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은 총재 "CBDC 관련 연구·개발 계획대로 추진 필요"
한은 창립 70주년 기념사
"디지털 혁신, 중앙은행 고유 영역까지 파급 가능"
"코로나19, 중앙은행 역할·범위 재정의 논의 촉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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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선 기자
정인선 기자 2020년 6월12일 08:50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출처=한겨레 자료사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출처=한겨레 자료사진

한국은행 창립 70주년 기념사에 리브라와 CBDC가 등장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2일 한국은행 창립 제70주년 기념사에서  “지난해부터 불거진 페이스북의 리브라 논란에서 보듯이 디지털 혁신이 민간 부문을 넘어 중앙은행 고유의 지급결제 영역까지 파급될 수 있다는 인식이 크게 확산하고 있다”면서, 이같은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한은이 현재 진행 중인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관련 연구·개발을 계획대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주열 총재는 또한 코로나19가 촉발한 경제 위기에서 중앙은행의 역할과 범위를 재정의하자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국민의 재산인 발권력을 신중하게 행사하는 것이 중앙은행이 지켜야 할 기본 원칙”이라면서도, “위기 대응 주체(crisis fighter)’로서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앙은행의 준재정적 역할에 대한 요구를 어디까지 수용해야 하며, 그 정당성은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중앙은행의 시장개입 원칙을 어떻게 정립할 것인지에 대해 우리 스스로 치열하게 고민하면서 사회적 컨센서스를 도출해 내야 할 것이다.” 

앞서 한은은 지난 9일 중장기 발전전략 ‘BOK2030’을 공개하고, CBDC 개발 연구 및 준비를 중·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할 16개 전략과제 가운데 하나로 제시했다. 한은은 미래 지급결제 환경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CBDC 도입과 관련한 기술적, 법적 필요사항을 사전적으로 검토하고 관련 연구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의 CBDC 관련 연구는 2년 전부터 차근차근 이뤄져 왔다. 한은은 암호화폐 투자 열풍이 한창이던 2018년 1월 가상통화 및 CBDC 공동연구 태스크포스(TF)를 처음 출범했다. 금융결제국과 법규제도실, 금융안정국 등 한은 내 8개 관련 부서가 참여한 이 TF를 통해 한은은 가상통화가 지급결제시스템과 금융시스템 전반에 미치는 영향, 해외 중앙은행의 CBDC 발행 등 주제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가상통화 및 CBDC 공동연구 TF는 2018년 3월 연구 결과를 정리해 89쪽 분량의 보고서로 펴냈다. 당시 TF는 보고서를 통해 “디지털화폐를 기존 법률과 제도로 포섭할 수 없거나, 기존 법률과 제도에 정면으로 상충할 위험성이 있다”면서 “디지털화폐 발행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안정적 정착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률 및 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2019년 1월 한은 전자금융조사팀은 108쪽짜리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보고서를 발행했다. 이 보고서에서 한은은 “CBDC 발행 논의에 비교적 적극적인 일부 국가들의 발행 동기가 우리나라엔 적용되기 어렵다”면서, 가까운 장래에 CBDC 발행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한은은 특히 소액결제용 CBDC 발행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국내에선 다수의 업체가 소액지급서비스를 경쟁적으로 제공하고 있어 스웨덴과 같이 서비스 독점에 따른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낮아, 소액결제용 CBDC를 발행할 필요가 적다는 것이다. 한은은 우루과이, 튀니지 등과 비교해 금융 포용 정도도 이미 높은 수준이라는 점 또한 소액결제용 CBDC 도입 필요성이 크지 않은 이유 중 하나로 꼽았다. 

한은은 다만, 국가간 거래에 쓰이는 거액결제용 CBDC의 경우, 많은 국가의 중앙은행이 적극적으로 논의하고 있다며 관련 연구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한편, 가상통화 및 CBDC 공동연구 TF는 구성 약 1년만인 2019년 1월 해체됐다. 이후 금융결제국 디지털혁신연구반이 관련 연구를 계속했다. 

한은은 2019년 2월에도 CBDC 발행이 금융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어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내용의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 발행이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발간했다. 한은은 특히 개인 계좌 개설을 허용하는 방식의 CBDC를 발행할 경우 CBDC가 상업은행의 요구불예금을 대체하면서 금융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2019년 3월 한은은 2018년 9월부터 12월까지 약 4개월간 진행한 ‘분산원장기술(블록체인) 기반 소액결제 모의 테스트’ 결과를 포함한 2018년도 지급결제보고서를 발표했다. 한은은 해당 테스트로 구축한 분산원장 기반 소액결제 시스템의 처리 성능과 복원력, 확장성이 양호했다고 평가했다. 또 결제 완경성과 익명성 등 주요 기능을 구현할 수 있었다면서도, 실제 시스템 적용 가능 여부에 대해선 여전히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앞서 한은은 2017년에는 은행간 자금이체에 분산원장 기술을 적용하는 모의 테스트를 진행했다. 

한은은 올해 2월 CBDC 전담 연구조직인 디지털화폐연구팀을 신설해, 기존 금융결제국 디지털혁신연구반이 수행하던 연구과제 가운데 CBDC 관련 내용을 따로 맡게 했다. 특히 IT 전공자들로 구성된 기술반을 연구팀 안에 구성해, 기존의 이론 연구뿐 아니라 기술 관련 연구 또한 보다 심도있게 진행하도록 했다. 앞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올해 1월 발표한 신년사에서 CBDC 관련 자체 연구를 강화하고 국제 논의에 적극 참여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코로나19가 확산하고, 중국이 구체적인 디지털 위안 시범사업 계획을 내놓는 등 외부 환경이 변화하면서 한국은행의 CBDC 관련 논의에도 다소 속도가 붙었다. 지난 4월 한은은 ‘코로나19 확산이 최근 주요국 지급수단에 미친 영향’ 보고서를 발표하고, 코로나19 확산으로 현금 사용이 줄어들고 비대면·비접촉결제가 늘면서 각국이 디지털 화폐 및 CBDC 발행을 앞당길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같은달 CBDC 파일럿 테스트 진행 계획을 처음 공개했다. 올해 9월까지 CBDC의 대략적인 설계와 요건 정의, 구현 기술 검토를 마치고, 이어 CBDC 발행 권한과 법화성, 한은-시중 금융 기관-민간과의 법률관계 등을 고려해 올해 안에 관련법 개정 필요성 등 방안을 마련한 뒤, 내년에 파일럿 시스템을 구축해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한은은 이어 이달 초 필요시 CBDC 도입을 위한 준비 작업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포함한 중장기 발전전략 BOK2030을 공개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필요시’에 방점이 찍힌 것”이라며, “여러 연구와 검토 끝에 CBDC 발행이 필요할 경우 관련 준비 작업을 할 수도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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