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에 대한 여행규칙이 당장은 의무화 되지 않을 가능성이 금융 당국 관계자로부터 제기됐다. 사진은 정부서울청사 내 금융위원회. 출처=연합뉴스
암호화폐에 대한 여행규칙이 당장은 의무화 되지 않을 가능성이 금융 당국 관계자로부터 제기됐다. 사진은 정부서울청사 내 금융위원회. 출처=연합뉴스

암호화폐 업계가 우려하는 여행규칙(트래블룰, 전신송금 시 정보제공)이 한국에서 당장은 의무화 되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 관계자는 24일 코인데스크코리아와 전화통화에서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령에 여행규칙을 넣는 건 고민해봐야 한다. 여행규칙을 안 넣은 나라도 있다"라고 말했다.

FATF 회원국들은 지난해 나온 '가상자산 자금세탁방지 국제기준'을 반영해 저마다 법제 개정을 진행중이다. 그러나 아직 실행 가능성이 불투명한 여행규칙은 의무화하지 않은 나라가 있는 만큼, 한국도 여행규칙 규제 도입이 확정적이라 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여행규칙이 의무화되면 가상자산 사업자는 암호화폐 거래 송신인과 수신인의 정보를 모두 파악하고, 이를 저장하다가 규제당국이 요구하면 즉각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FATF 국제기준엔 여행규칙이 담겨 있지만, 업계에선 여행규칙을 구현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란이 많다. 많은 암호화폐 기업들이 여행규칙을 해결하기 위해 여러 솔루션을 내놓고 있지만 완벽한 해법을 내놓은 곳은 아직 없다.

이 관계자는 "업계와 기술 솔루션이 어느 정도까지 돼 있는지를 제로베이스에서 협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기존 금융산업과 여러 면에서 다른 암호화폐 산업에 여행규칙을 그대로 적용하는 게 쉽지 않음을 FIU도 인지한 것이다.

FATF는 가상자산 국제기준을 발표한 지 1년이 지나는 오는 6월 회원국의 이행 실태를 점검(Review)하고, 현실에 맞게 국제기준을 수정할 예정이다. 내년 개정 특금법 시행(2021년 3월25일) 전까지 관련 시행령을 마련해야 하는 FIU도 이 수정안을 적극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는 2020년 2월16일~21일 프랑스 파리에서 총회를 열었다. 출처=FATF 페이스북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는 2020년 2월16일~21일 프랑스 파리에서 총회를 열었다. 출처=FATF 페이스북

FIU, 시행령 개정 TF 구성

FIU는 가상자산 내용을 담은 특금법 시행령 개정을 위해 여러 활동을 펼치고 있다. 2019년 11월 발주한 '여행규칙 이행 방안과 가상자산 사업자 범위' 등에 대한 연구 용역 보고서를 최근 받았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참여하는 시행령 개정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오는 28일엔 업계 의견을 듣는 비공개 간담회도 연다. FIU 관계자는 "시행령을 만들 때 관계부처와 모든 이해 당사자의 의견을 수렴하는 게 당연한 행정절차"라며 "업계 의견도 충분히 듣겠다"고 말했다. 그는 "민간과 긴밀하게 협의하라는 게 FATF의 기본 정신"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FATF는 2월 총회에서 여행규칙의 이행을 위해 민간 전문가 그룹과 지속적인 협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28일 간담회엔 금융위 인가를 받은 핀테크산업협회와 인가 신청 중인 블록체인협회가 참여한다. 또한 두 협회 회원사 중에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 등 소수가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암호화폐 업계 관계자는 "6~7곳 정도 참석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FIU는 간담회에서 특금법이 시행령에 위임한 △자금세탁방지 의무 부과대상 가상자산 사업자의 범위 △법 적용 대상 가상자산의 범위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서비스(실명가상계좌) 개설 기준 등에 대한 업계의 의견을 청취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조주빈씨가 텔레그램 '박사방' 입장료로 받은 모네로 등 프라이버시코인(다크코인)의 상장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질 수도 있다. FIU는 특금법이 개정되기 전인 지난해 9월에도 간담회를 통해 특금법에 대한 업계 의견을 수렴한 바 있다. 

한편, 국회 정무위원회는 2019년 11월 특금법 개정안을 의결하면서 '금융위는 시행령 입안 과정에서 실명가상계좌 개시 조건을 국회와 긴밀히 협의한다'를 부대의견으로 넣었다. 당시 일부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의 전신) 의원들이 '특금법 시행 후 실명가상계좌를 못받은 암호화폐 거래소가 대거 퇴출되면서 국내 암호화폐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며 요구한 결과였다. 그러나 이 의원들은 다음달 말 임기를 시작하는 21대 국회에 입성하지 못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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