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TF가 옳았다
[기자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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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철 기자
김병철 기자 2020년 4월7일 07:00

코인데스크코리아가 '박사' 조주빈씨의 비트코인 지갑을 추적한 결과, 지금까지 파악한 범죄수익은 약 1억원에 달한다. 이 자금은 자금세탁 수법인 ‘믹싱앤텀블러’를 거친 후 바이낸스 등 여러 국외 거래소로 흘러 들어갔다.

 1억원은 조씨가 벌어들인 범죄수익의 일부일 뿐이다. 조씨는 추적을 피하기 위해 수많은 암호화폐 지갑과 텔레그램방을 사용했다. 지갑은 2~3일 정도 사용한 후 버렸고, 운영한 텔레그램방은 30여개에 달한다. 아직 드러나지 않은 텔레그램방과 암호화폐 지갑이 더 많다는 얘기다.

 게다가 1억원엔 조씨가 주로 사용한 ‘다크코인’ 모네로 범죄수익은 포함되지 않았다. 조씨가 얼마나 많은 모네로를 모았고, 어디에 숨겨놨는지는 그밖에 모른다. 경찰이 조씨의 집에서 압수한 휴대폰 9개, USB 등 디지털증거물 20여점에 힌트가 있을 수 있다.

 대학에서 정보통신학을 전공한 조씨가 IT기술에 상당히 능숙한 편이지만, 전문 해커 수준의 범죄자라고 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그가 범죄수익을 감쪽같이 숨길 수 있는 건 현재 암호화폐가 자금세탁에 너무 용이하기 때문이다. 조씨가 자금을 은행계좌로 받았다면 검거가 훨씬 빨랐을 것이다.

 이는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암호화폐 자금세탁방지 규제에 앞장서는 이유다. G20은 2018년 FATF에 제도 마련을 요청했고, FATF는 2019년 이를 반영해 국제기준을 개정했다. 암호화폐 거래소 등 가상자산 사업자는 각국 정부에 등록하고, 은행에 준하는 자금세탁방지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한국에선 관련법이 2021년 3월부터 시행한다.

 범죄에 사용된 암호화폐는 언젠가 현금화를 위해 거래소를 거칠 수밖에 없다. 전세계 거래소가 금융당국의 규제 안에 들어오고, 이용자 실명확인을 철저히 하면 제2, 제3,… 제n의  조주빈이 암호화폐로 범죄수익을 받는 일은 줄어들 것이다.

 조씨는 자신의 변호사에게 "돈을 벌려고 한 행동"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좀 더 일찍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가 이루어졌다면 n번방 사건을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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