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칼럼] 암호화폐 전문매체 회계 담당자의 고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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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선
정인선 2020년 1월21일 08:00
출처=게티이미지뱅크

“다시는 암호화폐같은 거 받지 마세요.”

1년 반 넘게 코인데스크코리아의 살림을 도맡았던 회계담당자가 최근 퇴사하면서 남긴 말입니다.

  사연은 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지난해 2월 코인데스크코리아는 ‘투명하고 신뢰받는 ICO로 가는 길’이라는 제목으로 세미나를 공동주최했습니다. ICO로 자금을 모은 프로젝트들이 회계 처리를 투명하게 하지 않는다면 투자자와 거래소, 산업 전반에 큰 위험을 가져다줄 수 있다는 문제의식 아래, ICO 관련 법적 가이드라인과 암호화 자산 회계 및 세무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고자 했습니다.

  ‘노쇼’ 방지를 위해 유료 티켓을 구매한 분들만 모셨습니다. 티켓을 팔 때는 암호화폐 전문 매체답게(!) 암호화폐 이더리움(ETH)도 결제 수단에 포함시켰습니다. 업계의 실무자들이 관심을 가질법한 주제를 잘 골라 다룬 덕에 행사는 성황리에 치렀다고 자평합니다.

  그러나 정작 우리 회사 실무자가 난색을 표했습니다. 정산이 곤란하다는 겁니다. 암호화폐 대금은 회계 처리 기준이 불명확했습니다. 외부 회계법인에 SOS를 쳤지만 그들도 난색을 표하긴 마찬가지였습니다. 어쩌지 못해 고심하는 사이 개당 20만원 수준이었던 이더리움 가격이 30만원까지 올랐습니다. 난감한 상황이었습니다. 암호화폐 가격이란 게 언제 또 떨어질지 모르는데다, 거꾸로 가격이 너무 올라도 회사가 의도치 않게 시세 차익을 노린 꼴이 되기 때문입니다.

  고심 끝에 코인데스크코리아는 국내 한 암호화폐 거래소에 법인 명의 계좌를 개설했습니다. 티켓 판매 대금으로 받은 암호화폐를 모두 해당 거래소 계좌로 보낸 뒤, 현금화를 하면서 현금영수증을 발급했고, 해당 금액은 매출로 분류해 회계 처리를 했습니다. 상황은 일단락됐고, 다들 큰 교훈을 얻었습니다. 암호화폐 회계 처리 방법을 주제로 한 세미나 참가비로 받은 암호화폐 때문에 진땀을 빼는 아이러니라니. 아직 자산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암호화폐의 현주소를 십분 실감했습니다.

  코인데스크코리아는 이후 개최한 세미나들에선 암호화폐 티켓 구입 옵션을 없앴습니다. 매번 이벤트 홍보 대행 업체를 통하면서 회계 처리는 간편해졌지만, 온라인 결제 수수료를 지불해야 했습니다. 현장 판매를 위해 카드단말기도 빌렸더니, 해당 대여료도 추가로 냈습니다. 모두 암호화폐 결제가 가능했다면 굳이 지출할 필요가 없는 비용이었습니다. 하루빨리 암호화폐 회계 처리 방안 같은 제도가 마련됐으면 좋겠습니다. 그날이 오면, 제3자에게 들이는 비용을 최소화 할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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