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브라, ‘글로벌 단일 코인’ 포기…개방형체인도 물러서
법정화폐에 개별 연동 스테이블코인 개발로 방향 선회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Brady Dale
Brady Dale 2020년 4월17일 20:00
전 세계 규제 당국의 요구에 굴복한 걸까? 리브라연합이 리브라 출시 계획을 수정했다. 사진은 지난해 칼리브라의 블록체인 총괄 데이비드 마커스가 미국 의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답변하는 모습. 출처=미국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전 세계 규제 당국의 요구에 굴복한 걸까? 리브라연합이 리브라 출시 계획을 수정했다. 사진은 지난해 칼리브라의 블록체인 총괄 데이비드 마커스가 미국 의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답변하는 모습. 출처=미국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리브라연합이 복수의 법정화폐에 연동해 단일 글로벌 화폐를 개발한다는 프로젝트의 기본 방향을 전격 수정했다. 각각의 법정화폐에 개별적으로 연동한 스테이블코인을 여러개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전 세계 규제 당국의 우려를 의식한 조처로 풀이된다. 이로써 미국 달러에 연동한 리브라 코인, 유로에 연동한 리브라 코인 등 각기 다른 종류의 스테이블코인이 출시될 전망이다. 리브라연합은 16일 수정된 백서를 통해 바뀐 계획을 발표했다.

그렇다고 복수의 화폐에 연동한 단일 통화를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완전히 버린 건 아니다. 다만 여러 종류의 법정화폐에 직접 연동하는 대신 달러, 유로 등 각각의 법정화폐에 연동한 개별 스테이블코인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 통화 바스켓에 새로운 통화를 추가하거나 삭제하면 이에 연동한 다른 디지털 토큰을 발행하거나 폐기해야 하므로 리브라의 통화 유연성은 상당히 제한될 수 있다.

리브라연합의 이러한 방향 선회는 전 세계 규제 당국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결단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페이스북이 리브라 백서를 공개한 이후 각국 정부 및 중앙은행은 리브라 프로젝트가 통화 주권을 위협한다며 강하게 비판해왔다.

지난해 6월 백서를 처음 공개한 이후 지금까지의 여정은 참 쉽지 않았다. 전 세계 규제 당국의 강한 우려 속에서 ‘어떻게 하면 디지털 결제와 디지털 통화를 적절히 규제할 수 있을까?’라는 주제를 진지하게 고민해왔다. 이번 결정은 이러한 고민의 결과로 볼 수 있다.” - 단테 디스파르테, 리브라연합 정책·커뮤니케이션 총괄

리브라연합이 지난해 6월 백서를 공개할 때만 해도 28개 기업과 단체가 창립회원으로 참여할 예정이었다. 신용카드 업체를 비롯해 기술 대기업, 벤처캐피털 등 다양한 업체가 창립회원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전망됐다. 이들은 페이스북이 구현하는 블록체인 기반 글로벌 결제 네트워크라는 목표 아래 뭉쳤다. 리브라연합은 특히 개발도상국의 금융 소외층도 각종 금융 서비스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선진국의 반응은 줄곧 부정적이었다. 프로젝트 중단을 요구할 만큼 거센 반발이 일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규제 당국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리브라연합이 프로젝트 방향을 수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파이낸스FWD, 디인포메이션 등의 매체는 지난 1월과 3월 “리브라연합은 올해 초부터 프로젝트 전략 수정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리브라연합 대변인은 “리브라 코인을 올해 안으로 출시한다는 목표에는 변함이 없다”고만 말해왔다.

 

리브라의 새로운 관점

이제 리브라는 각각의 법정화폐에 연동한 스테이블코인을 잇달아 출시함으로써 개인 간에, 또 국제적으로 기존의 통화를 좀 더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는 데 치중할 계획이다.

페이스북이 16일 공개한 수정 백서의 요약본에는 리브라 프로젝트를 향한 전 세계 규제 당국의 우려에 충분히 공감한다고 명시돼 있다.

