묻는다면, 단연 그렇지 않다고 답할 수 있다.” - 존 스타인, 하버 CEO

물론 스타인도 사람들이 처음에 그리던 장밋빛 청사진에 비하면 실망스러운 점이 많았다는 점을 인정한다. 그렇더라도 스타인이 보기에 지금 상황은 전혀 나쁘지 않다. 보통 기술이 도입돼 자리를 잡을 때 으레 겪는 성장통을 겪고 있을 뿐이다.
“사람들이 정확한 의미도 모르는 채 토큰에 열광하던 때가 있었다. 이제는 거품이 꺼지고 열기도 식었지만, 실망해 떠나간 사람들만 볼 게 아니라, 실제 기술의 가능성에 투자한 투자자들을 보고 미래를 그려야 한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 Translated by NewsPepperm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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