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PAY)'는 왜 자꾸 많아지는가
[내 주머니 속 디지털자산③]
간편결제서비스 수익구조 분석
플랫폼 잠금효과, 결제 데이터가 핵심
"앱 자체가 광고 플랫폼 되기도"
소액 후불결제 허용되면 더 활성화될듯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동환 기자
김동환 기자 2020년 7월6일 06:00

서울 강남역 부근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이동현(33)씨는 1년 여 전부터 지갑을 따로 가지고다니지 않는다. 현금은 물론 플라스틱 신용카드나 체크카드가 없어도 일상이 가능하다는 걸 새삼 깨달았기 때문이다. 어느덧 스마트폰만 있으면 대중교통부터 식당, 커피전문점까지 모두 불편없이 사용이 가능한 세상이 열려 있었다.

처음에는 범용성이 높은 삼성페이를 주로 썼다. 요즘은 뭘 사느냐에 따라 각각 다른 '페이'(간편결제 서비스)를 쓴다. 간편결제 회사마다 주력 할인 분야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씨는 "커피를 마실 때는 페이코를 쓰고, 온라인으로 식당을 예약할 때는 네이버페이를 쓴다"고 설명했다. 

요즘 이씨같은 사람들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스마트폰 보급이 보편화하고 모바일 쇼핑 비중이 늘어나면서 최근 몇년 동안 간편결제 사용자가 급격히 늘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국내에서 간편결제로 결제된 금액은 총 81조원 정도로 추산된다. 지난해 온라인 결제시장 총액의 약 9% 정도다. 간편결제 서비스는 더 많은 사람들의 일상에서 지갑을 지울 수 있을까.

편집자 주. 종이에 갇혀있던 돈이 자유로워지고 있습니다. 20년 전 싸이월드 도토리로 미니홈피를 꾸미던 사람들이 이제는 암호화폐로 물건을 삽니다. 다음 20년에는 어떤 일들이 펼쳐질까요. 새로운 돈과 함께 하는 우리의 일상을 '내 주머니 속 디지털자산'이라는 연재로 소개합니다.

서울 마포구에 있는 커피숍에 정부에서 주도하는 소상공인 간편결제 ‘제로페이’와 ‘카카오페이’ QR코드가 설치돼 있다. 출처=정혁준/한겨레
서울 마포구에 있는 커피숍에 정부에서 주도하는 소상공인 간편결제 ‘제로페이’와 ‘카카오페이’ QR코드가 설치돼 있다. 출처=정혁준/한겨레

카카오페이 월거래액은 이미 카드사 수준

간편결제란 개인의 계좌 정보나 신용카드를 스마트폰에 앱 등을 통해 미리 등록하고, 비밀번호 입력이나 지문·얼굴 등 생체 정보 인식 같은 간단한 인증만으로 손쉽게 결제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지난 2014년 국내 최초의 간편결제 서비스인 카카오페이가 시작될때만 해도 이른바 '잠금효과'(Lock-in Effect)를 통한 카카오톡의 플랫폼 확장 성격이 강했다. 국내 최다 가입자를 자랑하는 기존 메신저 서비스(카카오톡) 이용자들에게 별다른 어려움 없이 결제·송금 서비스를 연계시켜준 카카오페이는 카카오톡의 덕을 톡톡히 봤다.

카카오페이는 현재 2000만명이 넘는 이용자가 월 4조원 가량의 거래액을 발생시키고 있다. 어지간한 국내 카드사 매출과 비슷한 수준이다. 지금까지는 결제와 송금의 비중이 1:9정도로 송금에 치우쳐있지만, 보험, 배송, 투자 등 신사업 확장을 통해 계속 영역을 넓혀간다는 계획이다. 카카오가 바로투자증권을 인수해 올해 2월 출범시킨 카카오페이증권은 테크핀 기업 최초의 증권사다.

오프라인 간편결제 강자인 삼성페이는 지난 2015년 스마트폰 갤럭시 S6을 통해 처음 도입됐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의도가 컸고, 그 덕에 스마트폰 교체 때 갤럭시를 고려해야 할 이유가 늘었다. 곧 이용자들에게 주효한 전략이었다. 하드웨어 기반으로 초기부터 오프라인 상점에서 스마트폰만으로 결제가 가능한 시스템을 염두에 뒀기에, 기존의 카드와 같은 마그네틱기반(MST) 결제 시스템을 사용했다.

