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 글’, 나는 실패했는데, 그들은 어찌 될까
[칼럼] 송인근 뉴스페퍼민트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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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인근
송인근 2020년 3월3일 08:00

오는 11월 미국은 대통령을 뽑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찌감치 재선에 도전한다고 밝혔다. 이에 맞선 민주당은 후보 경선이 한창이다. 2월 한달 상대적으로 규모가 크지 않은 4개주에서 치른 경선 결과, ‘민주적 사회주의자’ 버니 샌더스 후보가 대표단 숫자에서 가장 앞서고 있다.

예열을 마친 민주당 경선은 내일(3일) 슈퍼 화요일(Super Tuesday)에서 정점을 찍게 된다. 전체 대표단의 1/3이 넘는 14개주 1357명의 표가 결정되는 날이다.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진보적인 의제를 선명하게 앞세운 샌더스가 선두를 굳힐 거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난립하고 있는 이른바 ‘중도’ 성향 후보들이 컷오프(대부분 주는 15% 득표)를 넘기지 못하면, 샌더스 후보는 실제 득표보다 더 많은 대표단을 확보할 수도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 상황이 달갑지 않다. 아니 노심초사, 전전긍긍하고 있을 것이다. 샌더스는 무소속으로 상원의원에 당선돼 의정 활동을 펴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에 입당한, 그야말로 ‘박힌 돌을 밀어내려는 굴러온 돌’이다.

그러나 민주당 지도부가 더욱 우려하는 것은 ‘샌더스 같은 급진적 주장으로는 절대 트럼프를 이길 수 없다’는, 정설에 가까운 통념이다. 샌더스 후보 측은 전혀 다른 주장으로 반박한다. 트럼프를 완파할 비장의 무기가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 무기란 바로 변화를 바라는 유권자들, 특히 젊은 층의 폭발적인 투표율이다.

실제로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를 보면 샌더스는 트럼프와의 1:1 대결에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난다. “샌더스 아니면 투표 자체를 안 하겠다”는 젊은 유권자(이런 열성 지지자들을 Bernie or Bust라고 한다)들의 의향이 여론조사 결과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1980~2016 대통령 선거 연령대별 투표율. 출처=미국 인구총조사
1980~2016 대통령 선거 연령대별 투표율. 출처=미국 인구총조사

그러나 미국 인구총조사 결과를 토대로 집계한 투표율 자료를 보면, 젊은층(18~29세)은, 지난 40년간 미국 대선에서 어김없이 가장 투표율이 낮은 집단이었다. 게다가 샌더스가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되면 이른바 중도 성향 유권자들이 투표를 포기하거나 샌더스 대신 트럼프를 찍을 가능성도 있다. 이를 상쇄하려면 젊은층, 곧 샌더스의 가장 확고한 지지층 투표율이 55%는 돼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4년 전 트럼프 당선 때보다 30% 가까이 올라야 한다. 흑인 유권자들을 중심으로 젊은층의 투표율이 이례적으로 높았던 2008년 오바마 대통령의 첫 대선 때 18~29세 투표율이 51.1%였다. 과연 샌더스가 오바마를 능가할 수 있을까.

여기서 나는 고백을 해야겠다. 사실 작년부터 피트 부티지지 후보를 주목하라는 메시지를 여기저기 뿌리며 “이 글은 성지가 될 거야”라고 하고 다녔다. 부티지지가 당선되면 뭇 사람들이 나의 발언과 끄적임을 추앙하며 ‘순례’를 하리라는 기대였다. 그런데 이 칼럼을 쓰던 중 부티지지가 후보에서 사퇴한다고 발표했다. 아뿔싸. 최근 미국 대선의 길잡이가 되고자 아메리카노2020라는 팟캐스트를 시작했는데, 미국 언론사처럼 지지 후보를 공개한다는 취지에서 부티지지에 대한 지지(endorse)를 막 선언하려던 참이었다. 제기랄. 안 하기를 잘 했다. 필자는 성지 조성에 실패했다.

사실 성지 글은 진위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원래 썼던 글을 몰래 티 안나게 수정하면 된다. 트럼프 당선 때가 그랬다. 선거가 끝난 뒤 “거봐, 트럼프가 대통령 될 거라고 내가 그랬지?”라며 뻔뻔하게 주장하던 ‘허위 성지 글’이 난무했다. 애초 이중지불을 막는다는 블록체인의 작동 원리를 처음 접했을 때, 트럼프 당선 성지 글의 진위를 가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버니 샌더스. 출처=한겨레 자료
버니 샌더스. 출처=한겨레 자료

샌더스의 젊은 지지자들은 저마다 온라인 공간에서 훗날의 성지를 만들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번엔 다르다’는 것이다. 젊은층에서 “이번에는 꼭 투표할 것”이라는 여론조사 응답이 많게 나타나고 있고, 젊은층의 역대 최고 투표율 달성이 가능하며, 그러므로 샌더스가 당선될 것이란 주장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시각은 다르다. 투표율을 예측할 때엔 당사자의 의향보다 4년 전에 투표장에 갔느냐 안 갔느냐를 토대로 예측해야 훨씬 더 정확하다는 것이다. 공개적으로 내놓은 말과 결심은, 지난 행적에서 드러나는 경향을 이기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샌더스의 그들도 성지 조성에 실패하리라는 관측이다.

성지가 될지 말지를 묻는 질문은 마치 단순한 베팅 같은 느낌이 들지만 그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샌더스가 민주당 후보가 되고 실제 당선이 된다면, 올해 미국 대선은 ‘젊은층 저참여’ 전통을 깨고 18~29세 투표율이 55%를 넘긴 역사적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된다면, 그 주인공인 샌더스가 정치 혁명을 이뤄낸 인물이 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 Translated by NewsPepperm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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