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석 법무법인 세움 대표 변호사. 정호석 변호사는 대한변호사협회에서 IT·블록체인 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사진=itbc
정호석 법무법인 세움 대표 변호사. 출처=itbc

 

ICO(암호화폐 공개)를 진행했거나 계획중인 프로젝트들이 저지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범죄로 △횡령죄 및 배임죄 △외국환거래법 위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이 꼽혔다. 비록 ICO가 주춤하긴 했지만, 돈을 둘러싼 다툼은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정호석 법무법인 세움 대표변호사는 4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타워에서 열린 디지털 자산 포럼 2020에서, 암호화폐 관련 규제가 거의 부재하다시피 한 한국의 특성 때문에 발생하는 부작용이 크다고 강조헀다. ICO를 통한 자금조달과 스타트업 투자를 비롯한 전통 자금 조달 방식의 차이에서 비롯한 문제들도 있지만, 암호화폐 제도권 편입이 이뤄지지 않아 국내 투자자들이 다른 지역 투자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위험을 부담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정 변호사는 “한국은 정부의 ICO 금지 방침 때문인지 개발을 비롯한 사업을 진행하는 국내 법인과 ICO를 진행하는 해외 법인을 별도로 둔 경우가 많다”면서, “제도권 안으로 들여왔다면 문제가 없었을 것을 금지함으로써 오히려 위험을 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암호화폐 프로젝트들이 토큰 발행 및 판매를 위해 해외에 세운 기업이 실제로는 ‘페이퍼 컴퍼니’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의도치 않은 범법행위를 저지를 수 있는 위험이 큰 부분이다.

“토큰 발행을 위한 회사를 싱가포르나 홍콩, 에스토니아 등에 설립한다. 그런데 해외 법인엔 실질적으로 아무 직원도 없고, 개발자도 모두 한국에 있고, 실제 운영도 모두 한국 법인에서 한다. 그러다 보니 ‘거긴(해외 법인) 어차피 껍데기’라는 위험한 사고를 하게 된다. 이에 따라 법률적으로는 엄연히 해외 법인 소유인 돈을, 대표 개인 혹은 한국 법인 소유의 돈으로 여겨 자금을 혼용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프로젝트 대표가 ICO 자금으로 가족에게 용돈을 준 일도 있다.”

정 변호사는 이밖에도

  • 해외 법인을 통해 모은 ICO 자금으로 한국 법인이 과거에 빌린 돈을 갚은 일

  • 한국 법인에 ICO 자금 일부를 용역비 명목으로 지급할 때 용역 대가를 과도하게 책정한 일

  • 암호화폐 거래소를 통한 차익거래 행위


등을 횡령죄 또는 배임죄 성립 가능성이 있는 대표적 사례로 소개했다.

외국환거래법을 위반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도 크다. 현금이 아닌 암호화폐로 직원에게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외국환거래법에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 암호화폐의 지위에 대한 규정이 없어, 외국환 거래를 처리하는 은행에서 암호화폐 관련 신고를 받아주지 않는다. 이에 현금으로 줬다면 당연히 세금 신고를 했을 일을 드러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뒤에서 암암리에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 탈법 위험성을 피하기 위해 해외에 별도의 법인을 세웠다가 오히려 더 큰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생긴 셈이다."

정 변호사는 다만, 해외 프로젝트에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을 건네 암호화폐를 사는 행위는 현재로서는 외국환 거래법 위반 소지가 없다고 덧붙였다. 지급수단을 우회해 한국과 외국간에 거래가 이뤄지는 경우엔 각종 신고 의무를 부담해야 하지만, 암호화폐는 지급수단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례가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정 변호사는 암호화폐 프로젝트들이 사기죄에 해당하는 행위를 저지르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변호사는 “백서를 멋있게 쓰고 싶어서 무리했다가 결과적으로 사업이 잘 안돼 투자자들로부터 형사 고발을 당하면, 의도치 않게 사기죄로 처벌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물론, 의도가 뻔한 경우도 있다.


  • 파트타임 직원을 풀타임 직원 수에 포함해 부풀린 경우

  • 프로젝트와 무관한 유명인을 어드바이저 목록에 포함하는 경우

  • 대표 등 임원의 경력을 허위로 기재한 경우

  • 유명 공유오피스 입주 사실을 파트너십 체결이라 홍보하는 경우


"지금껏 모집 자금을 오로지 운영비에만 쓰거나, (회사 몫의) 토큰을 하나도 팔지 않은 프로젝트도 있다. 반면, 나에게 자문을 해 달라며 찾아와 놓고, 개발자가 없다고 말하는 프로젝트도 있었다. 이런 프로젝트들이 발생하면서 앞서 말한 문제점이 계속 드러나게 되고, 그로 인해 암호화폐 산업에 종사하는 게 죄짓는 일처럼 돼 버리기도 했다. 앞으로 제도화가 이뤄져, 뭐는 되고 뭐는 안 되는지 철저히 구분이 이뤄지길 바란다. 그렇게 된다면 한국 뿐 아니라 전세계 프로젝트가 글로벌 단위로 자금을 조달하고, 전세계를 더 부유하게 만드는 데에 ICO라는 새로운 자금 조달 방식이 도움을 줄 것이다."

한편, 3~4일 이틀에 걸쳐 열린 이번 행사엔 정 변호사 외에도, 넥스트 머니 저자 이용재씨, 임동민 교보증권 이코노미스트, 비트코인 제국주의 저자 한중섭씨, 한대훈 SK증권 애널리스트, 차두휘 미래에셋대우 장외 파생상품 전문가, 한서희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 김윤호 바이블록 CEO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모두 신간 넥스트 파이낸스 : 디지털 자산의 시대 공동 저자들이다.

출처=스리체어스 제공
정인선 한겨레신문 정인선 기자입니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3년여간 코인데스크 코리아에서 블록체인, 가상자산, NFT를 취재했습니다. 일하지 않는 날엔 달리기와 요가를 합니다. 소량의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 클레이(KLAY), 솔라나(SOL), 샌드(SAND), 페이코인(PCI)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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