결제금액 기준 국내 점유율 1위인 네이버페이는 국내 1위 포털사이트인 네이버의 영향력을 그대로 인터넷 쇼핑에 접목한 경우다. 온라인 간편결제는 네이버페이가 가장 많다. 30만곳에 달하는 온라인 가맹점이 있으며, 네이버ID 하나만 있으면 네이버 앱을 통해 최저가 상품 검색과 결제, 배송확인, 반품·교환, 포인트 적립 등 구매 전 과정을 관리할 수 있다. 누적 가입자수는 약 3000만명 정도다. 네이버는 지난해 미래에셋과 손잡고 네이버페이를 '네이버파이낸셜'로 분사시켜 본격적으로 금융사업에 뛰어드는 모양새다.  

네이버페이는 네이버ID 하나만 있으면 최저가 상품 검색부터 할인, 결제, 포인트 적립 등 구매 전 과정을 관리할 수 있다. 출처= 네이버 화면 갈무리
네이버페이는 네이버ID 하나만 있으면 최저가 상품 검색부터 할인, 결제, 포인트 적립 등 구매 전 과정을 관리할 수 있다. 출처= 네이버 화면 갈무리

이밖에 이베이(스마일페이), 쿠팡(쿠페이), 11번가(SK페이), 신세계(SSG페이), 롯데(L페이) 등 유통 기업들도 속속 간편결제에 뛰어들었다. 이들은 자사 사이트에서 페이 결제를 하면 쿠폰이나 소폭의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가입자를 모으고 있다. G마켓과 옥션 G9 등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는 지난해 10월 기준 1450만명을 스마일페이에 가입시켰다. 쿠팡에서 분사시킨 간편결제 전문기업 쿠페이는 지난해 6월 가입자 1000만명을 넘겼다.

지난 2015년 '시럽페이'로 출범했다가 이름을 바꾼 SK페이는 지난해 말 기준 이용자가 1200만명 수준이다. 11번가를 통해 발생하는 거래대금 중 절반 정도가 SK페이로 결제된다. 이밖에 신세계그룹의 간편결제 서비스인 'SSG페이'의 이용자 수가 850만명, 롯데그룹의 간편결제 서비스인 L페이 이용자가 500만명 정도다. 

이들은 간편결제 자체를 통한 수익모델보다는, 이용자 타기팅을 통한 부수 효과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용자의 결제 데이터는 그 자체로 돈이 된다. 개별 구매 패턴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분석하면 개인 맞춤형 마케팅이나 타기팅(targeting) 광고가 가능하다.

타기팅 광고란 빅데이터를 이용해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맞춤 광고를 노출시키는 기법이다. 인터넷 서핑 중에 입력했던 키워드들을 분석해서 거기에 맞는 상품을 배너 광고로 띄우는 구글의 GDN(google digital network) 광고가 대표적인 타기팅 광고다.

탄탄한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이미 가진 사업자들이 간편결제를 도입한다고 즉각 매출이 늘어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다만, 다른 간편결제에서 자사 간편결제로 옮겨오도록 유도하고 관련 데이터를 쥘 수만 있다면, 그 자체로 타기팅 광고 등 높은 부가가치가 발생할 수 있다.

 

'페이코 상테크'면 월 6만원 그냥 생긴다

그렇다고 해서 확고한 기존 사업영역을 가진 기업만 간편결제 서비스에 나서는 것은 결코 아니다. 거꾸로 이용자들에 대한 혜택을 넓히는 방식으로 가입자를 끌어모으는 방식도 있다. 간편결제 기업 중 시장 점유율 4위인 NHN페이코는 다양한 플랫폼을 동시에 소화하며 범용성을 높여 가입자를 늘렸고, 다시 이를 기반으로 사업을 도모하고 있다.

삼성페이-페이코 연동 서비스는 페이코의 성격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페이코 앱에서 삼성페이를 등록하면 이용자에게 사용 금액의 1%를 페이코 포인트로 적립해준다. 페이코의 자체 오프라인 가맹점은 약 18만곳에 불과하지만 가맹점 270만곳의 삼성페이를 다시 간편결제 하는 방식으로 오프라인 가맹점을 대폭 확장시킨 셈이다. 

마이신한포인트, 하나머니, 포인트리, 위비꿀머니, 해피머니 상품권, 도서문화상품권 등 다른 플랫폼의 포인트들을 페이코 포인트로 바꿔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기능도 눈길을 끈다. 가성비 소비를 즐기는 온라인 알뜰족 소비자들은 시중 가격보다 7~10%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는 문화상품권을 사서 온라인 결제에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페이코에서는 8% 전환수수료를 내면 구매한 문화상품권을 계좌로 환불받을 수 있다. 8%보다 높은 할인율로 문화상품권을 구매할 경우, 페이코 시스템을 이용해 현금 '공돈'을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온라인 소비자들은 이를 '페이코 상테크'라고 부른다. 직장인 박상혁(가명)씨는 "지금은 쉽지 않지만 과거 문화상품권이 10% 할인할 때는 페이코 상테크로 한달에 6만원 정도 공돈을 만들어 쓰곤 했다"면서 "온·오프라인에서 활용할 수 있는 쿠폰도 가장 많은데, 일반 소비자 입장에선 이런 게 기존 금융에서 제공받지 못했던 서비스"라고 말했다. 현재 간편결제 시장 점유율 기준 상위 4개 기업 중 문화상품권 충전이 가능한 곳은 페이코 뿐이다.

