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금법과 세금에 작은 거래소들이 망한다? 정말일까?
거래소 수수료 수입 일 350만원 미만 많아
인건비 기준 9.8명으로 거래소 돌려야
프로젝트 씨가 말라 '상장비' 수입도 어려워
ISMS 및 세금 원천징수 시스템 구축 '언감생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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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 기자
김동환 기자 2020년 2월17일 12:00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암호화폐 업계는 세금 문제로 뒤숭숭하다. 지난달 20일 정부가 내년부터 국내 거주자들에게 암호화폐 소득세를 걷을 것이란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부터다. 한국조세정책학회와 한국블록체인협회 등 관계 단체들은 각각 지난 31일과 이달 4일 관련 세미나를 잇따라 열었다. 오는 21일에는 블록체인법학회와 코인데스크코리아 공동주최의 '공정하고 혁신적인 암호화폐 세제 마련을 위한 세미나'가 바통을 이어받아 한층 심도있는 토론을 펼칠 계획이다. 첫 보도 뒤 불과 한 달 사이에 3차례의 관련 세미나가 열리는 등 업계의 대응 방안이 숨가쁘게 논의되는 모양새다.

조세 전문가들은 암호화폐 거래 차익에 대해 양도소득세로 과세하는 것이 가장 타당한 방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현실을 감안해 초기에는 주식처럼 0.1% 정도의 거래세를 걷고, 과세 기반이 마련되면 양도소득세로 넘어가자는 제안도 나온다. 정부 행정편의를 위해 기타소득 과세를 강행할 가능성도 있다.

어떤 방향으로 정해지든, 암호화폐 거래소는 저마다 플랫폼 내에 과세 관련 여건을 추가로 마련해야 한다. 당연히 비용이 들어간다. 12일 코인데스크코리아 취재를 종합해보면 정부나 이용자에게 납세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각 암호화폐 거래소마다 당장 1억원 가량의 비용 부담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들은 과세로 인한 여건 변화가 암호화폐 거래량 감소로 이미 폐업의 기로에 서 있는 중소형 거래소들에겐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루 거래 수수료 300만원 못 버는 암호화폐 거래소 수두룩"

현재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수는 200개 정도로 추정된다. 2017년 하반기 한국의 암호화폐 거래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많게는 시세 50%까지 '김치 프리미엄'이 붙었던 시절에는, 거래소들이 수수료 만으로도 '쏠쏠한' 수입을 챙겼다. 2018년 3월 블룸버그 보도를 보면, 국내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인 업비트와 빗썸의 하루 수수료 수입이 각각 342만 달러(한화 약 36억 8000만원), 183만 달러(한화 약 19억 6900만원)로 나타났다.

그러나 오늘날 국내 거래소 중 그만큼 버는 곳은 없다. 실제 거래가 이뤄지는 거래소는 30~50곳에 지나지 않는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17일 암호화폐 시세 사이트인 코인마켓캡의 일일 조정 거래량 순위를 보면, 세계 상위 100위 거래소에 들어간 국내 거래소는 코인빗, 빗썸, 업비트, 비트소닉, 코인원, 프로빗, 후오비코리아 등 7곳 뿐이다. 전체 77위인 후오비코리아의 하루 평균 거래량(30일 기준)은 약 3920만 달러로, 원화 마켓 거래로 가정하면 하루 수수료 수입은 1884만원 정도로 추산된다. 

뒷순위로 갈수록 거래량은 급격히 감소한다. 코인마켓캡에서 확인 가능한 국내 거래소 가운데 거래량 순위 10번째인 A거래소의 경우, 하루 거래량은 700만 달러 정도다. 이 거래소가 하루 버는 수수료 수입은 350만원 정도로 추산된다. 수수료 수입이 하루 350만원이 안 되는 거래소가 대부분이라는 얘기다. 

익명을 요구한 거래소 관계자 ㄱ씨는 "실제 거래소에 들어오는 수수료 수입은 코인마켓캡 일일 거래량으로 계산한 것보다 더 적다"고 말했다. 거래소마다 수수료 할인 쿠폰을 발행하기 때문이다. 이벤트 형식으로 간헐적으로 수수료 무료 정책을 펴는 거래소들도 있다.

정상적인 수수료 거래 중에서도 일반 이용자가 아니라 유동성 공급업자들이 차지하는 비율이 상당하다. ㄱ씨는 "유동성 공급업자들은 통상 50~100% 수수료 할인을 받는다. 보수적으로 봤을 때 코인마켓캡 수치에서 30% 이상을 빼야 진짜 숫자가 나온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 정도 수입으로 거래소는 수익을 낼 수 있을까. ㄱ씨는 "국내 거래소 중 거래소 자체 매출만으로 수익을 내는 곳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인건비다. 그는 "SI(개발대행업체)에서 보통 한 해 들어가는 인건비를 어림잡아 계산할때 직원 1인당 1억3천만원을 곱한다"며 "가령 직원이 60명인 거래소는 하드웨어 비용, 운영비용, 클라우드 사용료 같은 걸 제외하고도 1년에 인건비가 78억원인 셈인데 이 정도를 수수료로 벌어들이는 거래소가 국내에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인건비는 급여, 제수당, 상여, 퇴직금, 산재보험료 외에 고용보험료, 국민연금, 국민건강보험료(사업자 부담) 및 식대 등 복리후생비 등을 포괄하는 비용을 말한다.

