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업계가 일론 머스크와 스페이스X로부터 배워야 할 것들
자본시장을 활용해 기본적인 사회적 요구 부응하는 독창적 해답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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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x Sokolin
Lex Sokolin 2020년 6월10일 08:30
스페이스X 공식 사진. 출처=플리커
스페이스X 공식 사진. 출처=플리커

일론 머스크를 간단히 설명하기란 어렵다. 그가 롤러코스터와도 같은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한때는 파산으로 모든 것을 잃었지만, 결국 엄청난 사업적 성공을 거두었고, 가정을 이뤄 슬하에 많은 자녀를 두기도 했지만, 이혼 후엔 대표적인 플레이보이의 삶을 살고 있다. 법규를 성실히 준수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높은 자리에 오르기 위해 법을 어기기도 했다. 그의 삶을 통해 우리가 배워야 할 점들은 분명히 있다. 인간의 본성과 창의력, 그리고 비전을 배워야 한다. 필자는 여기서 스페이스X(SpaceX) 이야길 해보고자 한다.

일론 머스크는 지난 2002년 스페이스X를 설립하고, 줄곧 우주에서 행성 사이를 여행하고 인류의 화성 이주를 꿈꾸는 그의 개인적 욕망을 실현코자 노력해왔다. 그 정도 거대한 목표를 가지려면 얼마만큼 높은 자존감과 자신감이 필요할지 한번 생각해보라. 또 그 목표를 실행하기까지 얼마나 큰 의지와 추진력이 있어야 할지 상상해보라. 사람들이 말하는 머스크의 성격 중 가장 눈여겨볼 점은 그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첫번째 원칙을 달성하는 데 걸림돌이 존재하더라도 그만의 독창적인 방식으로 새로운 답을 구해 문제를 해결해내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페이팔(PayPal)에서부터 테슬라(Tesla), 스페이스X, 더 보링 컴퍼니(the Boring Company)까지 그가 설립한 회사들은 다 기본적인 사회적 요구가 많이 발생했을 때 그가 생각해낸 새로운 답이었다.

이미 이 장면을 봤을지 모르지만, 스페이스X는 얼마 전 국제우주정거장(International Space Station)에 유인 우주선을 발사했다. 이는 몇 가지 이유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먼저, 미국의 우주 왕복선(Space Shuttle) 프로그램이 지난 2011년 종료된 이후 그동안 미국은 러시아의 소유즈(Soyuz) 우주선을 빌려 우주 비행사들을 우주에 보내왔으며, 미국의 공공우주 프로그램 개발 속도는 더딘 상황이었다. 둘째, 스페이스X는 지난 20년간 미항공우주국 나사(NASA)에 가까운 미래를 위해 주요 우주 비행 기술을 제공한 첫 번째 기업이라는 타이틀을 비롯해 민간 기업으로서 이미 수많은 기록을 세워왔다.

글로벌 기술을 둘러싸고 중국과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서구에서는 민간 연구개발 기업으로 스페이스X를 가장 유망하게 보고 있다. 우주란 의미 없는 연구대상이 아니다. 이는 우리가 사용하는 GPS 시스템(우버(Uber), 리프트(Lyft), 딜리버루(Deliveroo)가 존재할 수 있는 이유)이자 위성 매핑(구글맵(Google Maps)에 필수적인 기술)이다. 스페이스X가 추진하고 있는 스타링크(Starlink)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우주에 위성을 발사해 구축하는 전 지구적 초고속 인터넷망이 될 것이다. 중국은 정부가 천문학적인 예산을 들여 인공지능(AI)과 블록체인 등 첨단 기술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면, 미국은 주로 자본시장에서 해답을 찾고 있다. 머스크만큼 자본 시장을 잘 활용해 전 인류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디지털 전환에 대한 환상

스페이스X의 유인 우주선 발사와 관련해 SNS에 떠돌아다니는 이미지가 있다. 필자는 이를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라 부르겠다.

아폴로(Apollo) 우주선 사진을 보면 우리는 실제 버튼과 다이얼 모양들을 볼 수 있다. 1960년대 스타일의 이 디자인을 보면 친숙함이 드는 동시에 크기에 압도된다. 거대한 산업기기 안에 달린 수많은 기어를 작동하는 방식이 주는 나름의 원초적인 느낌이 있다. 그다음 우주 왕복선에서는 화면으로 조작하는 방식이 도입됐지만, 여전히 손으로 일일이 작동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스페이스X의 드래곤(Dragon)이 등장한다. 이 첨단 우주선 모델은 수많은 제어 장치들을 매끈한 디자인의 화면 하나에 모두 담아 리눅스(Linux) 운영체계(OS)에서 구동되도록 설계했다. 로켓의 조종을 담당하는 컴퓨터에는 백업 장치가 3개 붙어 있고, 4번째 시스템은 다른 OS에서 구동되도록 설계됐으며, 오버라이드(override)는 수동으로 하도록 만들어졌다. 그런데도 우주선의 외관은 고가의 자동차와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다.

