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호출 서비스 '타다'를 운영하는 이재웅 쏘카 대표(왼쪽)와 타다 운영사 브이시앤시 박재욱 대표가 2월19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출처=김정효/한겨레
차량호출 서비스 '타다'를 운영하는 이재웅 쏘카 대표(왼쪽)와 타다 운영사 브이시앤시 박재욱 대표가 2월19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출처=김정효/한겨레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 김태훈)는 지난해 10월 타다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을 위반했다며 이재웅 쏘카 대표와 브이씨엔씨(VCNC) 박재욱 대표를 기소했다. 검찰은 두 기업인들에게 징역 1년을 구형했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이 그렇게 무거운 죄인 줄 미처 몰랐다. 지난 2월19일 법원은 이 대표와 박 대표, 그리고 이들의 회사에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제2부(부장 김형록)는 2018년 12월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의 최대주주인 송치형 의장 등을 사전자기록등위작∙사기 등 혐의로 기소했다. 사기를 저지른 사람은 있다는데 사기로 피해를 입은 사람은 없는 특이한 사건이었다. 검찰은 송 의장에게 무려 징역 7년, 벌금 10억원을 구형했다. 지난 1월31일 법원은 송 의장과 함께 기소된 2명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북부지검 국가재정·조세범죄수사팀(팀장 양인철 부장)은 2016년 4월 벤처투자사 더벤처스의 호창성 대표를 구속 기소했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였다. 정부 보조금을 받게 해주는 대가로 자신이 투자한 신생 벤처기업들로부터 과도한 지분을 챙겼다는 게 핵심인데, 호 대표에게 지분을 뜯겼다고 호소하는 피해 기업은 없었다. 보석으로 석방되기까지 4개월 가까이 감옥생활을 한 호 대표는 그해 10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고, 2018년 2월 대법원에서 무죄가 최종 확정됐다.

검찰통계시스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한국의 1심 무죄율은 0.79%다. 최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검찰의 수사와 기소 분리를 제안하면서 일본보다 높은 우리나라 무죄율이 화제가 됐다. 무죄율이 낮거나 높은 게 그 자체로 좋거나 나쁘다고 단순하게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어느 특정 분야에서 유독 높다면 뭔가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각각 모빌리티, 블록체인, 벤처투자 및 엑셀러레이팅이라는 새로운 산업을 개척중인 위 3명의 피고인과 같은 ‘혁신사범’에 대한 통계는 따로 없지만, 이 세 건의 무죄판결만으로도 전체 무죄율을 훌쩍 웃돌 것으로 짐작된다.

수사-기소 분리에 반대하는 어느 검사는 일본의 무죄율이 낮은 건 100% 가까이 유죄를 확신하는 사건만 기소하는 ‘소극적 기소’ 관행 탓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공개 주장했다. 반면 한국 검사들은 애매한 경우에도 법원의 판단을 받아보자는 취지로 일단 기소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기소 관행에 대해 나름 자부심을 가지고 하는 얘기인 것 같은데, 기소를 당하는 처지에 대한 이해나 배려에는 관심이 없어 보여 무섭다.

혁신은 본디 순하고 착하지 않다. 기존 관행, 질서, 산업, 법률과 불화한다. 낡은 잣대로 보면 애매하거나 위험한 것 천지다. 애매하다고 기소하고 감옥에 쳐넣겠다고 윽박지르는 환경에서 혁신은 자라날 수 없다. 이 나라의 미래를 위해 검사들이 적어도 혁신사범에 대한 기소에는 신중에 신중을 기하면 좋겠다. 그들은 애매한 기소에 대응하기 위한 시간과 돈이 넘쳐나는 한가하고 여유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유신재 편집장.
유신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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