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거품과 부동산 거품
[편집장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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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재
유신재 2019년 12월20일 14:42

 

2년 전 이맘때 비트코인 값이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개당 2천만원을 훌쩍 넘겼다. 3개월 만에 5배쯤 폭등했다. 광풍이라고 볼 수밖에 없었다. 깜짝 놀란 한국 정부는 완력을 쓰기로 했다. 박상기 당시 법무부 장관이 총대를 멨다. 도박 운운하며 암호화폐 거래소 폐쇄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모두가 알다시피 이후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값은 폭락했다.

비트코인 거품을 걱정한 것은 한국 정부만은 아니었다. 미국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접근 방식은 매우 달랐다. 일찍이 금융기관들에 ‘암호화폐 접근 금지령’을 내린 한국 정부와 달리 미국은 2017년 12월 시카고상업거래소(CME)와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비트코인 선물 상품 출시를 승인했다. 기존에는 투자자들이 비트코인 가격 상승에만 베팅할 수 있었다. 비트코인 선물 상품 출시로 비트코인 가격에 거품이 꼈다고 보는 투자자들이 가격 하락에 베팅할 수 있는 길을 연 것이다.

지난 4월 5년간의 임기를 마친 크리스토퍼 장칼로 전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위원장은 “2017년 12월의 급격한 비트코인 가격 상승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첫 번째 중대한 시장 거품 현상”이었다며 “당시 상품선물거래위원회와 재무부, 증권거래위원회(SEC), 국가경제위원회(NEC) 등은 비트코인 선물을 출시하는 것이 시장의 거품을 잠재울 수 있는 친시장 수단이라고 판단했다”고 회고했다. 최근 만난 시카고상업거래소 그룹 관계자도 “당초 시카고상업거래소는 비트코인 선물에 별 관심이 없었다. 비트코인 시장 규모가 워낙 작기 때문에 나중에 충분히 시장이 커진 이후에 진출해도 늦지 않다는 태도였다. 하지만 규제 당국이 적극적으로 제안을 해서 선물을 출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2018년 1월부터 이어진 비트코인 가격 폭락에 한국 정부의 완력과 미국 정부의 비트코인 선물상품 승인 중 어떤 것이 더 큰 영향을 끼쳤는지 판단할 방법은 없다. 하지만 거품이 꺼진 이후 한국과 미국의 암호화폐 산업의 풍경은 완전히 다르다. 한국의 암호화폐 기업들은 여전한 규제 압박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구조조정으로 최소 수백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미국에서는 대형 금융기관들이 암호화폐 관련 사업에 진출하며 새로운 상품과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있다.

2019년 말 한국 정부는 부동산 거품을 잡겠다고 팔을 걷어붙였다. 대출, 세제, 분양가 규제 등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완력을 다 쓰겠다고 나섰다.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선 회의적인 반응이 많아 보인다. 서울시 조사 결과, 서울 시민의 61.1%가 내년에도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한다. 완력이 통하지 않으면 머리를 써야 한다.

 

*이 칼럼은 <한겨레신문> 12월19일자와 인터넷한겨레에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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