스페이스X 공식 사진. 출처=플리커
스페이스X 공식 사진. 출처=플리커

필자는 스페이스X의 드래곤을 금융업계에서 오프라인 지점 없이 모바일이나 인터넷상에서만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네오뱅크’나 AI로 자산을 관리하는 ‘로보 어드바이저’가 사고의 전환을 통해 탄생하게 된 것에 비교하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 스페이스X의 우주선은 복잡하고 알기 어려운 수동 조종방식에서 벗어나 단순함과 사용자 경험을 중시한 현대적 디자인의 터치스크린 인터페이스를 갖췄다. 또 잉크나 팩스, 전화기 없이 얼굴을 스캔해 하이브마인드(hivemind)에 접속할 수 있다. 이 부분은 다음 기회에 또 다루는 것으로 하고 다음으로 넘어가자.

이번엔 우주 비행사들의 모습을 비교해보겠다. 실용성을 최우선으로 한 펑퍼짐한 주황색 우주복을 입은 예전 비행사들과 스타트랙(Star Trek)에 나올 법한 미니멀한 디자인의 유니폼을 입은 스페이스X 비행사들의 모습에는 극명한 차이가 있다. 실제로 위 사진 속에 있는 스페이스X 비행사들은 마치 카레이서나 파워, 속도, 미래주의를 논하는 공상과학 영화의 주인공들 같은 모습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옷들을 할리우드 영화 어벤져스(The Avengers), X맨 2(X-men II), 판타스틱4(Fantastic Four)에서 의상을 담당했던 디자이너가 직접 제작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전 옷들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기능성은 동일하되 옷을 통해 우주 접근성을 멋지게 표현했다는 게 과거 우주복과의 차이점이다. 이렇듯 이질적이고 숨 막히는 공간이던 우주가 이제는 인류에게 또 하나의 여행길이 되고 있다.

많은 핀테크 전문가들이 알고 있는 것처럼 머스크 역시 브랜드와 스토리가 중요하단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것이 바로 그가 테슬라 자동차와 같은 로켓을 우주로 발사한 이유다. 유머 감각을 가진, 인간 본성의 우스꽝스러운 비극을 비웃는 악동이 하나의 DNA에 들어 있는 것이다. 이런 사람이 트위터(Twitter)에서 자신을 규제하는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그동안 쓴소릴 하지 않고 어떻게 참았나 싶은 생각이 든다.

여기서 우린 머스크의 마케팅 능력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대부분 핀테크 기업 설립자들이 금융의 ‘아마존(Amazon) 슈퍼마켓’을 만들자는 주장을 여전히 하는 반면(아마존은 실제 슈퍼마켓을 짓고 있다), 머스크는 사람들의 뇌리에 자신의 이야기와 유머를 직접 강렬하게 새겨넣어 버렸다. 지금까지 그 누가 금융에 이런 방식으로 접근했단 말인가? 아마 리처드 브랜슨의 버진 머니(Virgin Money)나 캐피털 원(Capital One) 정도가 다일 것이다. 지금껏 그 누가 우스갯소리같이 불가능해 보이던 일을 가능으로 만들고, 매번 새로운 성공 신화를 써나갔던가? 웰스파고(Wells Fargo)도,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도, 모건 스탠리(Morgan Stanley)도 그러지 못했다.

지구가 폭발하기 전에 모든 사람이 화성으로 이주해야 한다는 주장과 같은 인류의 존재에 대한 위협에도 웃을 수 있다면, 왜 우리는 인간의 순진한 자원분배 메커니즘에는 웃을 수 없는 것일까? 오늘날 우리 금융의 모습이 화성으로 이주하자는 주장보다는 덜 황당하다고 말할 수 있나?

 

보여주기식 혁신에서 벗어나기

마케팅과 디자인만 뛰어나다고 알아서 디지털로 전환되는 게 아니다. 마케팅과 디자인만 있는 제품은 원숭이들을 바나나 나무로 불러모으는 소리와도 같다. 얼굴 없는 기업들이 감정을 가진 고객과 공감하기 위해서 반드시 해야만 하는 행위란 말이다. 그보다 더 심오한 무언가가 존재해야 하고, 마케팅과 디자인은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요소여야 한다. 단순히 워크숍에서나 SNS 인플루언서들이 혁신 제품이라며 보여주기식으로 판매하는 제품이 아니어야 한다(필자도 찔리는 부분이 있다). 디지털 전환이란 근본적인 변화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제품을 만드는 색다른 방식을 보여줘야 한다. 완전히 새로운 것을 창조하기 위해 지금의 것을 버릴 수 있어야 한다.

진짜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위 사진이 잘 보여주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디지털 전환이다.

우주 왕복선에서 kg당 2만달러에 달하던 탑재체(payload) 운반 비용이 스페이스X 개발로 2천달러까지 낮아졌다. 주요 혁신기술 중 하나가 궤도를 돌고 온 로켓이 폭발하지 않고 플랫폼에 착륙할 수 있게 한 ‘로켓 재활용 기술’이다. 이로 인해 같은 무게의 탑재체를 운반한다고 했을 때 변동비가 한번 로켓을 발사할 때마다 5억달러에서 5천만달러까지 줄어들었다. 고정비 측면에서도 스페이스X는 뛰어난 성과를 냈다. 팰컨(Falcon) 로켓을 4천만달러에 개발한 것인데, 나사가 정부 지원으로 비슷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면 40억달러가 들었을 것으로 예측했다.

