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는 7~11년마다 대거 풀리는데, 달러 시스템은 영원할 수 있나
"돈이 무한히 늘어난다면, 우리는 왜 일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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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dley Keoun
Bradley Keoun 2020년 3월31일 10:00
창립 회원들: 1944년 브레튼우즈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한 이들은 미국 달러를 전 세계의 패권 통화로 인정하는 데 합의했고, 그렇게 탄생한 브레튼우즈 체제는 한 세기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출처=미국 국립 기록물 보관소 전쟁사 기록 / 세계은행
창립 회원들: 1944년 브레튼우즈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한 이들은 미국 달러를 전 세계의 패권 통화로 인정하는 데 합의했고, 그렇게 탄생한 브레튼우즈 체제는 한 세기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출처=미국 국립 기록물 보관소 전쟁사 기록 / 세계은행

코로나19와의 싸움은 각국 정부에는 전쟁을 치르는 것과도 같다.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정상뿐 아니라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와 미국의 대형 통신사 AT&T의 CEO도 코로나19와의 싸움에 들어가는 엄청난 노력을 전쟁에 비유했다. 의료와 보건 산업 인력을 총동원하고 마스크나 인공호흡기를 생산하기 위해 공장 생산 설비를 교체해야 하며, 사망자 급증에 따라 임시 영안실도 설치해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주 기자 회견 중에 자신을 ‘전시 대통령’으로 칭했다.

마치 전시 상황처럼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적 피해 규모가 막대해질 것이 분명해지고 있다. 지난주 미국에서 330만 명이 실업 수당을 신청했다. 도이치방크(Deutsche Bank)의 예측에 따르면 미국 전체 실업자 수는 1500만 명을 넘어설 수도 있고, 유럽도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 각국 정부는 넉넉하지 않은 살림에도 잇따라 수조 달러 규모의 코로나19 긴급 지원법안을 통과시켰다. 미국 연준을 비롯한 중앙은행들도 금융시장에 무제한에 가까운 지원을 약속했다.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인 미국 달러로 몰려들면서 신흥 시장의 화폐 가치는 하락했고, 이로 인해 빈곤국들이 받는 경제적 피해는 가중되고 있다.

망가진 경제를 다시 바로 세우고 사회를 원래 모습대로 되돌려놓기 위한 정부 당국의 고민이 시작되면서 세계대전 직후처럼 머지않아 글로벌 통화시스템에 대대적인 변화의 바람이 일 거란 추측도 나오고 있다.

지난 1944년, 미국 뉴햄프셔주 산 정상의 브레튼우즈(Bretton Woods)라는 스키 리조트에서 역사적인 회의가 열렸다. 이 회의 참가자들이 현재 통화시스템의 기틀을 닦았고, 리조트 이름을 딴 ‘브레튼우즈 체제’는 미국 달러가  한 세기 가까이 기축통화로 세계를 지배하는 토대였다.

국제통화기금(IMF), 뉴욕 연방준비은행(Federal Reserve Bank of New York), 유럽시스템리스크위원회(ESRB)의 자문을 맡았던 마커스 브루너마이어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경제학 교수는 “현시점에서는 어떠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달러의 세계 지배에 붙는 물음표

사실 코로나19 사태가 있기 이전부터 일부 경제학자들과 통화정책 담당자들 사이에는 달러 기반 시스템이 과연 2020년대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미국 연준이 국내 고용을 극대화하고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실시하는 통화정책이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각국의 달러 대비 통화 가치가 떨어질 때마다 물가 상승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이는 원자재나 제조업을 통해 생산한 제품을 수출하는 기업에는 호재일 수 있지만, 일반 소비자로서는 수입품 가격이 오르는 달갑지 않은 일이다. 또한, 석유, 구리, 금 등 많은 원자재 가격이 달러로 매겨져 있어 러시아, 브라질, 남아프리카의 원자재 생산 업체들이 외환시장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도 문제다.

세계 무역에서 달러가 가진 지배적인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ank of England)의 마크 카니 전 총재는 새로운 디지털 자산 기술을 토대로 한 ‘종합적 패권 통화(SHC)’ 개념을 제시하기도 했다.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인 중국이 세계 무역에서 널리 통용되는 것을 목표로 디지털 위안을 발행할 계획으로 알려졌고, 소셜미디어 업계의 거인 페이스북은 지난해 자체 결제 토큰 리브라(libra) 백서를 펴냈다. 여기에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출시된 비트코인도 또 다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채권운용사 핌코(Pimco)에서 포트폴리오 매니저를 거쳐 현재 아이트러스트 캐피탈(iTrust Capital)에서 수석 경제학자로 일하고 있는 팀 샤일러는 “결국 우리는 이 위기를 극복해 낼 것이다. 특정 국가의 경제에 귀속되지 않는 디지털 화폐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계획을 실현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트러스트 캐피탈은 퇴직연금 계정을 통해 암호화폐와 금 현물을 구매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연준의 달러 지원

경제 위기가 오면 연준은 이전에도 미국 시장에 깊숙이 개입한 적이 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은 양적완화(QE) 정책을 내놓고, 하늘에서 돈을 뿌리듯 달러를 적극적으로 공급해 ‘헬리콥터 벤(Helicopter Ben)’이라는 별명을 얻은 바 있다. 양적완화 정책이 실행된 이후 그해 8월부터 12월까지 단 몇 개월 사이 연준의 대차대조표 규모는 2배나 늘어나 2조 달러를 돌파했다. 그리고 그 후 몇해 동안 또다시 2배가 증가해 현재 미국 연준이 관리하는 자금의 규모는 총 4조 달러가 넘는다.