페이코의 2019년 연간 거래액은 6조원, 월간 활성 이용자수는 410만 명 정도다. 앞서 말했듯 페이코엔 자체 쇼핑몰이 없다. 자체 쇼핑몰의 이용자들로부터 개별 구매 패턴 데이터를 노리는 서비스들과는 다른 처지다. 반면, 페이코는 앱 화면에 할인 쿠폰 제공을 제시해 소비자들을 직접 각각의 특정 브랜드 쇼핑몰로 이끌어 준다. 할인 쿠폰이 페이코에 없는 쇼핑 기능을 보완하는 동시에, 페이코 앱 안에서는 광고 기능을 하는 셈이다.

간편결제 업체 관계자는 "페이코는 쿠폰이나 할인 혜택으로 이용자를 앱으로 유인하면서 간편결제 앱 자체를 일종의 광고 플랫폼으로 활용하는 모습을 보인다"며 "기존 사업영역이 없는 상태에서 취할 수 있는 좋은 전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간편결제서비스 페이코의 쿠폰 화면. 각각의 쿠폰은 누르면 해당 브랜드의 자사몰로 이동된다. 쿠폰 배너가 이용자들에게는 할인 혜택으로, 브랜드에는 일종의 광고판으로 기능한다. 출처=김동환/코인데스크코리아
간편결제서비스 페이코의 쿠폰 화면. 각각의 쿠폰은 누르면 해당 브랜드의 자사몰로 이동된다. 쿠폰 배너가 이용자들에게는 할인 혜택으로, 브랜드에는 일종의 광고판으로 기능한다. 출처=김동환/코인데스크코리아

 

높은 신용카드 의존도는 한계 

간편결제의 미래엔 한계점도 꽤 분명하다. 특히 여전히 신용카드 의존도가 높은 점이 본질적인 문제로 지목된다. 업계에 따르면 전체 간편결제의 80% 이상이 신용카드 기반으로 이뤄진다. 이용자들 가운데 열에 여덟은 간편결제 서비스에 은행계좌나 예치금이 아닌 신용카드를 연계해서 쓰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곧 먼저 소비하고 한달 후에 돈을 지불하는 후불 제도나 할부 제도 등 신용카드 특유의 '장점'을 간편결제가 여전히 넘어서지 못한다는 의미다.

신용카드의 압도적인 결제 점유율 때문에 발생하는 높은 가계 부채 등 문제들을 완화하기 위해, 정부는 간편결제 서비스에 정책적 편의를 지원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신용카드가 없으면 서비스 자체가 불가능한 역설적인 상황이다.

실제로 간편결제 기업들이 올리고 있는 카드 기반 간편결제 수수료 매출의 대부분은 카드회사와 전자결제 대행사(PG사)에 지급된다. 네이버페이는 지난해 11월부터 연말까지 발생한 868억원의 수수료 수익 중 605억원을 카드사와 PG사에 지불했다. 카카오페이는 지난해 수수료 수익(1411억원)의 95%인 1340억을 외부 결제사 지급수수료로 줘야 했다.

이렇게 간편결제 기업들이 결제업의 기본인 수수료 수익에서 의미를 찾지 못하고 기존 사업 잠금효과나 결제 빅데이터 같은 분야에서만 이익을 보는 구조라면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힘들다. 그나마 덩치가 큰 대기업들만 생존을 기약할 수 있게 된다. 카드 외 결제수단 다변화에 대한 시장의 압박도 약해진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하반기에 간편결제서비스에 소액 후불결제를 허용하는 내용의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신용카드로 결제하지 않더라도 더 낮은 수수료로 신용카드의 강력한 신용공여 능력을 간편결제서비스에서 일부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된다면, 일단 간편결제 시장 열기는 한층 달궈질 가능성이 커보인다.

구글플레이에서 '페이'를 검색한 모습.
구글플레이에서 '페이'를 검색한 모습.

 

제보, 보도자료는 contact@coindeskkorea.com으로 보내주세요.


내 주머니 속 디지털자산 9건의 기사 전체보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