이 계산법을 적용하면, 하루 수수료 수입이 350만원 수준일 때 최대 운용 가능한 인원은 9.8명 수준이다. 거래소 시스템을 돌리기엔 충분치 않은 숫자다. 그나마 암호화폐 금융사업도 병행하는 한 소규모 거래소는 개발자 위주로 14명의 직원을 데리고 있다. 개발 외 업무는 대표가 모두 도맡아야 할 판이다.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거래소의 직원 수를 보면, 고팍스나 후오비코리아가 각각 약 60명, 업비트(두나무)는 약 150명, 빗썸은 약 240명 수준이다.

과거 암호화폐 프로젝트가 활발하던 시기에는 거래소가 프로젝트가 발행한 코인의 상장 대가로 거액의 상장 수수료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시장에 새롭게 등장하는 프로젝트도 거의 씨가 마른 상황이다. 국내 거래소 재직 경험이 있는 업계 관계자 ㄴ씨는  "수수료로 하루 300만원도 못 버는 거래소가 수두룩하다. 암호화폐 투자자 수는 한정되어 있는데, 너무 많은 거래소가 난립하다보니 거래량이 분산돼 몇몇 대형 거래소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굶주리는 상태"라고 털어놨다.

국내 중소 암호화폐 거래소들의 경영난은 최근 특금법(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대한 대응 상황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특금법은 지난해 11월 말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하고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아직 법 통과 전이라 확정사항은 아니지만 국회, 금융위원회 등에서 지금까지 논의된 내용을 보면,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시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이 필수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즉, 앞으로 암호화폐 거래소를 운영할 생각이 있다면 이 인증을 반드시 획득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ISMS 인증을 획득한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는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한빗코, 제트파이넥스(옛 BTCC KOREA) 7곳 뿐이다. 

국내 거래소들의 대응이 더딘 데에는 비용 문제가 있다. 업계에 따르면, 한 암호화폐 거래소가 ISMS 인증을 획득하는데는 최소 1억원 정도의 비용 투입이 필요하다. 컨설팅 용역과 보안 솔루션을 외부에서 구입할 경우 많게는 3억 원 이상이 필요하다. 경영난을 겪고 있는 거래소에서 선뜻 투자하기 어려운 규모의 금액인 탓에 특금법 통과가 유력한 상황에서도 추가 ISMS 인증 업체가 나오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납세 시스템 구축 비용 1억...중소 거래소엔 부담

업계에서는 최근 불거진 암호화폐 소득세 과세에 대해서도 이와 비슷한 지점을 지적하고 있다. 거래세든 양도세든 거래소가 원천징수 형태로 과세 처리를 하려면 그에 맞는 시스템 개발을 해야 한다.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이 중소형 거래소의 계속 영업 여부를 걸러내는 거름망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전직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거래소가 기존 플랫폼에 원천징수 납세 시스템을 추가하고 관리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대략 1억원 내외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액 자체도 경영난을 겪고 있는 거래소가 부담스러워 할 만하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이 비용을 부담했을때 지금보다 사정이 나아질 수 있는가에 대한 확신을 가지기 어렵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내년 1월부터는 암호화폐 거래 소득에 세금을 매기겠다는 방침인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만큼, 납세 시스템은 그 전에 완성해야 한다. 4월 총선으로 구성될 21대 국회에서도 ISMS 인증을 획득을 조건으로 하는 특금법 개정안이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올 7월부터는 자금세탁방지 솔루션 도입을 골자로 하는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권고안이 발효된다. 거래소 입장에서는 3가지 문제를 모두 해결할 게 아니라면 폐업을 선택하는 게 합리적인 셈이다. 

반면, 일정 수준 이상 거래량을 확보하고 있는 거래소들은 이런 투자가 크게 부담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시장에서 최종적으로 살아남는 소수가 될 수만 있다면 투자를 한 만큼 회수하는 게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또 어차피 정부가 과세를 마음먹은 이상 거래소는 거기에 맞출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코인원 측은 "납세에 필요한 데이터는 거래소가 이미 갖고있기 때문에 5000만원에서 1억원 정도면 해결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이미 자금세탁 방지 솔루션 도입 관련해서도 3억원 정도의 예산을 집행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허원호 한빗코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어떤 형태로든 정부 과세안이 도입되면 약관 변경이 필요하므로 그 부분 위주로 먼저 작업을 하고 있다"며 "원천징수든 양도차익 계산이든 유지보수 비용을 포함해 대략 5000만원 정도면 관련 시스템 마련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과세당국이 얼마나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느냐에 따라서 시스템 개발 비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상철 프로빗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암호화폐 특성상 한 거래소에서 구입한 암호화폐를 다른 거래소로 옮겨서 원화로 출금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런 경우 양도 차익을 정확히 계산하기 위해서는 두 거래소가 납세액에 필요한 데이터를 주고받아야 하는데, 이런 개발에는 더 많은 비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ㄱ씨는 "거래소에서 간단한 지출 시스템을 만든다고 하면 5000만원 정도면 해결할 수 있겠지만 CS(고객응대) 부분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금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다른 소득과의 합산과세 문제 등 지금의 전자 시스템으로 즉각 해결할 수 없는 고객 민원이 발생할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결국 CS가 폭증하게 될 것"이라면서 "거래소 입장에서는 단순히 개발비만 생각할 게 아니라 늘어나는 인건비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정 : 2020년 3월12일
제트파이넥스(JetFinex, 옛 BTCC KOREA)가 2019년 7월 ISMS 인증을 얻은 걸 뒤늦게 확인해 이 내용을 수정했습니다. 수정 시점 기준 제트파이넥스 거래량은 거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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