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낸스KR에 묶인 돈 있냐고요?
[김동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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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 기자
김동환 기자 2020년 4월28일 07:00

살다보면 누구에게나 영화 같은 일들이 벌어질때가 있다. 물론 영화 장르는 평등하지 않다. 기자 주변에서는 감동적인 드라마나 로맨스보다는 블랙코메디 같은 소동극이 잘 일어나는 편이다. 신생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KR을 취재했던 지난 한 달도 그랬다. 

지난 2일 문을 연 바이낸스KR은 글로벌 유명 암호화폐 거래소인 바이낸스의 브랜드를 사용하며 국내 투자자들의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출범 직후부터 불거졌던 입출금 문제를 결국 3주 이상 해결하지 못하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실사용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기대 이하'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초기에 비해 급감한 거래소 거래량에는 이런 심리가 잘 반영되어 있다. 첫 거래가 시작됐던 6일에는 6억원을 돌파했던 비트코인(BTC)-BKRW 마켓의 24시간 거래량이 26일 현재는 550여 만원에 불과한 상태다.

어쩌다가 이렇게 된걸까. 이 소동극의 시작은 자오창펑 바이낸스 CEO의 트윗이었다. 그는 바이낸스가 만든 원화 기반 스테이블 코인인 BKRW가 한국 시장의 '김치 프리미엄'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BKRW의 실체는 지갑 간 이동도 안되는 '원화 포인트' 수준이었다. 

스테이블 코인의 핵심인 코인 가치 보존도 불투명했다. 자오창펑은 바이낸스KR 개장 즈음 이뤄진 국내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BKRW 운영 관련책임을 바이낸스 글로벌이 부담하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BKRW를 통한 바이낸스 글로벌과의 연동을 가장 큰 강점으로 내세웠던 바이낸스KR이 공중에 붕 떠버리는 순간이었다. 김치 프리미엄 해소를 강조하고 나섰던 바이낸스KR의 암호화폐 가격은 이후 거짓말처럼 빠르게 '김치화' 됐다. 시장의 기대를 저버린 탓이다. 

이 내용으로 거래소 리뷰 기사를 썼더니 반향이 높았다. 그래도 아직 신생 거래소인데 비판이 과했나, 뭔가 장점은 없나 싶어 찾다보니 우리은행이 눈에 들어왔다. 현재 거래소 집금 계좌로 우리은행을 사용하는 거래소는 바이낸스KR이 유일하다. 실명 가상계좌 지원도 안하는 은행이 집금 계좌를 터 준데는 뭔가 특별한 유대관계가 있었을 것 같아 은행에 전화를 걸었다. 아니었다. 우리은행 본부는 자신들의 계좌가 암호화폐 집금 계좌로 사용되는 걸 아예 모르고 있었다. 

암호화폐 거래소 집금용 벌집계좌에서 자금세탁 여부가 확인되면 계좌를 제공한 은행은 금융 당국의 책임 추궁을 면하기 어렵다. 우리은행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며 기자에게 알려줘서 고맙다는 말과 함께 전화를 끊었다. (아니 잠깐만 제가 뭘 알려줘요.) 일이 커지고 있었다. 

우리은행은 다음날 바이낸스KR에 계좌 거래를 중단하겠다고 통보했다. 바이낸스KR은 법원에 입금 정지 조처를 금지시켜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내며 맞섰다. 이에 우리은행은 14일부터 입금을 정지시키는 '초강수'를 뒀다. 평온한 제도권 금융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미드' 급의 급박한 전개였다. 기사를 또 안 쓸수 없었다. 

개장 초기부터 잦은 오류와 지연으로 이용자들의 원성을 사던 바이낸스KR 입금 계좌가 막히게 된 사연이다. 거래소 이용자들은 이런 내막을 알 수 없었다. 바이낸스KR 측이 홈페이지 공지사항에 "BKRW 충전 시스템 점검 작업으로 인해 BKRW 충전 서비스가 일시적으로 제한된다"고만 설명했기 때문이었다. 바이낸스KR은 우리은행과의 법정 다툼에서 승소한 17일에야 별도의 긴급 공지를 올려 솔직한 전후 사정을 전했다. 사실 고객 신뢰가 중요한 금융권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대처다. 그래서 또 기사로 전했다. 

우리은행의 거래 중지 조치는 17일에 풀렸지만 바이낸스KR의 입금 중지는 지난 25일까지 계속됐다. 거래소 측은 "일부 고객의 거래과정 중 비정상적인 활동이 확인되어 고객님들의 자산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함"이라는 설명의 공지사항을 올렸다.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비정상적 거래가 발생했을 때 출금을 막는 경우 종종 있지만 입금을 막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자세한 자초지종을 듣기 위해 거래소 측에 다방면으로 물었지만 이렇다 할 설명을 듣지는 못했다. 한 가지만 있어도 기자들 사이에서 '이상하다' 말이 나올법한 소동들이 바이낸스KR에서는 영화처럼 계속 일어나고 있다. 

본의 아니게 바이낸스KR 관련 기사를 꾸준히 썼더니 요즘 기자와 마주치는 업계 사람들은 '그 거래소에 출금 못 하고 묶여있는 투자금이 있느냐'는 농담을 던진다. 출범한지 이제 갓 한달 된 거래소에 사건사고가 이렇게 많이 나오는 걸 믿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바이낸스KR의 사용자들이 모여있는 텔레그램 방에서도 비슷한 물음이 오간다고 한다. 공식적으로 답변하자면 바이낸스KR에 묶인 투자금 같은 건 없다. 리뷰 때 입금했던 5만원도 그대로 무사히 출금했다. 기자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 소동극에서 맡은 배역에 충실히 임하고 있을 뿐이다. 

사실 기자도 바이낸스KR 기사는 이제 잠시 쉬고 싶다. 거래소가 부디 앞으로는 무탈한 운영을 해주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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