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 ‘박사방’을 열어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을 대상으로 성착취 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는 ‘박사’ 조주빈이 25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으로 송치되기 위해 종로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출처=공동취재사진/한겨레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 ‘박사방’을 열어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을 대상으로 성착취 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는 ‘박사’ 조주빈이 25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으로 송치되기 위해 종로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출처=공동취재사진/한겨레

텔레그램에서 여성 성착취를 한 혐의를 받는 '박사' 조주빈(24)씨가 검거 전 회원들에게 다른 사람의 암호화폐 지갑주소를 공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좁혀오는 수사망에 혼선을 주기 위한 치밀한 의도였을 가능성도 있어보인다.

조씨는 지난 11일 한 텔레그램 그룹에서 ‘후원금(입장료)을 입금할 주소’라며 비트코인, 이더리움, 모네로 3종류의 암호화폐 지갑주소를 공지했다. 경찰 수사가 한창 속도를 내던 시기였다. 그러나 27일 코인데스크코리아의 추가 분석 결과, 이 가운데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지갑은 애초부터 조씨의 소유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두 지갑주소는 암호화폐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활발히 활동해온 이들이 몇해 전부터 인터넷에 공개한 것들로, 지갑 주인들은 모두 본인이 박사방과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비트코인 지갑 주인인 암호화폐 서비스 개발자 ㄱ씨는 코인데스크코리아와 통화에서 "조씨가 박사방에 공지한 비트코인 지갑주소는 2013~2017년 내가 주로 쓰던 지갑주소"라며 "수사망이 좁혀진 상태에서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 내 지갑주소를 도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ㄱ씨는 또 "'박사'가 뭔지 전혀 몰랐고, 그런 텔레그램 그룹에 들어가 본 적도 없다"며 관련성을 부인했다.

실제 박사방이 활동한 2018년 이후 이 지갑주소의 송수신 내역은 2018년 2건, 2019년 1건밖에 되지 않는다. 다른 기간 동안 활발하게 송수신이 이뤄진 데 견주면, 박사방과 관련성은 적어보이는 게 사실이다.

이더리움 지갑 주인은 암호화폐 블로거 ㄴ씨다. ㄴ씨는 코인데스크코리아에 "박사가 공지한 이더리움 지갑주소는 내가 사용하던 지갑"이라며 "(내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활발하게 활동한 사람이라 조씨가 내 지갑주소를 쓴 것 같다"고 말했다. ㄴ씨는 "조씨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고 엔(n)번방, 박사방에 한번도 들어가지 않았다. 나도 피해자다"라고 주장했다. 

경찰도 27일 조씨가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 인터넷에서 입수한 지갑주소를 공지한 것이라고 확인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조씨가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 가짜 지갑주소 2개를 올려놨다’고 얘기했다. 조씨가 평소 행적이 허풍이 심하다”며 “거래 내역 총액이 32억인데 조씨와는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다만, ㄴ씨의 지갑에서는 거액의 이더리움 흐름에 연결되는 등 매우 특이한 부분이 있다. 이 지갑은 지난 25일 코인데스크코리아가 보도한 32억원(8825이더) 규모의 수상한 자금흐름과 관련된 지갑이다. 이 지갑의 암호화폐는 암호화폐를 수천차례에 걸쳐 쪼개고 합치는 ‘믹싱앤텀블러’ 방식으로 분산됐다. 사법당국의 추적을 피하려는 이들이 흔히 쓰는 수법으로, 이렇게 ‘세탁’된 암호화폐는 국외 거래소로 이체됐다.

이와 관련해 ㄴ씨는 "2018년 컬러코인의 ICO(암호화폐공개) 집금계좌로 사용돼서 많은 자금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컬러코인은 국내 최초 ICO인 보스코인을 이끌었던 박창기 팍스데이터테크 대표가 두번째로 진행한 ICO다.

ㄴ씨는 또 "마이이더월릿(지갑 서비스 이름)에서 생성했던 이 지갑이 2018년 해킹돼 소유권을 잃어버렸다"면서 그 뒤로 탐지되는 거래 내역은 자신이 한 것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이후 일어난 거래 내역은 해커의 소행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후로도 이 지갑에서는 거래가 이어지면서 1천이더(현재가치 1억7천만원) 규모가 입금된 내역도 있다. ㄴ씨는 해킹 이후로는 이 지갑을 쓰지 않았다고 하지만, ㄴ씨가 사용했다는 마이이더월릿은 언제든지 비밀번호를 복구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기 때문에 왜 복구를 시도하지 않았는지 의문이 남는다.

ㄴ씨는 앞서 2017년에도 비트코인 지갑을 해킹당했다는 글을  한 온라인 암호화폐 커뮤니티에 게재한 바 있다. 지금까지 모두 두번의 해킹을 당했다는 뜻이다.

조씨가 공지한 암호화폐 지갑을 추적분석한 암호화폐 분석업체 크립토퀀트의 장병국 공동대표는 “ㄴ씨의 해킹 주장도 조사해볼만한 의혹점이 있고 해킹 이후 범죄에 사용됐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추가 확인이 필요한 부분은 수사해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암호화폐 거래소 및 구매대행업체 등의 협조를 얻어 조씨 및 박사방과 연관된 암호화폐 지갑을 수사하고 있다. 빗썸, 업비트, 코인원, 코빗 등 국내 4대 거래소에는 비트코인 주소 3개와 모네로 주소 4개로 입금된 내역을 요청했으며, 구매대행업체 비트프록시에는 비트코인 주소 5개, 이더리움 주소 5개, 모네로 주소 14개로 입금된 내역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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