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CBDC 발행할 필요 없지만 연구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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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철 기자
김병철 기자 2020년 2월5일 20:00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출처=백소아/한겨레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출처=백소아/한겨레

세계 많은 중앙은행들이 디지털화폐(CBDC) 발행 연구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행도 최근 전담 연구조직을 신설하면서 빠른 대응을 선언했다. 그러면서도 한국에서 CBDC를 발행할 필요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국은행은 5일 자료를 내어, "우리나라는 (신용카드 등) 전자적 수단의 지급결제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어 지급결제 수요면에서 CBDC 발행 유인이 크지 않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Central Bank Digital Currency)는 주로 블록체인(분산원장) 기술을 활용한 화폐를 뜻한다.

다수의 중앙은행은 일찍이 몇해 전부터 CBDC 연구에 발을 담갔지만, 페이스북이 2019년 6월 리브라 백서를 발표하면서 일각에서 속도를 내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지난 1월 국제결제은행(BIS)이 발표한 설문결과에 따르면, 2019년 66개국 중앙은행 중 80% 이상이 CBDC 관련 업무를 수행 중이라고 답했다. 2018년 70%에 비해 약 10% 늘어난 수치다. 

그러나 한국 외에도 많은 나라들에서 정부 및 중앙은행이 CBDC에 부정적 입장을 밝히고 있다. 미국, 영국, 일본 등 이미 효율적인 지급결제시스템을 보유한 국가들이 대표적이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CBDC 발행을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고,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도 "현재 일본에서 CBDC를 발행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이들 국가의 입장을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소액결제용 CBDC가 필요하지 않다는 견해가 엿보인다. CBDC는 이용주체에 따라 거액(Wholesale)결제용과 소액(Retail)결제용으로 구분한다. 분산원장기술을 활용해 금융기관간 결제를 보다 효율화하려는 캐나다, 싱가포르 등은 거액결제용 CBDC를 중심으로 연구하고 있다. 반면, 금융 포용성을 높이고, 현금없는 사회에 대응하려는 중국, 스웨덴 등은 대중을 위한 소액결제용 CBDC를 주로 연구하고 있다.

하지만 소액결제용 CBDC를 도입했다가 실패한 나라도 있다. 남미의 에콰도르 정부는 2014년 12월 빈곤층의 경제활동 촉진과 연간 300만 달러에 이르는 지폐 교환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중앙은행 전자화폐 시스템을 도입했다. 에콰도르 국민들은 중앙은행 계좌를 개설하고, 전자화폐를 충전한 후 휴대전화를 통해 공과금 납부, 은행 입출금, 기타 소매결제 등에 활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정부와 중앙은행에 대한 신뢰 부족으로 2018년 4월 결국 사업을 중단했다. 정부가 CBDC의 가치를 보장하지 않았고, 상환을 위해 별도의 자산을 보유한다는 의무 규정이 없었기 때문이다.

2020년 1월 기준 주요국 CBDC 대응 현황. 출처=한국은행 제공
2020년 1월 기준 주요국 CBDC 대응 현황. 출처=한국은행 제공

 

한은 "앞날 어찌될지 모르니 연구는 한다"

CBDC의 필요성에 대한 회의적 입장에도 불구하고, 한국은행은 분산원장기술을 적용하는 테스트를 꾸준히 실시해 왔다. 2017년엔 은행간 자금이체 모의테스트, 2018년엔 소액결제 모의테스트를 했고, 현재는 증권대금 동시결제 모의테스트를 진행중이다. 또한 앞서 암호자산CBDC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홍경식 한국은행 금융결제국장은 "각국마다 상황이 달라서 CBDC에 대한 입장도 다르다. 한국처럼 결제 신속성이 높으면서 신용카드 결제 인프라가 정착한 나라는 별로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술 발전, 국제 논의가 빠르게 진행 중이고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니 기술연구까지는 항시라도 팔로우업을 하겠다"고 말했다. 대외 여건이 앞으로 바뀌어 CBDC가 필요해질 가능성에도 대비하겠다는 뜻이다.

실제 한국은행은 지난 4일 CBDC 전담조직인 디지털화폐연구팀을 만들었다. 기존 디지털혁신연구반이 수행하던 연구과제 중 CBDC만 따로 담당하며, 규모도 기존 4~5명에서 9명으로 늘렸다. 

특히 디지털화폐연구팀 아래에는 기술반을 구성했다. 홍경식 국장은 "기존엔 이론연구 위주였다면, (신설팀에서는) IT 전공자들이 합류해 구체적으로 기술연구까지 한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급변하는 CBDC 이슈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이론, 기술적 역량을 축적하기 위해 전담조직을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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