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엘 브레이나드 연준 이사. 출처=셔터스톡
라엘 브레이나드 연준 이사. 출처=셔터스톡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의 라엘 브레이나드(Lael Brainard) 이사가 “디지털화폐 발행이 리브라 같은 민간 기업이 발행하는 화폐에 효과적인 대항마가 될 수 있을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브레이나드 이사는 지난 5일 스탠포드 경영대학원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해 “분산원장 기술의 잠재력 및 이 기술이 CBDC(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 등 디지털 화폐에 사용될 가능성에 관해 다양한 연구와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며, “디지털화는 결제 수단을 완전히 변화시킴으로써 지금보다 낮은 비용으로 높은 가치와 편리함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미국 달러가 기축통화로서 지금의 영향력을 유지하려면 디지털화폐와 관련된 다양한 연구와 정책 개발에 앞장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브레이나드 이사는 그러나 “분산원장 기술을 이용한 결제 수단의 안전성과 운영비 감소 여부는 물론 기존의 금융 시스템에 새로운 위험을 초래하지는 않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간 기업과의 협력 부분에 대해서는 “당국은 새로운 보호 정책이 필요하지는 않은지, 기존 규제를 수정하거나 보완할 필요는 없는지, CBDC의 실익은 무엇인지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준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디지털화폐의 발행 가능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브레이나드 이사도 지난 2018년 5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암호화폐 콘퍼런스에서는 “연준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의 필요성을 전혀 못 느끼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페이스북의 리브라 등 민간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 출시가 가시화되면서 연준의 태도도 급격히 달라졌다. 브레이나드 이사는 이날 연설에서 “지난 여름 페이스북이 리브라 출시 계획을 발표하면서 앞으로 과연 어떤 형태의 화폐가 출현할 것인지, 누가 발행할 것인지, 결제 절차는 어떻게 기록되고 진행될 것인지에 관한 논의는 더 미룰 수 없는 일이 됐다”며, “새롭게 등장한 화폐 발행 주체는 기존 금융 시스템의 규제 테두리에서 벗어나 있어 불법 거래, 개인정보 침해, 금융 안정성 및 통화정책 전달 등에 상당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전 세계 중앙은행은 디지털화폐 발행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은 이미 디지털 위안화의 개발을 거의 완료하고 출시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지난달 국제결제은행(BiS)이 전 세계 중앙은행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의 10% 넘는 중앙은행이 “앞으로 3년 내에 디지털화폐를 발행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지난주에는 캄보디아 중앙은행이 “이번 회계 분기 내에 자체 디지털화폐를 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영국과 일본 중앙은행, 유럽중앙은행 등 전 세계 6개 중앙은행이 CBDC 관련 연구 및 협업을 위해 지난달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첫 번째 회의는 오는 4월 열릴 예정이다. 연준은 컨소시엄에 참여하진 않았지만, 브레이나드 이사는 “연준은 이미 여러 중앙은행과 손잡고 CBDC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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