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채굴기. 출처=코인데스크
비트코인 채굴기. 출처=코인데스크

코로나19로 인해 중국 내 경제 활동이 차질을 빚게 되자 지난 달까지만 해도 견실한 증가세를 보였던 비트코인 채굴과 관련한 여러 척도가 최근 2주간 눈에 띄게 둔화됐다.

‘채굴 난이도’가 덜 어려워지거나 오히려 쉬워지는 상황은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후 중국 당국이 엄격한 격리 조치를 시행하고, 주요 채굴기 제조업체들은 기기 생산과 배송 일정을 일제히 뒤로 미루면서 기존 운영중인 채굴기를 최신형으로 교체하는 작업이 차질을 빚으면서 어느 정도 예견된 바 있다.

비트코인 거래를 검증하고 블록을 쌓을 때 보상으로 받는 비트코인을 얻기 위해 수학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드는 노력을 측정하는 채굴 난이도는 지난 11일 기준 2주 전보다 0.52% 오르는 데 그쳤다. 지난달 28일과 14일 각각 4.67%와 7.08% 어려워졌던 것에 견주면, 상승률은 상당히 둔화됐다.

비트코인의 채굴 난이도는 네트워크의 연산력에 따라서 약 2주에 한 번씩 조정된다. 새로 생긴 비트코인을 얻기 위해 더 많은 채굴자가 경쟁에 뛰어들면 채굴 난이도는 올라가고, 반대로 채굴자 수가 줄어들면 난이도는 내려간다.

첫 번째 반감기(2012년) 전후 비트코인 가격과 평균 채굴 난이도.
첫 번째 반감기(2012년) 전후 비트코인 가격과 평균 채굴 난이도.

채굴 난이도의 성장세가 꺾이기 전 채굴자들은 앞으로 닥칠 새로운 변화에 대비하고 있었다. 오는 5월로 예정된 반감기가 오면 암호화폐 업계의 채산성이 근본적으로 낮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약 10분에 하나씩 쌓이는 비트코인 블록 하나에 채굴 보상으로 지급되는 비트코인은 현재 12.5개에서 반감기를 거치고 나면 6.25개로 줄어든다. 6.25개는 현재 시세로 약 7660억 원이다. 오는 5월의 반감기는 비트코인 역사상 세 번째 맞게 되는 반감기로, 채굴자 입장에서 운영비가 매출을 넘어서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두 번째 반감기(2016년) 전후 비트코인 가격과 평균 채굴 난이도.
두 번째 반감기(2016년) 전후 비트코인 가격과 평균 채굴 난이도.

암호화폐 대출업체 디파이너(DeFiner)의 공동설립자이자 CEO인 제이슨 우는 “많은 채굴자가 반감기를 앞두고 오래된 채굴 장비를 더 강력한 신규 모델로 교체해왔다. 예를 들어 채굴장 임차인들은 작년 하반기부터 비트메인(Bitmain)의 앤트마이너(AntMiner) S7이나 S9 같은 구형 모델들을 새 모델들로 교체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코로나19가 발발하면서 채굴자들이 장비 교체를 잠시 중단하게 됐고, 이는 채굴 난이도의 둔화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구형 모델이라도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개당 1만 달러를 넘어서면서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가격이 오르면 채굴 업체들의 채산성도 좋아진다. 이에 채굴자들은 새로운 장비가 배송되기 전까지 현재 보유한 구형 장비들을 계속 가동하고 있다고 우는 설명했다.

새 장비의 조달과는 무관하게 코로나19로 직접 영향을 받은 채굴자들도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 비박스(Bibox)의 공동설립자이자 CEO인 아리에스 왕은 “대부분 채굴장이 춘절 연휴 동안 문을 연 반면, 지역 정부가 나서 코로나 사태를 이유로 채굴장 영업을 금지한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채굴풀 BTC.top의 CEO 장줘얼(Jiang Zhuoer, 江卓尔)은 지난 4일 웨이보를 통해 자신이 소유한 중국 모 지역의 채굴장에 지역 정부가 영업 중단 조처를 내렸다고 밝혔다.

최근 석 달간 비트코인 가격과 평균 채굴 난이도.
최근 석 달간 비트코인 가격과 평균 채굴 난이도.

