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포럼이 글로벌 공급망에 있는 기업들을 돕고자 블록체인 활용 로드맵을 공개했다. 블록체인으로 의료 물품을 추적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출처=셔터스톡
세계경제포럼이 글로벌 공급망에 있는 기업들을 돕고자 블록체인 활용 로드맵을 공개했다. 블록체인으로 의료 물품을 추적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출처=셔터스톡

지난 28일 세계경제포럼(WEF, 다보스 포럼)이 붕괴된 글로벌 공급망을 되살릴 주역으로 블록체인을 꼽으며, 블록체인 활용 툴키트(toolkit)를 공개했다.

코로나19로 전 세계 소비 수요가 줄고 기존 글로벌 공급망이 안고 있었던 주요 허점들이 여실히 드러나자 스위스의 비정부기구 세계경제포럼은 분산원장에서 회복력이 좋은 공급망을 만들기 위한 지침서로 ‘신뢰의 재설계: 블록체인 활용 툴키트(Redesigning Trust: Blockchain Deployment Toolkit)’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총 244쪽 분량의 보고서에는 납세와 데이터 개인정보 보호뿐 아니라 컨소시엄과 생태계, 거버넌스의 구성, 퍼블릭과 프라이빗 체인의 차이점, 사이버안보, 상호운용성, 디지털 신원 등과 관련된 우려를 해결해줄 체크리스트, 유도 질문, 설명문, 위험 평가 등이 포함돼 있다. 이 툴키트는 기업의 시나리오에 블록체인이 적합한지를 보는 기준이라기보다는 시나리오 안에서 분산원장기술(DLT)을 효과적으로 실행할 수 있도록 하는 지침서다.

일례로 툴키트에는 영지식 증명, 동형 암호화, 역할 기반 접근통제, 오프체인 해싱 구성을 활용해 유럽연합(EU)의 개인정보보호규정(GDPR)을 어기지 않으면서 블록체인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다룬 부분이 있다. GDPR은 유럽연합에서 시행하고 있는 광범위한 개인정보 보호법으로, 여기에는 데이터 삭제를 요청할 권리가 포함돼 있어 블록체인의 특성인 탈중앙화와 불변성에 상충하는 측면이 있다.

툴키트에서는 블록체인이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공중보건 위기에서 기업과 정부를 구할 자연적 기술 진화로 묘사되고 있다.

툴키트를 작성한 저자 일동은 보고서에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회복력이 뛰어난 글로벌 공급망과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 무역 디지털화를 통한 경제 회복의 필요성이 증대돼 블록체인을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더욱 힘을 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블록체인과 코로나19 바이러스

툴키트의 주요 저자 중 한 명인 세계경제포럼의 블록체인·디지털화폐 부문 총괄 나디아 휴잇은, 툴키트의 제작 시점과 관련해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1년 전부터 시작했으나, 팬데믹이 되면서 문서 공개 시점을 앞당기게 됐다고 설명했다. 공중 보건과 경제가 동시에 막대한 충격을 입은 현시점에서 툴키트를 발간하게 된 것은 시의적절한 결정이라 볼 수 있다.

중국에서 최초로 발생한 이후 중국 전역을 마비시킨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빠르게 퍼져 거의 전 세계 모든 국가를 초토화시키고 있다. 각국 정부가 사업체들의 영업 중단과 감염률 폭등 사이에서 고심하다 잘못된 선택을 내렸다. 미국도 공중보건을 위하는 방향으로, 미국 연준의 표현을 빌자면 경제적 측면에서 재고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쉬운 결정을 내리는 방향으로 대응 방식을 수정하는 과정에서 국가 경제는 큰 혼란에 빠졌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이렇게 세계 무역의 양태를 바꿔 놓았다. 이 변화는 현재진행형이며 앞으로 몇달이 지난다 해도 장기적 영향을 완전히 알 수는 없을 것이다. 각국에서 경제활동을 멈추면서 공급망에 차질이 생긴 상황에서 세계경제포럼이 블록체인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글로벌 공급망 전반의 회복력에 의문이 따르는 것도 사실이다.

“블록체인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블록체인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순 없겠지만, 유행병이나 팬데믹 상황에서 흔히 발생하는 문제들을 해결할 기능을 갖춘 것만큼은 분명하다.”-나디아 휴잇

휴잇은 블록체인이 가진 특성 중 개인간거래(P2P)의 불변성이 현 상황에서 일어나는 여러 문제의 해결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예컨대 어려운 상황을 틈타 저품질 '가짜' 마스크 구매에 의료센터들이 긴급 의료지원비를 낭비하게 하는 등의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의료기기 공급을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 넓은 관점에서 보면 이번 팬데믹을 계기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막론하고 모든 기업이 자사의 기술 의존 네트워크 전략을 재고했으며, 이전 위기에도 시도는 했지만 흐지부지됐던 여러 개선책을 다시 시도할 수 있게 됐다고 휴잇은 지적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로 인해 회복력에 대한 필요가 증대됐다고 덧붙였다.

“이번에는 변화의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가 보이며, 우리가 제안한 솔루션은 일상적인 업무뿐 아니라 공급망에 차질이 발생할 때도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상호운용성과 무결성, 포용성을 이룰 수 있도록 다 함께 노력하자.”

 

민관협력 파트너십(PPP)

세계경제포럼은 툴키트 작성과정에서 민간 기업, 정부 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최대한 유용한 지침을 제공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툴키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고 블록체인 활용을 위한 지침서로 활용할 수도 있고, 관심 있는 주제에 관한 부분만 읽어볼 수도 있다.”

휴잇은 일부 국가에서 규제 당국이 이 신기술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기술들은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으며, 이제 더 이상 전통적 방식의 규제와 기다림은 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툴키트에는 공급망에 블록체인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를 고민했던 기업 80곳 및 정부기관 20곳의 경험과 함께 40건의 실제 이용사례도 담았다. 또 기술 전문가나 재계 리더는 잘 알지 못하는 주제들도 포함돼 있으며, 다른 기업이나 정부 기관의 과거 실수를 통해 교훈을 얻을 수 있도록 다양한 사례들을 담았다는 게 휴잇의 설명이다. 민관협력이 매우 중요하다는 뜻이다.

툴키트는 곧 출시를 앞둔 블록체인 서비스에 납세 관련 문제가 있음을 뒤늦게 깨달은 스타트업 사례를 다루면서 한 섹션을 전부 할애해 납세 문제를 다루기도 했다.

“기업이나 기관이 스스로 이러한 질문들을 던져보고 고민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지침을 제공하고 있다.”

휴잇은 중소기업들이 블록체인을 활용한 경험 사례를 참고한다면 블록체인 사업 마케팅 비용으로 이전처럼 막대한 비용을 쓰지 않아도 될 것이라며, “글로벌 공급망에서 협상에 유리한 정보가 없는 이들의 손에 권한을 주는 것이다. 중소기업들이 권한을 되찾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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