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명 블로거, 실명공개 소식에 블로그를 닫다
필명의 가치는 무엇인가? 블로거 스캇 알렉산더 인터뷰
“나는 내 정체를 감추는 데 완전히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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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njamin Powers
Benjamin Powers 2020년 7월3일 17:30
출처=언스플래시
출처=언스플래시

지난주 합리주의를 지향하는 유명 블로그 슬레이트 스타 코덱스(SSC, Slate Star Codex)의 운영자 스캇 알렉산더(Scott Alexander)가 돌연 블로그를 폐쇄했다. 자신과 블로그에 대해 뉴욕타임스가 기사를 낼 예정인데, 이를 앞두고 내린 방어 조치였다. 해당 기사는 스캇의 본명을 그대로 내보낼 예정이었다. 정신과 의사인 그는 ‘스캇 알렉산더’라는 필명으로 수년째 블로그에 글을 썼다. 스캇은 자신의 실명이 그대로 실리면 이른바 누리꾼들의 ‘신상털기’로 의사로서의 생계는 물론 신변마저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캇은 블로그 폐쇄 전 마지막 포스팅에서 그 이유를 설명했다.

“나를 죽이거나 내 인생을 망쳐버리겠다고 위협하는 사람이 많다. 살해 협박을 여러 차례 받았다. 심지어 레딧(Reddit)에서는 포상금을 걸고 나를 끌어내릴 만한 온갖 정보를 모으는 사람도 있었다. 그럼에도 뉴욕타임스는 실명 보도의 원칙에 따라 내 실명을 그대로 내보내겠다고 한다.”

SSC의 팬들은 무척 분노했다. 이번 사건으로 언론에서 필명을 언제, 어디까지 존중해야 하는가에 관한 문제가 쟁점이 됐다. 기사의 주인공이 공인으로서 엄청난 파급력이 예상되는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최근 워싱턴포스트도 비슷한 일로 논란을 빚었다.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2년 전 워싱턴포스트의 만화가가 주최한 할로윈 파티에 한 여성이 NBC 앵커 출신의 메건 켈리 이름표를 달고 흑인으로 분장해 참석했다. 그런데 최근 조지 플로이드 사건 이후 당시 파티에 참석했던 한 인물이 해당 여성의 흑인 분장을 인종차별이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그러면서 파티 주최 측에 여성의 실명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 사건을 보도했고, 해당 여성의 이름과 사진이 그대로 기사에 나갔다. 이후 이 여성은 소명할 기회도 얻지 못한 채 직장에서 해고됐다. 워싱턴포스트 내부적으로도 이 내용을 기사화하는 것을 두고 논란이 많았다. 뉴욕타임스 벤 스미스 기자에 따르면, 당시 워싱턴포스트의 전·현직 기자들이 해당 기사를 보도할 가치가 있는지에 관해 의문을 제기했다.

다시 스캇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코인데스크의 수석 편집장 마크 호쉬타인은 앞서 언급한 스캇의 마지막 포스팅 내용을 근거로 “취재원의 필명을 존중한다”는 코인데스크의 정책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인터뷰 대상자의 실명을 공개하라는 대중의 압도적인 요구가 있지 않은 한 우리는 필명을 중심으로 형성된 해당 인물의 평판을 그대로 존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캇의 마지막 포스팅 이후 코인데스크의 알리사 허티그 기자는 선한 의도로 필명을 사용하는 암호화폐 업계의 인물에 관한 기사를 썼다. 이들 중 한 명인 암호화폐 엔지니어 키 힌클리(Kee Hinckley)는 필명 논란을 이렇게 정리했다.

“최근의 필명 논란에는 상당한 모순이 존재한다. 필명을 쓰는 건 나 자신을 숨기기 위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나 자신을 더욱 온전한 모습으로 드러내기 위함이다. 내가 진정으로 믿는 가치를 더욱 솔직하게 터놓을 수 있다. 필명을 사용하면 나의 정치적 견해와 성적 취향, 함께 사는 가족, 살면서 겪는 실질적인 문제들까지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더 솔직하게 담아낼 수 있다.”

스캇과의 인터뷰는 이메일로 진행하기로 했다. 언제 필명을 사용하는 것이 좀 더 효과적이었는지, 또 필명을 사용함으로써 자기 생각과 의견을 좀 더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었는지 등을 물었다. 코인데스크는 스캇을 필명 그대로 스캇으로 싣는다.

 

―SSC 블로그에 대한 이야기부터 해보자. 블로그를 시작한 이유는 무엇인가?

=7년 전에 처음 시작했다. 그전에는 실명으로 다른 블로그를 운영했었다. 당시 일자리를 구하며 한두번 면접을 봤는데, 당시 면접관이 ‘블로거이므로 합격하지 못할 것’이라는 뉘앙스를 풍겼다. 이를 계기로 실명을 사용하는 블로그는 접고 필명으로 블로그를 다시 만들었다. 그것이 SSC다.

 

―온라인에서 필명으로 활동하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실명을 드러내지 않고도 자기 생각을 나누고 글을 쓸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인가?

=전혀 아니다. 나는 내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 데 완전히 실패했다. 내 독자들은 글만 봐도 내가 쓴 글인지 단번에 알아차린다. 그럼에도 필명을 오랫동안 유지해올 수 있었던 건 대부분 독자가 선한 의도로 내 필명을 존중해줬기 때문이다. 그들은 내 정보를 구글에 검색하는 일 같은 건 하지 않았다.

