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모델과 새로운 툴 결합…특금법 개정 대비하는 블록체인 기업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병철
김병철 2019년 12월16일 08:00
암호화폐를 자금세탁방지(AML) 대상에 추가하는 특금법 개정안이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하면서, 블록체인 업계는 법 개정을 대비한 준비로 분주하다.

법무법인 세종과 다우존스는 지난 11일 '자금세탁방지(AML/CFT) 규제 변화' 세미나를 열었다. 참가자 100여명에는 금융기관 직원들도 상당수 있었지만, 절반 정도는 암호화폐 기업의 자금세탁방지 담당자였다.

세미나에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이 개정되면 규제대상이 될 것이 확실한 암호화폐 거래소(코빗)뿐만 아니라, 블록체인 개발사(아이콘루프·키인사이드), 퀀트 트레이딩사(하이퍼리즘)도 참여했다. 이들은 "특금법이 개정되면 가상자산 사업자 범위 안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어서 참가했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세종과 다우존스는 지난 11일 서울 종로 세종 사무실에서 '자금세탁방지(AML/CFT) 규제 변화' 세미나를 열었다. 출처=김병철/코인데스크코리아

거래소, AML 통합 솔루션 도입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자금세탁방지 통합 솔루션을 도입하는 등 가장 적극적인 모습이다. 업비트는 지난주 KPMG의 컨설팅을 마쳤고, 곧 자금세탁방지 시스템 구축에 들어간다. 업비트는 현재 지티원과 자금세탁방지 통합 솔루션 도입을 위한 논의 중이며, 연내 계약을 하고 내년 1월부터 시스템 구축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지티원은 신한은행, 산업은행 등 금융기관에 자금세탁방지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코인원은 지난 8월부터 에이블컨설팅의 컨설팅을 받고 있다. 강명구 코인원 부대표는 "특금법이 언제 개정될지 모르지만, 내년 7월 전을 목표로 대비하고 있다. 조직과 내부통제 체계도 바꾸고 각종 위험기반접근법(RBA) 솔루션도 도입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빗썸, 한빗코, 후오비 코리아, 오케이엑스 코리아는 옥타솔루션의 '크립토 AML 프리즘' 도입을 위해 일종의 공동구매를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참여하는 거래소들은 함께 도입하면서 계약비용을 줄일 수 있고, 옥타솔루션도 암호화폐 거래소용 솔루션을 새로 구축해야 하는 상황에서 계약처를 늘릴 수 있는 윈윈 전략이다.

코빗은 여러 자금세탁방지 업체들을 만나며 어떤 솔루션이 적합할지를 알아보는 중이다. 다만 솔루션 구축에 수억원 규모의 비용이 들어가다보니, 도입 결정은 특금법 개정 이후로 미룬 것으로 전해진다.

한빗코는 지난 10월 NH증권·유진투자선물 출신의 최호창 전무를 준법감시인으로 영입했다. 금융사지배구조법에 따라 금융기관은 내부통제 업무를 총괄하는 준법감시인을 1명 이상 둬야 한다. 암호화폐 거래소는 금융기관에 속하지는 않지만, 한빗코는 자금세탁방지를 위해 이 직책을 신설했다.

자금세탁방지(AML/CFT) 솔루션 개념도. 출처=지티원 홈페이지 캡처

자금세탁방지 통합 솔루션이란?


자금세탁방지 통합 솔루션은 범죄자금이 세탁되는 것을 막기 위한 종합적인 시스템이다. 지금까지 암호화폐 업계에서 도입한 건 요주의 인물 목록인 다우존스 워치리스트와 거래내역 모니터링 툴인 체이널리시스 정도다. 이 정도도 소수 거래소만 도입했을 뿐이었던데다, 한두개 툴을 사용한다고 자금세탁방지가 온전하게 이루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 대형 거래소의 자금세탁방지 담당자는 "고객의 위험도나 거래 위험도를 평가하고, 의심거래를 추출해서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바로 보고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팩티바·워치리스트는 데이터베이스(DB)에 가깝고, 체이널리시스는 자금세탁방지를 위한 도구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상자산 사업자(VASP)가 필요한 기능은 크게 고객신원확인(KYC), 혐의거래 탐지 및 보고, 워치리스트 필터링, 거래내역 모니터링 등이다. 옥타솔루션은 금융기관을 위한 솔루션 'AML 프리즘'에 웁살라시큐리티의 서비스를 추가해 '크립토 AML 프리즘'을 만들었다. 양근우(영어이름 Brian Yang) 웁살라시큐리티 부사장은 "블록체인상 암호화폐 전송내역 추적(CATV)과 암호화폐 지갑 위험도 평가(CARA)를 더한 패키지 솔루션"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특금법이 개정되면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가상자산 사업자로 FIU에 신고해야 한다. 거래소들이 자금세탁방지 시스템을 충분히 구축하지 않으면, 은행은 거래소와 '실명확인 입출금서비스(실명가상계좌)' 계약을 맺지 않고, FIU는 이를 이유로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를 거부할 수 있다.

법무법인 세종의 조정희 변호사는 "특금법 시행령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 기존 금융기관의 자금세탁방지 모델을 가져와서 준비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금세탁방지 의무는 합격과 불합격 개념이 아니라, 자기가 할 수 있는 범주 내에서 얼마나 최선을 다하느냐"라며 "여러 솔루션을 도입해서 어떻게 회사 시스템에 녹여넣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제보,보도자료 contact@coindesk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