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코인데스크 아카이브
출처=코인데스크 아카이브

6월30일에 제정된 홍콩 국가보안법의 목적은 뚜렷하다. 중국 공산당이 반대 세력을 억누르기 위해 만든 이 법으로 인해 홍콩의 금융 시스템이 엄격히 통제되고 표현의 자유가 제약되리란 우려가 널리 퍼졌다. 홍콩 정부는 국가나 체제의 안위를 위협하는 행위에 가담했다고 의심되는 개인이나 단체의 자산을 동결하거나 몰수할 수 있게 됐다.

분석된 데이터에 따르면, 더 많은 홍콩 시민들이 정부의 통제 대상인 은행 시스템에서 독립된 방식으로 자산을 보관하기 위해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법정화폐에 가치를 고정해 연동한 디지털 토큰을 말한다.

위 도표를 보면, 법정화폐로 암호화폐를 사고팔 수 있는 거래소 타이드비트(TideBit)에서 홍콩 달러로 스테이블코인 테더(USDT)를 거래한 거래량이 6월 초에 증가했다. 특히 중국 공산당이 최대 연례 정치 행사인 양회에서 홍콩 국가보안법을 제정하기로 한 뒤에 한 차례 거래량이 증가했고, 6월30일에 법이 발효된 직후 또 한 번 거래량이 늘었다.

스테이블코인 거래량 정보에 대한 접근이 제한적이고 홍콩과 중국 본토에서는 스테이블코인 거래가 대부분 장외시장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코인데스크가 확인한 데이터 표본은 상대적으로 적다. 이러한 거래량 증가는 자산을 많이 보유한 이른바 고래가 해당 기간 수행한 거래의 영향을 받았을 수 있다.

그러나 스테이블코인 거래량 증가는 홍콩 시민들이 기존 자산을 보호하기 위해 취한 행동의 결과일 수도 있다.

가족이 아직도 홍콩에 있는 영국 유학생 브라이언 임은 “사람들은 더 이상 정부나 은행이 자신의 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해줄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은 홍콩에 있는 지인들이 암호화폐를 사려고 하고 있다고 얘기했다. “만약 홍콩 경찰과 정부가 당신을 국가보안법에 따른 용의자로 간주한다면, 그들은 당신의 자산을 압수하거나 심지어 몰수할 수 있다.”

암호화폐는 다른 목적으로도 사용될 수 있다. 바로 시위대를 후원하는 목적이다. HSBC는 지난 11월 시위대가 체포된 시위자들을 위한 보석금 지급에 사용한 은행 계좌를 동결시켰다.

 

아시아에서 스테이블코인의 위상 

국가보안법이 제정되기 전부터 스테이블코인은 아시아에서 특별한 역할을 했다. USDT와 같은 스테이블코인은 자본 통제를 회피하고 국가 간 거래의 추적을 더 어렵게 하기 위해 자주 사용된다. 중국 본토 시민이 인민은행의 자본통제에 따른 최대 달러 송금액 연 5만달러를 초과하는 금액을 송금할 때 홍콩에서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싱가포르 기반 암호화폐 회사인 QCP 캐피탈(QCP Capital)의 창립자 겸 CEO 다리우스 시트는 지난 9월에 개최된 코인데스크 아시아 투자 콘퍼런스의 패널 토론에서 “중국과 홍콩, 아시아에서 암호화폐의 도입은 매우 은밀한 특성이 있다”며, “홍콩에서 테더를 거래하려면 직접 현금으로 거래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트의 회사는 장외시장(OTC) 거래 데스크를 운영한다.

시트는 자본 통제가 아시아의 장외 거래 데스크를 서구 시장과 차별화하는 주요 특징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장외 거래 데스크는 중개인들이 합의된 가격을 기준으로 트레이더를 거래상대방과 이어주는 시장의 한 종류로서 암호화폐가 현물 시장가격 기준으로 거래되는 거래소와 다르다.

시트는 “서구의 장외 거래 데스크에서는 BTC와 이더리움 거래가 80%, 스테이블코인 거래가 20%라면, 아시아의 장외 거래 데스크에서는 이 비율이 완전 반대”라며, “우리는 테더와 USDC, TUSD를 훨씬 더 많이 거래한다”고 말했다.

