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상품·암호화폐·암호증권 3분류…‘2020년 법안’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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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iel Kuhn
Daniel Kuhn 2020년 3월13일 10:00
2020년 암호화폐 법안이 발의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에릭 핀만.
2020년 암호화폐 법안이 발의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에릭 핀만.

지난 9일 폴 고사(Paul Gosar, 공화, 애리조나) 하원의원은 미국의 암호화폐 규제를 포괄적으로 개혁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현재로선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그리 커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변호사들과 업계 관계자들은 이 법안을 뜯어보면, 향후 마련될 암호화폐 규제 관련 법이 어떤 모습일지를 짐작해볼 수 있다고 말한다.

지난 9일 발의된 ‘2020년 암호화폐 법안(Cryptocurrency Act of 2020)’은 디지털 자산을 몇 가지 범주로 구분하고 각 자산 범주를 감독할 연방 기관을 지정하는 데 기본적인 목적이 있다. 메탈페이(Metal Pay)의 CEO 마샬 헤이너와 10대 때 비트코인으로 백만장자가 된 후 현재는 투자 펀드를 운영하는 에릭 핀만이 법안 초안 작성을 도왔다.

고사 의원의 보좌관 윌 스텍슐트는 전화 인터뷰에서 “법안을 발의한 것은 미국 내 암호화폐 자산을 명확하게 분류하기 위해서일 뿐 아니라 합법성을 부여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암호화폐 업계 전체가 전통적인 투자자들을 유치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규제에 관한 불확실성은 항상 먹구름처럼 드리워져 있다. 최근 비트와이즈(Bitwise)의 조사를 보면 금융 전문 상담사나 자문위원 가운데 56%가 규제 우려 때문에 암호화폐 업계에 투자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퀀텀 이코노믹스(Quantum Economics)의 설립자이자 이토로(eToro)에서 애널리스트로 활동했던 마티 그린스펀은 “규제의 불확실성이 마치 족쇄처럼 미국 투자자들의 발목을 잡아 왔다. 많은 프로젝트가 다른 나라로 빠져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 자산에 대한 명확한 지침을 마련하기 위한 시도와 제안이 이전에 없었던 것은 아니다. 토큰 분류법(Token Taxonomy Act)이나 헤스터 퍼스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의 ‘토큰 판매 피난처’ 제안이 대표적이다. 다만, 고사 의원이 이번에 발의한 법안은 암호화폐 규제에 대한 총체적인 접근법을 취하고 있는 가장 최신 법안이다.

법안에 따르면, 디지털 자산은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감독을 받는 ‘암호화 상품(crypto-commodity)’, 재무부 산하 금융범죄단속국(FinCEN, 핀센)의 감독을 받는 ‘암호화폐(crypto-currency)’, 그리고 SEC의 감독을 받는 ‘암호화 증권(crypto-security)’ 이렇게 3가지 범주로 분류된다.

토큰소프트(TokenSoft)에서 운영 총괄과 법률 자문을 담당하고 있는 로슨 베이커는 “해당 법안이 겉에서 보기엔 그럴듯해 보이나 조금만 깊이 들여다보면 분류법 자체에 치명적 결함이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Bloomberg)의 법률 분석가도 이 법안의 초안을 보면 “관련 연방법과 규제기관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부족함이 드러난다”고 꼬집었다.

지난 12월 중순 초안이 공개됐을 당시부터 법안의 효용성과 과도한 정의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코인센터(Coin Center)의 제리 브리토 이사는 법안을 발의한 고사 의원이 해당 법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는 상임위원회 소속도 아니라며 비판했다.

그는 당시 블로그 글을 통해 “상임위 소속 위원이 아닌 사람이 법안을 통과시키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소수당(하원 내) 소속이라 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해당 법안이 통과될 기미라도 보인다면, 원칙에 따라 반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블록체인 협회(Blockchain Association)의 크리스틴 스미스 회장은 이번에 발의된 법안을 검토한 뒤 “발의 직후 통과는 이미 물 건너간 것”이라고 말했다.

고사 위원의 홍보책임자 벤 골디는 법안이 지난 9일 오후 발의됐으며, 상임위원회에서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보통은 발의 첫 주에 위원회에 배정되는데, 현재로선 금융서비스위원회(Financial Services Committee)가 검토를 맡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핀만은 하원 농업위원회(House Committee on Agriculture)에서 우선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CFTC가 농업위원회 소관이다)

통과 여부를 떠나 법안에 포함된 규제 방안은 암호화폐 규제의 범위를 새롭게 정의해야 할 정도로 매우 포괄적이다. 암호화폐와 경제의 관계와 관련된 문제들을 단순화한 이번 법안은 암호화폐를 정의하는 일과 암호화폐 취급 방식을 결정하는 일이 왜 어려운지를 보여준다.

코인데스크는 법안에서 암호화폐 규제와 관련된 주요 현안들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와 얼마나 과도한 정의가 사용됐는지 알아보기 위해 변호사와 투자자, 해당 법안을 직접 작성한 당사자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담당 규제기관

이 법안에서는 암호화 상품을 ‘파생상품처럼 전부 또는 상당 부분을 대체할 수 있거나, 생산 주체에 상관없이 시장에서 취급되며, 블록체인 또는 탈중앙화된 암호원장에 있는 경제적 재화나 서비스’로 정의하고 있다. 이렇게 폭넓게 정의된 개념에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치가 자유자재로 변하는 모든 디지털 자산이 포함된다.

법안은 CFTC가 암호화 상품을 감독한다고 명시했지만, 블룸버그 법률 분석가인 로버트 김은 CFTC는 상품을 직접 규제하는 게 아니라 파생상품만 별도로 감독하는 기관이라고 지적했다.