“리브라 프로젝트의 목표는 기존의 법정화폐를 보완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들 법정화폐와 경쟁 구도를 형성하겠다는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다. 하지만 리브라 코인 자체가 복수의 통화에 연동된 특징 탓에 리브라 네트워크 규모가 일정 수준 이상을 넘어서고 국내 결제 규모가 커지면, 각국의 통화 주권과 통화 정책에 상당한 위협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따라서 기존 리브라 코인에 더해 단일 통화에 연동한 스테이블코인을 추가로 개발함으로써 리브라 네트워크를 보완해나갈 계획이다.” – 리브라연합 수정 백서 요약본

수정 백서는 미국 달러와 유로, 영국 파운드, 싱가포르 달러에 각각 기반한 여러 리브라의 예시를 들고 있다. 리브라연합의 디스파르테 부회장은 “각각의 스테이블코인은 모두 그 가치가 담보되는 고품질 자산 및 단기 국채 보유고에 연동될 것"이라며 "이러한 모델이 각국 중앙은행과 공공기관에 대한 접근성을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복수 통화에 연동된 리브라 코인 개발은 유지하지만, 이같은 스테이블코인들의 조합에만 근거하게 된다는 뜻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이나 지난 2018년 국가 간 결제 보완용 통화를 기치로 내걸고 출시된 스테이블코인 사가(Saga)를 모방했다고 볼 수도 있다.

“우리가 개발 중인 리브라 코인은 단일 통화에 연동한 스테이블코인과 독립된 형태가 아니다. 리브라 코인은 국가 간 결제에 효과적으로 사용될 뿐 아니라 단일 통화에 연동한 스테이블코인이 아직 없는 국가의 개인과 기업이 중립적인 형태로, 화폐 변동성에 대한 우려 없이 이용할 수 있는 통화로 거듭날 것이다.” - 단테 디스파르테

익명을 요구한 실리콘밸리의 암호화폐 투자자는 “스테이블코인의 성공 가능성은 이미 입증됐다”며 이더리움의 주요 활용 사례로 스테이블코인의 이동을 꼽았다.

“달러 같은 주요 법정화폐의 디지털화는 이미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디지털 통화 발행 역량이 다소 부족한 일부 국가의 경우 리브라연합 같은 단체에 위임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편이 낫다고 본다. 자체적으로 무리하게 진행했다가 미국 의료보험 제도처럼 실패로 끝나버릴 수 있다. 더욱 문제가 되는 건 코로나19 이후 제로금리 여파로 전 세계 경제가 휘청대는 상황에서 각국의 디지털 통화 프로젝트에 참여하던 업체들이 그대로 남아있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다.”

 

허가형 블록체인 유지

이와 함께 수정된 백서에는 개방형(permissionless) 블록체인 도입에 관한 내용이 삭제되었다. 이에 따라 리브라 네트워크는 노드로 참여하는 모든 회원사의 신원이 공개되는 형태를 그대로 유지한다. 이것도 규제 당국의 요구에 맞춰 한발 물러선 조처로 풀이된다. 지난해 6월 공개한 백서에는 리브라연합 회원사들이 통제하는 허가형 네트워크로 시작하되, 출시 후 5년 안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개방형 네트워크로 전환한다는 계획이 명시돼 있었다.

