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셔터스톡
출처=셔터스톡

한자로 ‘위기(危机)’라는 단어는 각각 ‘위험’과 ‘기회’를 나타내는 두 글자의 조합으로 구성됐다. 단어 자체에 대한 평가를 떠나, 중국과 중국 공산당, 그리고 시진핑 국가주석에겐 지금이 큰 기회라는 게 나의 평가다. 한편, 현존하는 세계 질서와 그 안에서 미국의 역할에는 큰 위기 상황이다.

현존하는 세계 질서는 자본주의의 성장과 민주주의의 확산으로 대표되는 미 제국주의 및 헤게모니의 시대에 형성됐다. 20세기 중반부터 이어진 이 시스템 안에서 미국은 무역 루트를 통제하고 군사력을 확대했으며, 글로벌 기축통화인 달러라는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것을 손에 넣었다. 

코로나바이러스 이후의 세계에서 미국은 자유 세계의 지도자로서의 지위를 잃을 위험에 처했다. 더불어 더는 헌법에 짜여진 일련의 이상을 외치기도 어려워졌다. 이 이분법의 반대편엔 세계 최대의 신흥 강자인 중국, 그리고 권위주의적인 중국 자본주의 시스템이 자리하고 있다.

 

시진핑의 대 코로나19 전쟁

처음엔 중국공산당 또한 누가 보더라도 코로나19라는 재난 앞에 비틀댔다. 중국 정부는 코로나19와 관련해 말하려는 사람들의 입을 막았고, 확진자 및 사망자 관련 데이터를 대놓고 숨겼으며, 여전히 그러고 있다. 국제 보건 기구 직원들의 입국 또한 거부했다.

코로나19가 퍼져나가자 자오리젠 중국 외무부 대변인은 팔로어가 30만명이 넘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지난해 10월 우한을 방문한 미군이 중국에 바이러스를 퍼뜨린 것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공산당 지휘 아래의 매체들이 이같은 주장을 반복적으로 퍼날랐다.

미 국무부는 주중대사를 본국으로 소환해, 자오 대변인의 이같은 행동을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국무부는 “마이클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지난달 16일 양제츠 중국공산당 정치국 위원과 전화 통화를 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코로나19 확산 책임을 미국으로 돌리려는 중국의 행위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고 밝혔다. 

나아가 중국공산당의 선전 조직은 이번 전염병을 그 어떠한 지역적 묘사가 덧붙은 이름 대신 ‘코로나19(COVID-19)’로 명명하기 위해 온 힘을 다했다. 중국공산당은 서구의 좌파 정치 세력과 미디어라는, 언제나 문화적 단결을 추구하는 두 집단을 우군으로 삼았다.

미국의 정치적 양극화는 코로나19를 좌우 대결 이슈로 만들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라는 적대적 용어로 호칭하면서 좌파 성향 평론가들의 비웃음을 샀다. 트럼프는 또한 초기 대응 실패로 큰 원성을 샀고, 이가 다 빠진 상태로 위기 상황을 겨우 모면하고 있다.

전염병의 세계적 명칭을 정할 때 중국을 완전히 지워내는 것은, 중국이 이번 확산의 초기 진원지로서 자기 역할을 분리하고, 전 세계의 방어군이자 의료 장비 공급자로서 강력한 내러티브로 그 자리를 메우려는 전략의 핵심 부분이다.

다른 한편, 중국공산당은 도시와 경제를 완전히 봉쇄하고, 강제적·의무적인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시하는 등 강력한 수단을 동원했고, 결과적으로 전 세계가 치명적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을 한 달 이상 벌어주기도 했다. 중국공산당과 시진핑은 상황이 심각하다고 인지하자마자 결단력과 권위를 동원해 자가격리 실시 및 공중 행사 취소, 마스크 착용 의무화 등 전염병 각본을 실행에 옮겼다는 것이 여러 언론 매체의 평가였다.

“중국공산당의 통제력과 결단력, 실행력은 지금과 같은 시기에 미국식 모델과 완전한 대비를 이루고 있다.” 

스프레드시트와 지수 함수에 대한 기본적 이해만 있어도 당시 코로나19 확산 위험성이 매우 높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세계의 리더’ 미국을 포함한 서구 국가 정부들은 중국 사례에서 교훈을 얻는 데에 실패했다.

미국은 환자 및 사망자 발생에 대응하기 위한 자원을 내부적으로 할당하는 것조차 제대로 못 했다. 반면, 중국은 의료 기구 및 용품을 생산해 해외로 수출해 나갔다. 그리고 외교관, 중국공산당의 공식·비공식 대외 홍보 채널, 국내외 매체, NGO 등을 총동원해 매우 강력한 선전이 이뤄졌다. 중국공산당의 미디어 전략은 이같은 원조를 널리 퍼뜨려 필요한 곳에 신뢰를 형성하는 형태로 만들어졌고, 이를 통해 매우 구체적 이미지들이 그려졌다.

인터넷을 통해 그려진 이 그림을 충분히 멀리 떨어져 바라보자. 세계 권력의 한쪽이 바이러스와 겨우 싸워내며 기울어가는 동안, 다른 한쪽은 내부에서 바이러스를 막아낸 것은 물론 리더십을 밖으로 뻗쳐 세계 각국 인민의 목숨을 살려내며 부상하는 모습이 눈에 띌 것이다.