“CFTC는 일찍이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가 상품거래소법(Commodity Exchange Act)에 따라 상품이라는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그렇다고 CFTC가 매일 일어나는 현물 거래를 규제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CFTC가 그럴 만한 역량이 될까? 규제기관들은 실행 가능성을 타진해봐야 한다.” - 도나 레델, 뉴욕엔젤스(New York Angels) 임원 겸 포드햄대 교수

마찬가지로 암호화폐 감독기관으로는 핀센을 지목했지만, 핀센은 화폐를 직접 규제하는 기관이 아니다. 메탈페이의 마샬 헤이너는 전화 인터뷰에서 “암호화폐 상품을 출시하고 스테이블코인을 다루려면 핀센을 통해야 한다. 법 규정을 준수하고자 하는 기업들이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자금세탁방지 요건”이라고 말했다. 핀센의 규정만 보고 암호화폐 전반을 규제하는 기관이 아니라고 단정해서는 안 되듯이, 세세한 규정에 파묻히면 큰 그림을 볼 수 없다는 지적이다.

 

너무 쉽게 정의해버리면...

금융자산을 블록체인에서 관리하는 자동화 기술을 보유한 기업 토큰소프트에서 운영 총괄과 법률 자문을 담당하고 있는 로슨 베이커는 법안에서 정의한 ‘암호화 증권’이 실제 블록체인 기술에서 사용되는 ‘암호화 증권’이라는 용어와 거리가 있다고 말했다.

법안에서는 ‘블록체인 또는 탈중앙화된 암호원장에 있는 모든 채무와 자산’을 암호화 증권이라고 정의했는데, 베이커에 따르면 이는 일부 경우에만 적용될 뿐 전통적인 자산에는 맞지 않는다.

“예를 들어 블록체인상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는다고 하자. 해당 법안에 따르면 토큰화된 담보대출은 자금모집 면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SEC에 반드시 등록해야 하는 암호화 증권이 된다. 그런데 모두가 알고 있듯 담보대출은 SEC가 아니라 이미 주와 연방 금융법의 규제 대상이다.” -로슨 베이커

레델 역시 정의를 넓게 규정한다고 해서 반드시 프로젝트에 운신의 폭을 넓혀주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토큰 프로젝트들이 마음 놓고 탈중앙화할 수 있도록 3년간의 규제 유예기간을 주는 헤스터 퍼스 SEC 위원의 ‘토큰 판매 피난처’ 제안을 예로 들었다.

“디지털 자산 산업은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입법을 추진하려는 사람들은 향후 진행될 혁신과 앞으로 일어날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자세한 내용을 모르는 상태로 덜컥 베팅해선 안 된다.” -도나 레델

 

진화하는 블록체인

발의된 법안에 따르면 ‘탈중앙화된 암호원장’이란 ‘화폐 메커니즘으로 보안이 되는 단독 블록체인으로서의 원장’을 말한다. 하지만 베이커는 “이러한 정의는 모든 암호화폐가 블록체인이나 공공원장에서만 사용될 것이라는 걸 전제로 하고 있어 지캐시(Zcash) 같은 프라이버시 코인은 아예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경제 전반

마티 그린스펀은 현실적 관점에서 이를 바라보고 있다. 좀 더 명확한 법적 틀이 마련된다면 기업가, 투자자, 전통적 자본가들이 암호화폐 업계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일 수 있겠지만, 투자는 경제의 거시적 움직임에도 영향을 받는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심리가 얼어붙었다. 요즘은 사람들이 좀처럼 투자에 관심이 없다.” -마티 그린스펀

캐슬아일랜드벤처스(Castle Island Ventures)의 벤처캐피털리스트 닉 카터는 “암호화폐는 단순히 도박을 위한 자산군”이라며 “이렇게 암호화폐가 넘쳐나는 상황은 분명 우리의 경제 주기와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법안에는 빠졌지만, 납세 의무에 관한 명확한 지침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민첩하게 움직여라

아무리 포괄적인 법안이라도 통과되지 않는다면 다 무슨 소용이며, 그 법안을 토대로 한 집중적인 접근법들은 또 무슨 소용이 있을까?

토큰 분류법도 발의에는 성공했으나 검토 단계에서 막혀 결국 통과되지 못했다. 에릭 핀만은 “실패할 거란 생각을 전혀 하고 있지 않다”며 법안이 통과될 거라고 자신했지만, 이전과 같은 상황은 얼마든지 다시 일어날 수 있다.

“암호화폐 업계를 규제할 수 있는 최고의 방안은 규제기관들이 스스로 앞장서  제대로 된 규칙을 마련하는 것이다. 오랜 기간을 거쳐 법안을 마련해 검토하고 통과시킨 뒤에 규제기관에 이를 따르도록 하는 편보다 그게 더 나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법원이 지침을 제공하는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 -도나 레델

법안 통과 절차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기업들이 그동안 시간과 경쟁 측면에서 손해를 보게 될 수 있는 상황에서, 레델은 기존의 법규가 암호화폐 업계 내 모든 부분에 빠짐없이 맞게 적용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주버 롤러(Zuber Lawler)의 파트너 변호사 조시 롤러 역시 이에 동의하면서, “여러 법안을 보면 대부분이 본래 의도대로 기능하지 못한다. 스위스 시스템은 매우 적합하지 않다. 개중에는 좀 나은 법안들도 있으나 포괄적인 법안을 만드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민첩하게 움직일 때고 정의를 내리는 작업은 뒤로 미뤄도 된다고 생각한다. 즉 여러 기관의 규제 범위를 겹치지 않게 명확히 설정하는 데 너무 공을 들일 게 아니라, 규제기관에 현재의 정의를 바탕으로 규정을 개정하거나 추가 지침을 마련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로슨 베이커

·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 Translated by NewsPepperm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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