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남의 일 관심 끊어야…모네로는 다행이었다
마이클 케이시 주간 연재 칼럼 ‘돈을 다시 생각하다’ 1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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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 Hochstein
Marc Hochstein 2020년 8월3일 06:30
출처=언스플래시
출처=언스플래시

* 마이클 케이시가 휴가 중인 관계로, 이번 주 ‘돈을 다시 생각하다’ 칼럼은 본지 주필 마크 호크스타인이 대신 썼다.

 

한 번은 필자가 딱히 이렇다 할 이유 없이 남의 일에 참견한 적이 있다.

벌써 20년이나 지난 얘기지만, 오늘날 돈의 미래를 만들어 가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교훈을 줄 수 있겠다 싶어 그 이야길 해보려 한다.

아내가 출장 갈 일이 있었는데, 필자가 그 출장을 재미 삼아 따라갔다. 콘퍼런스 전날, 둘이 어느 부촌 주변을 산책하다가 으리으리한 저택 한 채가 눈에 들어왔다. 필자는 그 집주인이 누구일지 궁금해하며 주소를 적어왔다.

다음날, 여느 관광객이라면 박물관이나 공원에 갔겠지만, 필자는 혼자서 카운티의 기록관 사무실로 향했다. 한 시간 가까이 줄을 서고, 복잡한 사무실을 여러 군데 들른 다음에야 가까스로 해당 부동산의 담보 약정서를 받아볼 수가 있었다. 서류에 따르면 그 저택은 별 뜻 없는 일반 이름을 사용하는 한 위탁 사업체 소유로, 소유주의 정확한 신원은 알 수 없었다.

돌이켜보면 당시 필자가 참 겁 없고 용기가 넘쳤단 생각이 든다. ‘어떻게 서류 뒤에 숨어서… 돈만 많으면 다란 말인가? 부동산 소유권은 공익과 관련된 문제인데!’라며 역정을 냈으니 말이다.

허나 사실 따지고 보면 그 집을 누가 소유했든 내 알 바는 아니었다.

까칠하게 굴 만한 하등의 이유도 없었다. 취재를 해야 하는 것도 아니었고, 같은 시나 같은 동네에 사는 것도 아니었다. 이사 갈 집을 구하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특히 그 정도 시세라면). 필자는 그저 꼬치꼬치 캐묻길 좋아하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밥 딜런의 말을 빌리자면, 필자는 ‘투명성’이라는 말을 마치 혼인 서약처럼 여겼다. 필자는 당시 어리석었고 다행히 지금은 그때보다는 훨씬 현명하다.

이제 ‘어떻게 하면 블록체인이 이 문제를 해결할까’란 주제로 넘어가는 걸 기대했다면 크게 잘못 생각했다. 블록체인은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오히려 훨씬 더 악화시킬 수 있다.

 

스토커의 낙원

여기서 필자는 남의 말을 엿듣거나 엿보고, 지나가는 일에 관심을 보이는 정상적인 수준의 인간 본성뿐 아니라 유감스러울 정도로 도를 넘는 수위에 관해 말하고 있다. 민감한 개인정보가 공적 영역에 한 번 들어오면, 해당 정보를 무시한다거나 조심해서 다룰 필요가 없다고 보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이해할 수 없는 생각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출처=데이비드 스토웰 / 위키미디어
출처=데이비드 스토웰 / 위키미디어

여기서 문제를 하나 내보겠다. 앨리스가 화장실에 들어가 문을 깜빡하고 안 잠갔는데 갑자기 밥이 노크 없이 불쑥 들어왔다면 이건 누구의 잘못일까? 문을 안 잠근 앨리스가 잘못이라는 사람들이 정부나 언론, 블록체인 분석 업체에서 일하고 있지 않았으면 좋겠다.

많은 독자가 알고 있듯 비트코인을 비롯한 많은 암호화폐가 어느 정도는 익명성을 전제로 한다. 실명으로 된 계정이 아닌 문자와 숫자로 조합된 긴 익명의 주소를 사용한다. 원한다면 주소를 몇 개든 생성할 수도 있다.

