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금법 어떻게③ 거래소들 자금 추적 '가능', 여행규칙은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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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 기자
김동환 기자 2020년 3월10일 18:00
그래픽=김동환
그래픽=김동환

암호화폐 거래소에 전통 금융권 수준의 자금세탁 방지 의무를 부여하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개정안이 지난 5일 국회를 통과했다. 늦어도 법이 시행되는 내년 3월부터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은행 수준의 자금세탁 방지 능력을 갖춰야 한다. 

현재 국내 거래소들의 자금세탁 방지 수준은 어느정도일까. 10일 코인데스크코리아 취재를 종합하면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등 국내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자금 흐름 추적 등의 시스템은 구비했지만 개정 특금법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여행규칙(travel rule)' 준수 관련 장치들은 갖추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거래소들이 관리하는 자금세탁방지의 영역은 크게 '자금 흐름 추적'과 '위험한 이용자 파악'의 두 종류다. 추적은 자금세탁과 거래소를 이용한 사이버범죄를 쫓아가는 것이고, 파악은 문제가 될 만한 금융 이용자를 찾아내 사전에 차단하는 방식이다. 

빗썸과 업비트는 자금 흐름 추적과 관련해 블록체인 보안기업인 체이널리시스의 '체이널리시스 리액터'를 사용하고 있다. 이 솔루션은 일종의 거래내역 모니터링 도구다. 암호화폐 지갑 주소를 기반으로 트랜잭션을 분석해 자금의 흐름을 보여준다. 

유의해야 하는 이용자 파악에는 양사 모두 '다우존스 워치리스트'를 쓴다. 이 리스트에는 국제연합(UN) 등 국제 기구들과 미 재무부 해외재산통제국(OFAC)으로부터 수집한 국제 제제 명단과 위험거래 대상자 및 가족들의 금융정보가 수집되어 있다. 빗썸의 경우에는 워치리스트를 포함한 솔루션인 '다우존스 리스크 앤 컴플라이언스'도 사용하고 있다. 

코인원은 2019년 8월부터 자금세탁방지 컨설팅 업체인 에이블컨설팅과 자체 자금세탁방지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코인원 측은 "최근 자금세탁 방지 시스템은 어느정도 완성된 상태"라면서 "특금법 시행령에 들어가는 부분만 보완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코빗은 지난해 10월부터 내부 자금세탁방지 팀을 구성하고 다우존스사의 솔루션을 도입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코빗 관계자는 "영업에 지장을 줄 수 있어 구체적인 솔루션 구성 등은 공개할 수 없다"며 "특금법을 무리없이 준수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거래소들도 '여행규칙' 준수와 관련한 솔루션들은 전혀 갖추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행규칙이란 암호화폐 거래소가 거래 송신인과 수신인의 정보를 모두 파악하고, 규제당국에서 요구하면 즉각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거래소 관계자는 "국내 어느 거래소도 준비가 안 되어있을 것"이라며 "우리가 준비를 하려고 해도 사실 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개정안을 보면 거래 송·수신인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대상, 기준, 절차, 방법 등 여행규칙 준수와 관련한 내용들은 모두 시행령에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거래소 입장에서는 시행령이 어떤 모습으로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관련 시스템 구축이 어렵다는 것이다. 

시행령 개정 주체인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 측은 "보수적으로 봐도 개정 절차에 6개월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금법 개정안은 시행령 확정과는 상관없이 늦어도 내년 3월 말 즈음부터는 발효될 예정이다. 시행령이 늦어질수록 거래소가 물리적으로 법을 지키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블록체인 기업인 헥슬란트와 법무법인 태평양은 최근 낸 ‘가상자산 규제와 특금법 분석 보고서’에서 암호화폐 자금세탁방지와 관련해 거래소가 가장 지키기 어려운 규제로 여행규칙을 꼽았다. 이들은 △블록체인 특성상 개인지갑 주소의 생성이 무한에 가까워 통제가 어렵고 △고객 신분증명을 위한 데이터 축적에 시간이 필요하며 △거래소가 송금인의 정보는 보유할 수 있지만 혼자서 수취인(받는사람)의 신원 정보를 확인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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