머스크는 초기 비용과 운영비를 각각 90%씩 적게 들이면서도 똑같은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다.

그 90%는 자중손실(deadweight loss)에 해당한다. 효율 측면에서 보면 형편없는데도 기존 벤더만 생각하고, 기존에 해오던 방식만이 유일한 정답이라 여기며, 혁신적 해법보단 기업 간의 관계를 더 중시하는 관료주의에서 기인한 자원 낭비였던 것이다. 40년 역사를 가진 코어뱅킹 시스템의 매몰 비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모든 걸 원점에서 검토하고 바꿔내지 못한 결과다. 모든 금융서비스를 단순하게 패키징해 실시간으로 제공해주길 바라는 모바일 기반 세대와 고액자산가 위주의 고객서비스를 중심으로 복잡하게 구성된 기존 투자관리 업계 사이의 간극과도 같다. 중개인에게 수탁자의 의무를 요구하는 원칙주의적인 규칙을 만들어 소비자들을 보호하려는 정부 기관과 현상 유지를 원하는 여러 업계에 휘둘리는 규제기관 사이의 격차이기도 하다.

 

핀테크를 위한 교훈

지금 이 칼럼을 읽고 있다면 여러분은 아마도 핀테크 분야에 있는 기업인이거나 투자자, 아니면 오퍼레이터일 확률이 높다. 모두가 그렇겠지만 결제, 저축, 투자하는 데 있어 오랜 기간 지속된 문제들을 독창적인 방식이나 접근법을 통해 해결하고, 수익을 올리고 싶은 바람이 있을 것이다. 팅크(Tink)가 오픈뱅킹 API를 확대하고, 레볼루트(Revolut)가 새로운 기능들을 묶어 1200만 이용자 수를 보유한 자사 앱에 선보인 것을 봤을 것이다.

필자는 여러분이 다음 질문을 스스로 던져보길 바란다. 현재 시스템이 이전보다 초기 비용과 운영비를 각각 90%씩 적게 들이면서도 똑같은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는가? 아니면 새 인터페이스 말고는 이전과 전혀 다를 게 없는 제품을 과하게 포장하는 부류인가?

스페이스X 공식 사진. 출처=플리커
스페이스X 공식 사진. 출처=플리커

팅크와 레볼루트를 폄훼하려는 게 아니다. 두 기업 모두 소비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금융에 대한 인식을 바꿔놓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금융 미들웨어를 20% 개선하는 데 만족하는 점진주의적 사고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생각의 틀을 넓혀야 한다. 먼저 인류의 생존과 관련해 중요한 문제들부터 해결해야 하며, 오늘날 가용한 툴을 활용해서 다음 세기를 위한 솔루션을 설계해야 한다.

시드 투자 전 단계에서 500만달러 규모의 투자금을 모아 자금력을 확보한 여러 기업체가 여러분과 같은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고 있다면 귀한 시간을 낭비할 이유가 없다. 더 규모가 크고, 어려운 문제를 선택하라. 심호흡을 하며 숨을 좀 더 고르는 시간을 가져라. 일례로 이더리움을 기반으로 글로벌 금융 시스템을 처음부터 다시 만드는 일은 쉽지 않겠지만, 얼마든지 시도해볼 가치는 있는 일이다.

머스크처럼 사업에 수백만달러를 걸어본 적이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는 20대 때 집투(Zip2)에 2천만달러를, 30대 땐 페이팔에 1억8천만달러를, 이후에도 수십억달러의 돈을 사업을 위해 걸었다. 머스크처럼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이카루스와 같은 확신을 가지고 자기자신을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목표를 좀 더 높이 잡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그저 남들이 주목하는 벤처 트렌드를 따라 단기 거래를 하기보단 실용적인 사업체를 만들길 권한다. 마켓에서 적절한 타이밍을 찾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우며, 금융업계에 몸담고 있다고 해서 반드시 금융화를 해야 한다는 말도 아니다. 수익을 목적으로 자본시장에서 거래를 통해 자산을 보유하거나 다른 사람들이 한 일에 수정을 가하는 일은 수익성이 높은 활동일 수 있다. 자수성가한 억만장자들이 대부분 이런 방식으로 부를 축적했다.

하지만 더욱 가치 있는 일은 예술가나 건축가, 몽상가가 되는 일일 것이다. 이제 두 손에 삽을 들고 땅을 파보자.

글쓴이 렉스 소콜린은 뉴욕 브루클린에 있는 블록체인 소프트웨어 회사 컨센시스(ConsenSys)의 글로벌 핀테크 부문 공동 대표다. 소콜린의 이 칼럼은 핀테크의 미래를 소개하는 뉴스레터 핀테크 청사진(Fintech Blueprint)에도 실렸다.

·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 Translated by NewsPepperm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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