“각국 규제 당국은 리브라 네트워크의 관리 기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왔다. 특히 허가받지 않은 참여자들이 시스템 전체를 장악해 핵심 의무 규정을 삭제해버릴 위험에 강력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리브라연합 수정 백서 요약본

“우리가 제안하는 개방형 모델은 시스템의 장점만 선별하되 노드 참여자가 누구인지 명확하게 공개하는 형태다. KYB(Know-Your-Business), 즉 참여사 신원 확인이 철저히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 단테 디스파르테

수정 백서는 또 새로운 로드맵에 따라 개인이나 등록되지 않은 업체는 네트워크 참여를 철저히 제한함으로써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규정 권고안을 충실히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백서에는 “리브라 네트워크는 네트워크 잔액 및 거래 한도를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의 규정에 맞게 유지할 것이며, 가상자산서비스 제공업체(VASP)만 네트워크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는 지난해 6월 리브라 백서가 처음 공개된 지 3일 만에 암호화폐 사업 관련 공식 지침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렇게 네트워크 이용을 제한하는 것은 모두에게 금융 서비스 이용 기회를 확대하겠다는 리브라 프로젝트의 기본 목표와 어긋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사업 승인을 위한 절차

프로젝트 전략 수정과는 별도로 리브라연합은 현재 사업을 승인받기 위해 절차를 밟고 있다.

디스파르테 부회장은 “사업 허가를 얻기 위해 스위스 금융시장감독청(FINMA)에 신청서를 제출하고 관련 절차를 시작했다”며 “FINMA의 승인이 떨어지면 각종 통화 및 금융 서비스 사업을 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리브라 프로젝트를 심사하는 FINMA의 접근 방식은 다소 특이했다. 이들은 리프라 프로젝트의 규제 및 감독과 관련해 별도 조직을 꾸려 전 세계 규제 당국의 목소리를 최대한 효과적으로 반영하고자 노력했다. 이를 통해 FINMA는 이러한 유형의 프로젝트는 어떤 식으로 관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에 매우 효과적으로 도달할 수 있었다.” - 단테 디스파르테

이와 함께 리브라연합은 미국 재무부 산하 금융범죄단속국 핀센(FinCEN)에도 화폐서비스사업자(MSB)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미국에서 화폐 거래 및 전송 서비스를 시작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블록체인 시스템을 고수하는 이유

이러한 로드맵 수정에도 불구하고 리브라 네트워크의 기술적 요소엔 변함이 없다.

“프로젝트의 방향이 일부 변경되긴 했지만, 블록체인 기반의 네트워크를 출시한다는 기본적인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 지속적인 블록체인 기술 개발을 통해 리브라 네트워크에 대한 진입 장벽을 최대한 없애 궁극적으로 오픈소스 형태로 나아갈 것이다.” - 단테 디스파르테

대다수 업계 관계자들은 굳이 개방형 블록체인을 채택하지 않는다면 중앙에서 모든 것을 관리하는 전통적인 시스템이 오히려 낫다고 입을 모은다. 이는 비트코인 코어 개발자 지미 송이 몇 년째 주장해온 내용이기도 하다.

“페이팔(PayPal)은 수년 전 벤모(Venmo)를 인수했지만, 페이팔 사용자는 여전히 벤모 사용자에게 돈을 지불할 수 없다. 호환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리브라연합이 블록체인 시스템을 고수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블록체인 기반의 리브라 네트워크를 이용하면 언제, 어디서든 P2P(개인 간) 방식으로 결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기술 표준으로는 전혀 불가능한 일이다. 이러한 P2P 결제 방식은 오직 블록체인으로 설계된 구조에서만 가능하다. 따라서 보안에 대한 위험이 전혀 없는, 확장성 있는 P2P 결제 네트워크는 리브라 시스템의 가장 획기적인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 단테 디스파르테

지난해 리브라 백서가 처음 공개된 후 코인데스크는 암호화폐 업계 주요 인사들과 인터뷰를 통해 리브라 네트워크의 향배에 관한 의견을 물었다. 당시 유명 암호화폐 투자자 나발 라비칸트가 언급한 내용은 지금의 전개 상황과 매우 유사하다. “리브라는 주권 통화에 대항하는 암호화폐가 아니기 때문에 일반적인 암호화폐로 남아있지는 않을 것이다.”

·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 Translated by NewsPeppermint.

제보, 보도자료는 contact@coindeskkorea.com으로 보내주세요.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