지난 23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시장을 부양하기 위해 채권을 무제한으로 사들이겠다는 전례 없는 정책을 발표했다. 은행, 월가 딜러, 기업들을 대상으로 2008년 양적완화 때처럼 긴급 대출 프로그램을 실시한다는 발표도 함께 나왔다. 스위스 바젤에 있는 국제결제은행(BIS)에서 2010년대 초 통화경제정책국장을 역임한 스티븐 세체티는 그렇게 되면 연준의 대차대조표가 단기간에 8조 달러 이상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말한다.

지난 25일 미 의회에서는 2조 달러 규모의 경제지원책에 관한 논의가 진행됐다. 투자분석 기업 에버코어(Evercore ISI)는 최근 보고서에서 3조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이 추가로 필요할 수 있다는 예측을 내놓았다. 미국 정부의 예산 적자가 급증할 것이 불 보듯 뻔한 가운데 연준이 급히 적자를 메우기 위해 미국 국채를 일부 사들일 가능성이 있다.

브랜다이스 대학교에서 국제경제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세체티는 “중앙은행이 전쟁 무기가 돼야 하는 상황”이라고 표현했다.

 

달러의 물가 상승 위협 

이처럼 시장 내에 대규모의 달러가 유입되고 있지만, 미국 달러는 최근 몇주 사이 강세를 보이며 3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급등했다. 덕분에 물가 상승이 억제됐으며, 경기가 침체된 만큼 당분간 물가가 오를 가능성도 작아 보인다.

하지만 연준에서 시중에 수조 달러를 풀게 되면 결국에는 물가가 오를 수밖에 없다. 여기에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일어난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 시위처럼 대규모 경기부양책이 대형 은행과 부유층에만 초점을 맞추고 인구의 대다수인 중산층과 저소득층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거의 없다는 비난이 나올 수도 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미국 이외의 각국 중앙은행들은 글로벌 통화시스템에서 미국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을 더욱 강하게 할 수 있다.

블록체인 전문 투자자문그룹 록트리 캐피탈(RockTree Capital)의 CEO 오메르 오즈덴은 “주요 경제국 중 최소 2곳 이상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어떤 입장을 취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중국의 경우 자체적인 계획에 따라 브레튼우즈 스타일의 글로벌 체제에서 탈피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믿을 없는 세계, 믿을 없는 시스템

1970년대 말부터 1990년대 말까지 연준 국제금융국을 감독했으며, 지금은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PIIE)의 선임연구원인 에드윈 트루먼은 44개 연합국이 참석했던 브레튼우즈 협정과 같은 협정이 글로벌 통화 체계에서 또다시 생겨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자신만만하고 자유분방한 스타일과 최근 몇 년간 갑작스레 내놓은 보호주의 정책들로 미국과 유럽 내 여러 동맹국의 사이는 이미 소원해졌다. 국경장벽 건설 계획을 놓고 멕시코와도 긴장이 고조됐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벌이며 중국을 강도 높게 비난한 데 이어, 최근에는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중국 바이러스’라고 부르기까지 했다.

“2008년 금융위기 때와는 달리 국가 간 협력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지금 가장 큰 어려움으로 작용하고 있다. 시스템에 큰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선 우리 모두의 폭넓은 동의와 자립이 필요하다.” -에드윈 트루먼,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영국 맨섬에 있는 암호화폐 투자사이자 상장사인 KR1의 공동설립자 겸 CEO 조지 맥도너는 현 통화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비난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헬리콥터 머니’ 정책을 펴는 이유를 선뜻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7~11년마다 한 번씩 시장에 위기가 닥치면 중앙은행이 서둘러 큰 폭으로 금리를 내리고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는 일은 이제 당연한 해결책이 되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연준이 시장에 쏟아부은 수조 달러의 자금은 그 후 몇 년이 지나도 달러의 시장지배력을 약화시키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다를 수 있다.

“어느 날 누군가 TV에 나와 “우리는 돈을 무한정 가질 수 있다”고 말한다면 그걸 바라보는 누군가는 ‘나는 그렇다면 대체 지난 40년 동안 왜 그렇게 힘들게 일한 걸까?’하고 생각할 것이다.” - 조지 맥도너, KR1 공동설립자 겸 CEO

·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 Translated by NewsPepperm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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