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쪼개 사고파는 시대의 부동산 정책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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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 기자
김동환 기자 2020년 7월28일 06:00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잠실 일대의 아파트 단지. 출처=박종식/한겨레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잠실 일대의 아파트 단지. 출처=박종식/한겨레

요즘 한국에서 가장 뜨거운 자산이 뭐냐 묻는다면 아마 이구동성 '아파트'라는 대답이 나올 것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를 중심으로 집값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한국감정원 지표를 보면 정부가 출범했던 2017년 5월 대비 지난 6월 서울 아파트 매매지수는 13.8% 올랐다. 같은 통계의 중위 매매가격은 57.6% 상승했다. 임기 초부터 집값 안정을 지속해서 강조해온 문재인 정부 입장에서는 상당히 체면을 구긴 셈이다.

정책이 실패한 가장 큰 이유로는 주택임대사업자 제도 확대와 법인 부동산 구매 확대가 지목된다. 정부가 제도의 부작용을 내다보지 못했고, 부동산 시장의 실태를 몰라서 규제 '구멍'을 제때 막지 못하는 바람에 다주택자들이 우회로를 통해 대거 주택 매입에 나섰다는 것이다. 이에 초조해진 실수요자들이 가능한 만큼 빚을 끌어 주택 매수 행렬에 동참한 탓에 집값이 폭등했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하지만 정부는 아직 이런 실패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다. 국민들도 이제 그다지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다.

부동산은 실물 수량이 정해져 있는 한정적인 재화다. 기본적으로 지금처럼 금리가 낮고 시중 유동성이 높은 상황에서는 가격이 상승하기 쉽다. 특히 수요가 높은 서울의 아파트는 원래 가격이 높은 상황임에도 다른 지역보다 가파른 상승률을 보인다. 

핀테크의 관점에서 본다면, 금리와 유동성에 부동산이 영향을 받는 경향은 앞으로 더욱 두드러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자산을 쪼개서 사고팔 수 있는 유동화 기술이 시장진입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에는 돈 많은 소수의 사람만 강남 아파트를 살 수 있었지만, 아파트를 1만개의 토큰으로 쪼개 투자할 수 있게 만들면 누구나 소액으로도 강남 아파트의 지분을 살 수 있게 된다. 그렇게 구매한 지분을 타인에게 파는 것도 가능하다. 마치 주식처럼, 지금보다 부동산 투자 접근성이 더 높아지는 셈이다. 

대표적 사례가 블록체인 업계의 증권형 토큰 발행(STO, Security Token Offering)이다. 올해 하반기 안에 블록체인 기업 카사코리아는 지난해 금융위원회가 혁신금융서비스로 선정한 디지털부동산 수익증권 유통 플랫폼을 출시할 예정이다.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인 부산에서 2차 사업으로 지정한 세종텔레콤의 '블록체인 기반 부동산 집합투자 및 수익배분 서비스'는 이르면 내년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런 흐름은 한국 뿐 아니라 세계적인 흐름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일본 금융청, 독일 금융감독청 등 금융 선진국에서도 올해 들어 STO를 조심스럽게 제도권으로 편입시키는 시도를 진행하고 있다. 

부동산 STO 서비스가 자리 잡게 되면 부동산 투자의 많은 부분이 변화할 것이다. 세법은 그 대표적인 예다. 현행 세법에서 부동산 과세는 사람 기준으로 이뤄진다. 1주택 보유자인지, 다주택 보유자인지에 따라 다른 세율이 적용된다. 그러나 부동산 투자가 토큰 단위로 이뤄지면 이런 분류는 무의미하다. 결국 지금의 종합부동산세는 재산세에 통합해서 걷게 될 가능성이 높다. 사람이 아니라 부동산에 세금을 매기는 쪽으로 패러다임이 바뀔 거라는 얘기다.

사회도 이런 흐름에 적응해가야 하고 어느 쪽이 합리적인지 따져봐야 한다. 부동산을 쪼개서 소유하게 만든다는 건, 소유, 투자, 주거가 모두 따로 돌아갈 수 있다는 뜻이다. 회사를 쪼개서 소유하게 만든 주식회사는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가능하게 만들었고, 증권시장 상장 제도는 더욱 광범하고 원활한 자금 모집을 실현했다. 주거에도 이같은 신기원이 열린다면 관련 정책은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목표를 제시해야 할 수도 있다.

정부가 당장 아파트 가격을 잡을 수 있을지는 사실 나도 회의적이다. 유독, 이 정부가 시장 실태에 밝지 않은 면들을 보여왔기에 더욱더 그렇다. 과거 암호화폐 시세가 오르자 거래소 폐쇄 발언을 했던 것처럼, 집값 잡는다고 이제 갓 걸음마를 떼려는 STO 서비스를 주저앉히진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든다. 서울에 사는 한 사람의 무주택자로서 부디 주거 안정과 자산 재분배 문제를 잘 풀어주길 바란다. 소 떠나간 외양간에 집착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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