 

온라인에서 실명을 드러내는 것이 필요한 상황도 있다고 생각하는가?

=꽤 곤란한 질문이다. 이를테면 “폭력이 정당화될 때도 있는가?” 혹은 “국가가 국민의 발언 자유를 통제해야 할 때도 있는가?” 같은 질문이라고 본다. 물론 그런 경우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럴 때는 아주 강력한 근거가 필요하다. 그저 “이 사람이 싫어서” 같은 단순한 이유는 통하지 않는다.

 

―케이드 메츠 기자와의 인터뷰 이후 뉴욕타임스로부터 별도로 전달받은 내용이 있나?

=없다. 하지만 해당 기사와 관련해 케이드가 여러 인물을 취재 중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다. 그가 여전히 기사를 내보낼 생각이 있다고 판단된다.

 

―“당신 실명은 이미 노출된 것 아니냐?”라고 묻는 사람에게는 어떻게 대답하는가? 블로그 포스팅을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차라리 당신 자신을 위해서라면 독자들에게만이라도 실명을 당당히 공개하는 게 더 낫지 않는가?

=나체 사진이 온라인으로 유출돼 행여 뉴욕타임스 같은 매체를 통해 기사화되지 않을지 걱정하는 사람들이 수없이 많다. 나 역시 지금으로선 내 정체가 대부분 드러난 상황이다. 하지만 아직 내 실명을 구글로 검색해서는 대부분 내 블로그를 찾지 못한다. 하지만 나에 관한 갖가지 정보를 입력하면 1~2분 만에 쉽게 블로그를 찾는다. 결국 내 안전이 보장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실명으로 찾기는 아직 어렵다는 게 그나마 위안이 된다. 이것은 내게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필명으로 글을 쓴 것이 도움이 됐는가? 이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좀 더 깊이 있고 솔직하게 나눌 수 있었는가?

=물론이다. 정신 의학에 관한 내용, 특히 내가 정신과 치료를 받았을 때의 내용을 아주 솔직하게 썼다. 그런데 만약 당시 내 주치의가 내 이름을 구글에서 검색해보고 나를 알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그렇게까지 솔직하게 쓰지 못했을 것이다.

 

―당신은 주로 대중적인 생각을 다소 폄하하고 주류의 사고방식에 의문을 제기해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런 당신의 주장이 오히려 비주류, 곧 사회 약자층을 더 위험한 곳으로 몰거나 음지의 인터넷 세계로 파고들도록 허용하는 꼴이라고 비판한다. 이런 지적이 정당하다고 보는가? 이런 비주류의 독자들은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가? 이와 반대로 당신의 글이나 주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받은 독자의 사례를 공유해줄 수 있는가? 이를테면 ‘효과적 이타주의’를 실천하게 된 사례처럼 말이다.

=나는 되도록 불안 그 자체를 불안해하는 건 피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때로는 내 생각과 주장을 전혀 엉뚱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다. 실제로 한두번 그런 경험이 있었는데 결국 시간이 지나면서 내 생각이 옳았음이 증명됐다. 이런 맥락에서 그 주장을 전혀 다르게 왜곡하는 독자들까지 염두에 두고 글을 쓰라고 말할 순 없다. 한번은 누군가 내게 경고를 한 적이 있다. 내가 인공지능(AI)의 부정적인 측면을 지나치게 강조한다며, 그러다 내 독자들 가운데 인공지능 연구자를 살해하는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이런 기준으로 본다면 세상 모든 것에 관해 부정적인 측면은 언급할 수 없다. 글을 쓰는 사람은 진실을 전달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최대한 조심스러운 태도로 다각적인 입장을 고려해야 한다. 극단적 사고를 하는 사람들에게 집중해서 글을 쓴다면 그건 선동이나 마찬가지다.

 

―블로그를 폐쇄함으로써 일종의 ‘스트라이샌드 효과(인터넷에 떠도는 정보를 막거나 없애려다가 오히려 정보가 더 확산하는 현상)’를 노린 것은 아닌가? 예전에 당신이 “블로그 트래픽은 줄었지만, 종일 블로그 관련 일만 하며 살고 싶다”고 쓴 글을 본 적이 있다. 그런 사람이 블로그를 닫아버렸으니 오히려 이번 기회를 대중의 이목을 다시 집중시키는 기회로 삼으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어느 정도 타당한 것 아닌가?

=그런 생각은 추호도 없다. 어떤 증거를 내놓아야 믿어줄진 모르겠지만, 절대 아니다. 원하면 케이드 기자에게 확인해 봐도 좋다. 그 사람에게 몇날 며칠을 사정했다. 제발 실명만은 사용하지 말아 달라고. 만약 실명을 사용하면 블로그를 닫아버리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거절했고, 나는 진짜로 닫아버린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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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일과 관련해 뉴욕타임스의 대니얼 로아즈 커뮤니케이션 부사장은 이렇게 답변해왔다.

“해당 기사를 발행할 것인지 지금으로선 확답할 수 없다. 하지만 뉴스로서 전달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고 판단되면 독자들에게 최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다.”

·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 Translated by NewsPepperm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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