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에 나뒹구는 덤불. 출처=셔터스톡
고속도로에 나뒹구는 덤불. 출처=셔터스톡

비트코인(BTC) 가격 변동 폭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가운데 미국 파생상품 거래소의 비트코인 옵션상품 거래 수요가 메말랐다. 기반 자산의 변동성이 커지면 옵션상품 수요가 증가하는 일반적인 추세와는 완전히 대조적이다.

시카고 상업거래소(CME)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7일 체결된 비트코인 옵션상품 거래는 단 3건이다. 이는 비트코인 15개에 대한 계약을 의미하고, 이를 현재 시가로 환산하면 약 8만 달러, 1억 원어치다. 파생상품 데이터 분석 업체 스큐 마켓(Skew Markets)에 따르면 CME 옵션상품이 출시된 이후 일일 최저 거래량이다. 지금까지 CME의 하루 최저 거래량은 지난 1월24일 12만5천달러어치였다.

시카고 상업거래소(CME) 비트코인 옵션거래량. 출처=스큐
시카고 상업거래소(CME) 비트코인 옵션거래량. 출처=스큐

지난 1월13일 출시된 CME 옵션상품은 출시 첫날에만 55건, 약 230만 달러어치의 거래를 체결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같은 날 경쟁사인 백트(Bakkt)가 체결한 100만 달러어치 거래량의 2배가 넘는 액수였다.

출시 후 닷새째인 1월17일 540만 달러어치로 최대치를 기록한 CME의 옵션상품 거래량은 이후 줄곧 내림세를 이어오고 있다. 17일 거래량은 반짝 상승세를 보인 지난 9일 210만 달러의 거래량에 비하면 무려 96%나 하락한 수치다.

경쟁사 백트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백트의 비트코인 옵션상품 거래는 지난달 27일 이후 단 한 건도 체결되지 않았다.

백트 비트코인 옵션거래량.
백트 비트코인 옵션거래량.

백트는 지난해 12월9일 비트코인 옵션상품을 출시했지만, 투자자들의 관심은 줄곧 지지부진했다. 출시 후 4주 동안 기록된 거래량은 100만 달러가 조금 넘었고, 1월8일 체결된 52만8천 달러어치 거래가 일일 거래량으로는 최고 기록이었다. 하지만 CME가 옵션상품을 출시하면서 경쟁사인 백트의 거래량은 급감했다. 1월 중순 이후 지금까지 약 두 달 동안 백트에서 거래가 1건이라도 체결된 날은 단 4일에 불과했다.

그러나 CME와 백트의 옵션상품 거래 수요 증발은 최근 비트코인 가격 변동성이 대폭 커졌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기반 자산의 변동성이 커지면 옵션상품의 수요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스큐 마켓에 따르면, 향후 3개월 동안의 가격 변동 추이를 예측한 비트코인 내재 변동성은 지난 11일 3.5%에서 17일 6.8%까지 증가했다. 이를 연 단위로 환산하면 각각 66.9%, 130%다.

이처럼 변동성이 높아지면 대개 옵션상품 같은 파생상품 거래에 대한 수요가 높아진다. 옵션 계약은 만기가 도래하기 전에 지정된 양의 자산을 사거나 팔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계약으로, 매수 권리를 주는 콜옵션(call option)과 매도 권리를 주는 풋옵션(put option)이 있다.

하지만 지금 미국의 옵션상품 거래소에서는 정반대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비트코인 변동성은 급증하고 있지만, 옵션상품 거래 수요는 오히려 가파르게 줄고 있다.

특히 CME의 지난주 옵션상품 거래 급감은 비트코인을 유동성 확보 수단으로 여기는 기관투자자들 때문으로 풀이된다. 기관투자자의 비트코인 매도세가 계속되면서 대량의 마진콜이 발생했다.

“지난주 비트코인 옵션상품의 거래 수요가 거의 전멸하다시피 한 것은 기관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을 포함한 고위험 자산을 한꺼번에 팔아치웠기 때문이다. CME는 전통적인 투자자를 위해 설계된 플랫폼으로 비트코인 거래를 지원하면서 투자자의 소유권이나 거래 이용에 그 어떤 우선권도 제공하지 않는다. 따라서 현금 확보를 위한 비트코인 매도세가 이어지자 옵션상품 거래량도 같이 급감한 것이다.” - 톰 롬바르디, 디지털 자산 관리회사 웨이브 파이낸셜(Wave Financial) 전무

CME 옵션상품의 미결제 약정 규모도 크게 감소했다. 지난 12일 미결제 약정 규모는 650만달러로 최근 5주 사이 최저 수준이었다. 17일에는 소폭 상승해 840만달러를 기록했지만, 지난달 28일의 2200만달러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규모다. 미결제 약정이란 아직 계약 만기가 되지 않아 고객이 상품(포지션)을 가지고 있는 상태를 뜻한다.

비트코인 선물상품 거래도 감소하는 추세다. 지난주 선물상품의 미결제 약정 규모는 1억7100만달러로 최근 두 달 사이 최저치였다. 3억3800만달러로 최고점을 찍었던 지난달 12일에 비하면 절반가량 감소했다. 거래량도 지난달 18일 11억달러로 최고치를 경신한 뒤 내림세로 돌아섰다. 6일에는 8800만달러로 최근 석 달 사이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17일 거래량은 2억1200만달러였다.

이처럼 비트코인 옵션상품과 선물상품의 거래량, 미결제 약정 규모가 감소하고 있다는 것은 투자자들이 옵션상품 같은 고위험 상품은 물론 현물이나 선물상품 거래도 기피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장 전체로 확산하는 거래량 감소

세계 최대의 암호화폐 옵션상품 거래소 데리비트(Derbit)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데리비트의 옵션거래량은 17일 5200만달러까지 떨어져 지난 1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데리비트 비트코인 옵션거래량.
데리비트 비트코인 옵션거래량.

지난 12일 비트코인 가격이 개당 7950달러에서 4850달러까지 39% 하락하면서 옵션상품 거래량은 2억4800만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만 이날 비트코인 가격 급락은 암호화폐 선물거래소 비트맥스(BitMEX)에서 발생한 자동 청산(forced liquidation)이 적잖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 글을 쓴 옴카르 고드볼 기자는 현재 보유하고 있는 암호화폐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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