 

부활의 꿈

에번 오스노스는 저서 야망의 시대-새로운 중국의 부, 진실, 믿음에서 2012년 약 10년만에 중국에 돌아가 관찰한 것중 가장 놀라웠던 점을 묘사한다. 중국 문화에서 ‘야망(野心)’이라는 단어에 대한 해석에 큰 변화가 있었다는 점이었다.

이 단어를 문자 그대로 해석한다면 ‘야생 그대로의 마음’ 정도가 될 것이다. 에번 오스노스는 이 단어가 이전까지는 '백조 고기를 먹으려 드는 두꺼비’라는 옛 속담처럼 흉포한 방종과 터무니없는 기대를 뜻했다고 전한다. 그런데 약 10년이 지나 중국에 돌아와 보니, 야심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매우 크게 달라져 있었다. 어린이 도서나 성인들을 위한 자기계발서, TV 프로그램과 토크쇼, 그리고 뉴스에서까지 모두가 ‘야망’의 정신을 부추기기 시작했다고 오스노스는 전한다.

중국은 대부분의 인류 역사에서 세계의 가장 강력한(때론 유일한) 권력자 가운데 하나였다. 지난 30년간 중국의 성장은 전체 역사를 본다면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당시 상황에 비춰 본다면 매우 큰 규모의 성장이 맞긴 하다. 그러나 1872년 미국도 1인당 연간 소득 3000달러의 국가였고, 그것이 7000달러에 도달하는 데에는 그로부터 약 60년이 걸렸다는 점을 주목하자. 중국은 2000년과 2007년 사이 단 7년만에 이를 이뤄냈다.

중국이 세계 2번째 강국으로 성장한 것은 너무 갑작스런 일이어서, 장기 차트에는 제대로 드러나지도 않는다. 1978년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이 중국공산당 정부를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그로부터 단 40년만에 중국은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경제 규모를 이뤘고, 세계 (경제) 성장을 이끄는 엔진이 됐다.

최근 몇년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군사력을 과시하며 필리핀과 베트남 등 인접 국가들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군사 활동이 전반적으로 증가했고, 분쟁 해역에 인공섬을 만들어 군사 및 산업 기지를 건설했다. 역사적으로 세계 권력은 주요 무역 거점에 군사력을 우선 확장했고, 중국의 패턴도 이와 다르지 않아 보인다. 중국공산당은 세계 무대에서 커져가는 자신의 힘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

중국의 가장 뛰어난 현대 작가 루쉰의 글이다. “희망이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希望本无所谓有,也无所谓无,这就像地上的路,其实地上本没有路,走的人多了,也便成了路)

전쟁, 국면 변화, 힘의 균형 이전 등 지정학적 관계의 주요한 변동은 대개 부채 위기와 같은 대규모 경제 붕괴와 동시에 일어난다는 것이 역사학자들의 중론이다. 역사가 보여주듯이 정치와 권력과 경제는 언제나 밀접하게 맞물려 돌아간다. 코로나19는 중국공산당에 분명 기회다. 

 

지켜낼 가치가 있는 시스템

자본주의, 그리고 자본주의와 함께 잘 작동하는 정부 시스템은 인류를 빈곤에서 구원하고, 부의 총량과 기회의 배분을 역사상 가장 잘 수행했던 훌륭한 시스템이었다. 오늘날 인류는 그 어느 시대보다 행복하고 건강하며 덜 폭력적이면서도 더 부유하고 더 나은 방식의 삶을 살고 있다.

이같은 성공은 인류가 직립보행을 시작한 이래 상하로 가장 폭넓게 돌아가고 있다. 자유와 해방, 자본주의, 언론의 자유와 시장의 자유 등으로 대표되는 서구 자유주의는 인류에게 스스로를 표현하고 적절하다고 판단하는대로 행동하는 전에 없던 능력을 선사했다. 이는 역사상 가장 큰 생활 수준 개선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동쪽에서 중국식 국가 자본주의라는 새로운 모델이 등장했고, 이 새로운 모델을 위한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미국인들은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 안에서 다양한 이점을 누려 왔다. 세계 기축 통화의 발행국이라는 지위 덕분에 미국은 주기적으로 부를 창출하는 메커니즘을 강화했고, 세계 다른 모든 국가들보다 강력한 내구력을 가질 수 있었다. 달러 보유고는 군사력과 더불어 미국의 가장 강력한 도구다. 그러나 중국의 디지털 화폐와 같은 계획은 이를 위기에 처하도록 만들 수 있다.

중국 공산당의 통제력과 결단력, 그리고 실행력은 지금과 같은 시기에 통일성 없고 혼란스러우며 우물쭈물대는 미국식 모델과 선명한 대조를 이룬다. 


테디 푸사로 비트와이즈 COO. 출처=코인데스크
테디 푸사로 비트와이즈 COO. 출처=코인데스크

이 글을 쓴 테디 푸사로(Teddy Fusaro)는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암호화폐 자산운용사인 비트와이즈 자산운용의 최고운영책임(COO)이다. 그는 골드만삭스에서 경력을 시작했고, 지난 수십년간 대체 자산 운용 회사들에서 경영 및 리더 역할을 해 왔다.

 

번역: 정인선/코인데스크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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