중국 외 지역에 있는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 중 하나인 비박스(현재 에스토니아에 본사가 있음)가 채굴 업계에 쏟아부은 투자금만 수백만 달러에 이른다고 아리에스 왕은 밝혔다.

“암호화폐 펀드와 거래소 등 많은 투자자는 반감기 이후 비트코인 가격의 상승을 점치며 채굴 부문에 투자하고 있다. 이들이 새 채굴기를 구매하고 장비를 가동하기 위해 채굴장을 임대하고 유지·보수 서비스를 이용할 고객들이다.” -아리에스 왕, 비박스 공동설립자 겸 CEO

 

잠시 멈춘 군비경쟁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을 벌이던 채굴자들은 잠시나마 한숨을 고르게 됐다.

선전에 있는 채굴기 제조업체이자 채굴장 운영업체 판다마이너(PandaMiner)의 COO 양샤오(杨笑, Abe Yang)는 “채굴 난이도의 성장 둔화는 기존 채굴자들에게는 희소식이다. 채굴은 마치 군비경쟁과도 같아서 채굴 난이도 성장이 둔화된다는 말은, 채굴자들이 이미 투자한 채굴 장비를 이용해 높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는 거의 모든 채굴기 제조 업체가 코로나19로 생산을 일시 중단하면서 재고가 바닥나 새 기기를 구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춘절 이전(1월 25일)에 비트코인 가격이 주춤하지만 않았어도 기기 생산량을 늘렸을 것이다. 여기에 더해 우리는 연휴 내내 모든 생산을 중단했었다.” -양샤오, 판다마이너 COO

춘절 연휴 이후 비트코인 가격이 다시 오르기 시작했지만, 가격 상승이 새 장비 주문으로 이어지는 데는 보통 시간이 좀 걸린다고 양샤오는 설명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물류 속도가 더뎌진 것도 사실이지만, 많은 채굴장이 주로 외진 시골에 있어 배송에 어려움이 더 커지고 있다.

 

복잡한 공식

채굴 사업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이밖에도 한둘이 아니다.

암호화폐 헤지펀드 트레이드 터미널(Trade Terminal)의 COO 양링샤오는 “모든 채굴자가 채굴 난이도를 포함한 저마다의 공식을 가지고 있다. 채굴 난도가 높아지는 속도가 느려졌다고 해서 반드시 채굴자들이 채굴기를 더 많이 구입해 급격히 채굴 역량을 높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높은 연산력을 지원하는 신규 장비의 배송이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채굴력 향상을 위한 방안 중 하나로 구형 채굴 장비를 재가동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모든 채굴자에게 이익이 되는 방법은 아닐 수 있다.

“해시파워를 빠르게 늘릴지 말지를 결정하는 데는 채산성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운영비 등 다른 요인을 감안하면 구형 기기들을 재가동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익이 그리 크지 않을 수 있다.” -양링샤오, 트레이드 터미널 COO

양링샤오는 많은 채굴장이 신형과 구형 모두를 동시에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구형 모델을 단계적으로 도태시키면서, 에너지 효율이 높고 채굴 능력이 나은 신형 채굴기를 도입하기 때문이다.

채굴기 가동에 드는 비용에는 가동 시간대의 전기료와 채굴 가능 코인 수 등 여러 가지 요인이 고려된다. 쓰촨성에 있는 채굴장의 경우 대부분 수력 발전에 의존하다 보니, 계절별 수력 발전량에 따라 전기세가 달라져 계절성 영향을 받는다.

신장이나 네이멍구 자치구에 있는 화력 발전소에서 전기를 공급받는 채굴장들도 있다. 같은 지역에 있는 채굴장이라도 지역 정부와 개별 협상을 하므로 적용되는 전기료는 서로 다를 수 있다.

채굴자들은 미래 비트코인 가격에 대한 기대도 고려해야 한다.

“채굴자들은 자신이 채굴한 비트코인을 판매해 수익을 창출한다. 비트코인 가격이 개당 1만 달러 이상이면 수익이 나지만, 그 이하로 떨어지면 손해를 보게 된다.” - 양링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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