 

안전한 커뮤니케이션

홍콩 국가보안법은 금융 자산의 안전한 보관에 대한 우려뿐 아니라 인터넷 검열과 더 광범위한 개인정보 감시에 대한 우려도 불러일으켰다.

페이스북과 구글, 줌과 같은 미국의 주요 기술 회사들은 당분간 홍콩 당국과의 협력 및 정보 공유를 중단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홍콩 정부는 새로운 국가보안법을 위반하는 회사도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처벌에는 회사 직원에 대한 형사 처벌도 포함된다.

틱톡은 홍콩 시장에서 철수하고 홍콩 이용자들의 틱톡 서비스 접근을 차단하기로 했다.

중국이 홍콩에 대해 통제를 강화하는 데 대한 우려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휴먼라이츠워치의 선임 중국 연구원 마야 왕은 “국가보안법이 제정되기 전부터 사람들은 페이스북 계정과 게시글을 삭제하고 있었다”며, “사람들은 왓츠앱에서 시그널로 넘어가고 있었고, 소셜미디어에서 나누는 대화나 커뮤니케이션의 보안에 훨씬 더 신경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홍콩 사람들이 과거에는 이렇게까지 두려움을 느끼지 않았기 때문에 중국과 홍콩에서 모두 일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서 꽤 놀랐다.”

왕에 따르면,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왓츠앱이나 텔레그램 대신 시그널을 사용하거나 페이스북에 아무런 글도 올리지 않는 등 다른 커뮤니케이션 도구를 사용하는 것이다.

임은 “사람들은 페이스북의 왓츠앱과 같은 중앙관리 메시징 앱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이러한 회사들이 홍콩 당국의 개인정보 공유 요청을 들어줄 우려가 있고, 머지않아 홍콩 정부가 요청을 들어주지 않는 회사들의 앱을 금지할 수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거리로 나온 시위대는 대부분 청년이고, 보유 자산이 없기 때문에 자산을 몰수당할 걱정은 별로 하지 않고, 오히려 개인정보와 관련된 부분에 대한 우려가 더 크다.”

메시지를 처음부터 끝까지 암호화해 주고받는 앱인 시그널은 홍콩에서 다운로드 수가 가장 높은 앱이 됐다.

홍콩. 출처=carloyuen/픽사베이
홍콩. 출처=carloyuen/픽사베이

왕은 “과거에 사람들은 홍콩 정부와 회사들이 개인정보를 수집할 때 이러한 정보가 정보를 수집하는 목적에 한해서만 보관될 것, 그리고 다른 플랫폼으로 전달되거나 이러한 플랫폼에 편입되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 공안은 사람들의 정보를 플랫폼 간에도 공유한다.

“국가보안법은 공안에 이러한 권한을 부여하지는 않지만 시간이 지나면 홍콩의 정보보호 체계를 무너뜨릴 것이다. 나는 이러한 위험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왕에 따르면, 기술에 더 능숙한 사람들은 이용자가 만리방화벽을 뚫고 인터넷에서 자신의 신원을 보호할 수 있게 해주는 가상 개인 네트워크(VPN)를 이용할 것이다.

베이징이 국가보안법의 제정을 발표한 직후 애플 스토어에서 VPN 앱의 다운로드 수가 급증했다. 게임을 제외하고 다운로드 수가 가장 많은 앱 10개 중 7개는 VPN 앱이다. 그러나 중국의 만리방화벽은 VPN 서비스에서 발생하는 트래픽을 인지할 수 있기 때문에 이용자 정보를 익명화하려면 추가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여기에서도 암호화 기술은 홍콩 시민들의 커뮤니케이션을 더 안전하게 해줄 수 있다.

VPN 제공자 오키드의 스티븐 워터하우스 최고경영자는 트래픽을 동영상 데이터로 둔갑시키면 인터넷에서 이용자들이 무엇을 하는지 파악하기가 더 어려워지고, 서비스 요금을 지불할 때 은행과 연결된 명목화폐 계좌를 이용하는 대신 암호화 토큰을 이용하면 이용자들이 자신들을 더 잘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암호화 기술은 홍콩 사람들이 커뮤니케이션 보안을 강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중국의 방화벽은 VPN 트래픽을 인지할 수 있어 금지된 콘텐츠에 대한 이용자의 접근을 막을 수 있다”며 “노드를 네트워크에 등록해 이용자와 VPN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드 간의 지급 결제를 가능케 하는 등 블록체인은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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