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법원이 비트파이넥스(Bitfinex)에 랜섬웨어 결제에 사용된 것으로 확인된 86만 달러어치 비트코인을 동결하라고 명령했다. 이는 비트파이넥스와 블록체인 거래 데이터를 추적하고 분석하는 업체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가 랜섬웨어 관련 자금으로 파악하고 추적해온 자금이다.

지난주 뉴머니리뷰가 공개한 영국 고등법원(잉글랜드와 웨일스 관할 상업재판소) 판결문에 따르면, 랜섬웨어 공격의 피해자는 한 보험사를 통해 가해자 측에 거액의 비트코인을 지불했다. 일부는 이미 법정화폐로 전환됐고, 나머지는 비트파이넥스 계좌로 전송된 것으로 확인됐다. 법원은 비트파이넥스에 해당 계좌를 동결하고 계좌주에 대한 고객신원확인(KYC, know-your-customers) 정보를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판결문을 보면, 익명의 피해 업체는 사내 컴퓨터가 랜섬웨어에 공격당한 뒤 120만 달러어치 비트코인을 내라고 요구받았다. 이후 해당 업체의 보험회사가 (당시 가격으로) 95만 달러어치에 해당하는 비트코인 109.25개를 가해자 측에 지불했다. 지불된 비트코인 중 일부는 이미 법정화폐로 전환돼 추적이 어렵지만, 88%에 해당하는 비트코인 96개(현재 약 10억 6천만 원어치)는 비트파이넥스 계좌로 전송됐다.

법원은 체이널리시스가 결제 대금 추적에 협조한 사실을 인정했다. 뉴머니리뷰는 이번 판결이 “영국 고등법원이 비트코인을 재산으로 인정한 첫 사례”라고 평가했다.

“사이버 보안 분야의 최대 보험회사가 랜섬웨어 결제 과정을 조사하고 해당 자금이 비트파이넥스 같은 암호화폐 거래소로 흘러간 정황을 추적하는 데 체이널리시스 소프트웨어를 사용했다는 것이 우리에게 큰 의미가 있다. 해당 보험사는 상당량의 결제 대금이 비트파이넥스 계좌로 전송된 사실을 확인하고 이 자금에 대한 동결을 청구해, 법원의 판결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냈다.” - 마디 케네디, 체이널리시스 커뮤니케이션 디렉터

한편, 비트파이넥스와 모회사 아이파이넥스(iFinex)는 이번 소송에서 모두 피고(각각 D4, D3)로 등재됐다. 두 업체는 진술서에서 “우리는 소송 청구인 보험회사가 비트코인 결제 대금을 추적하는 데 적극적으로 협조했으며, 범죄에 연루된 사실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비트파이넥스는 이번 사건 같은 범죄가 일어날 경우 사법당국을 도와 소송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탄탄한 협조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비트파이넥스는 사건 핵심이 아니며, 오히려 전혀 무관하다.” - 비트파이넥스 및 아이파이넥스 진술서 중

비트파이넥스 측 대변인은 법원이 명령한 KYC 정보를 제출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판결문에 따르면 비트파이넥스가 법원의 명령을 따르는 한 해당 정보를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

“피고 D4(비트파이넥스)와 D3(아이파이넥스)은 다음 관점에서 소송 청구인에 협조했다고 볼 수 있다. 법원의 명령이 없이는 계좌주와 관련된 각종 정보 제공 명령을 이행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사법 관할권 내에서 법원의 명령은 준수해야 한다.” - 판결문 내용

재판부가 비트파이넥스에 명령한 제출 시한은 지난 1월 18일이었다. 공개된 법원 데이터베이스에는 추가로 제출된 관련 자료는 조회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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