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드러난 불평등의 민낯 앞에서
[칼럼] 디지털 격차와 ‘너무 어려운’ 블록체인 기술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송인근
송인근 2020년 4월14일 07:00
출처=cottonbro/Pexels
출처=cottonbro/Pexels

 세계적인 유행병이 된 코로나19는 미국도 비켜가지 않았다.

 오히려 미국은 ‘세계 최강, 최고의 부자 나라’ 같은 수식어가 무색할 만큼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입었다. 고장 난 의료보험 제도와 병원 시스템은 급증하는 환자를 수용하지 못하고 이내 마비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은 일선 병원에 인공호흡기나 의료진이 써야 할 보호 장비를 지급하는 데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력히 시행하는 데도 방해만 됐다. 그 결과 서울보다 인구가 적은 뉴욕시의 코로나19 사망자는 어느덧 1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속절없이 늘어나는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 숫자도 놀랍지만, 코로나19로 드러난 미국 사회의 심각한 불평등은 더 충격적이다. 전체 국민의 8.8%인 2850만명이 의료보험이 없고, 보험 없이 코로나19 치료를 받았다가 4천만 원 넘는 치료비가 청구된 환자 이야기가 뉴스에 나왔다. 미국은 “가난한 사람은 절대 아프면 안 되는 나라”다.

 그런데도 소득 불평등, 부의 불평등은 1980년대부터 악화일로다. 미국에서 부자 10%를 제외한 90%의 국민은 돈을 한 푼도 저축하지 못한다는 통계가 있다. 절약할 줄 몰라서 그런 게 아니다. 저축할 여유가 도저히 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코로나19로 경제 활동이 전면 중단되면서 실업자가 급증했다. 평소 일주일에 30~40만건이었던 실업수당 신청 건수는 20배 가까이 늘어나 지난 3주 동안1700만건이 접수됐다.

 교육 불평등도 심각하다. 미국 사회는 소득 불평등이 교육 불평등을 낳고, 교육 불평등이 계층 이동의 사다리를 없애는 악순환이 벌써 몇십년 반복됐다. 여기에 이른바 디지털 격차(digital divide)로 불리는 또 다른 불평등의 단면이 교육받을 기회마저 제한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많은 학교가 온라인 화상회의 앱인 줌(zoom)을 통해 원격으로 수업을 진행하는데, 정작 미국에는 원격 강의에 필요한 컴퓨터, 태블릿 같은 기기가 없거나 집에서 인터넷에 접속하지 못하는 학생이 너무 많다. 지난해 퓨리서치 센터의 조사 결과를 보면, 미국에서 가계 소득이 연 3만 달러 이하인 저소득층의 경우 스마트폰 보급률이 71%밖에 안 된다. 집에 인터넷이 없는 가정도 44%다. 실제로 로스앤젤레스를 포함한 캘리포니아주 LA 카운티에서는 코로나19로 진행한 온라인 수업에 결석한 학생의 비율이 18%나 됐다.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 블록체인 업계도 다양한 아이디어를 냈다. 이더리움의 대체불가능토큰(NFT)을 활용해 디너 채권(Dinner Bonds)이라는 일종의 상품권을 파는 것도 아이디어 자체는 참신하다.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영업을 중단한 레스토랑들이 지금 고객에게 채권을 75달러에 팔고, 코로나19가 잠잠해져 다시 식당 문을 열게 되면 그때 채권을 100달러어치 상품권으로 바꿔준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 채권을 대체불가능토큰이라는 너무도 낯선 방식으로 발행해야 한다는 데 있다.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레스토랑 사장님께 디너 채권 이야기를 했더니 “아이디어는 좋은데 꼭 블록체인으로 그걸 해야 하는 거냐”는 답이 돌아왔다. 그러고 보니 ‘꼭 블록체인이 아니어도 되는’ 아이디어였다. 디지털 격차 때문에, 또 사람들에게 새로운 기술이 여전히 낯선 탓에 보급이 쉽지않은 모양새다.

 코인데스크코리아에 번역 기사를 소개하면서, 세상의 많은 일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면 어떨까?’ 같은 질문을 던지며 활용사례(use case)를 찾아왔다. 그러나 코로나19로 드러난 불평등이라는 민낯 앞에 서보니, 활용사례를 찾기 전에 블록체인기술을 구현할 수 있도록 사회의 격차를 줄이고 기반을 닦는 일이 더 중요해 보인다. 인터넷에 접속할 수 없어서, 또는 집에 태블릿이나 컴퓨터가 없어서 줌으로 진행하는 학교 수업을 듣지 못하는 학생에게 줌보다 보안이 뛰어난 블록체인 기반 탈중앙 화상회의 앱은 아무런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제보, 보도자료는 contact@coindeskkorea.com으로 보내주세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