숫자로만 구성된 스위스 비밀계좌보다 낫지 않은가? A 계좌에서 B 계좌로 암호화폐가 이동한 기록이 네트워크에 남고, 거래가 확인되면 공유 원장에 타투보다 더 오래도록 기록된다는 점만 제외하면 말이다. 그리고 최근엔 주소 간의 관계와 소비 패턴을 분석해 동일한 이용자가 보유하고 있는 주소들을 추론해내고, 돈의 흐름을 파악하는 온체인 분석 업계가 뜨고 있다.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나 엘립틱(Elliptic) 같은 기업들이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이들 기업은 병적인 호기심 때문이 아니라 사법 당국의 범죄자 색출을 돕기 위해 이런 일을 하고 있다. 블록체인이 감사가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암호화폐 거래소를 대상으로 한 해킹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개인 이용자들과 언론인들이 탈취 자금을 추적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했다.

모두 좋은 일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능을 이용해 몰래 엿보기 좋아하는 이들이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사람들의 생활을 쉽게 엿볼 수도 있다(어쩌면 이미 그러고 있는지도 모른다). 특히 암호화폐에 갓 입문해 본인 주소를 공개적으로 공유하고 재사용하면서 거래 내역을 제대로 감추지 않는 사람들이 표적이 되기 쉽다. 10분 정도 구글 검색만으로도 얼마나 많은 개인정보를 알아낼 수 있는지 떠올려도 불안한데, 여기에 그 무엇보다 많은 신상 정보를 담고 있는 개인의 금융거래 내역까지 훤히 들여다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개인정보 유출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 암호화폐가 널리 보급되게 된다면 스토커들의 낙원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최근 몇 년간 비트코인을 비롯한 여러 프로토콜의 개발자들이 네트워크의 개인정보 보호 향상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왔고, 거래 익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모네로(monero)나 지캐시(zcash) 같은 프라이버시 코인들도 생겨났다.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기술적 해결책이 생각만큼 빨리 나오지 않을 수도 있고, 나온다고 하더라도 충분치 않을 수 있다. 더군다나 법적 보호장치에 기대겠다는 건 어리석은 생각일 것이다(지난달 초, 연방 항소 법원은 미국 정부에서 범죄 용의자가 보유한 코인베이스(Coinbase) 계좌의 거래 내역을 영장 없이 조회해 제출한 증거에 대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코인베이스 계좌는 공개성이 매우 낮은 블록체인 데이터다).

 

새로운 표준이 필요할 때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새로운 문화적 표준도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5~6년 전 구글글래스(Google Glass)를 둘러싼 대중의 반발은 긍정적인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카메라가 내장된 스마트폰과 콘텐츠 공유가 일상이 돼 이제는 집 밖을 나서면 원치 않아도 신분이 노출되는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그런 일은 예외적인 일이었던 것 같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사설에서 종종 대규모 감시와 데이터 공유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가리켜 ‘프라이버시 잔소리꾼(privacy scold)’이라고 부른다. 원래 ‘scold’란 타인의 프라이버시를 무시하는 사람을 뜻하는 말인데, 그 점에서 용어에 어폐가 있긴 하다.

하지만 그 용어를 그대로 사용한다면, 우리는 모두 ‘프라이버시 잔소리꾼’이 될 필요가 있다.

늘씬하지 못한 수영복 차림의 유명 인사나 패션 센스가 형편없는 행인을 욕할 게 아니다. 감시자처럼 상대방의 동의 없이 무턱대고 사진을 찍어대는 사람들이나 포르노 제작자 같은 사진의 유포자들(마트에서 파는 타블로이드 신문이든, 소셜미디어든)과 그 사진을 소비하는 이상한 취향의 소비자들이 문제다.

“공공장소에서 프라이버시란 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도 적정선이라는 게 존재한다.

블록체인상에서 일어나는 금융거래도 마찬가지다. 트위터(Twitter)를 해킹해 유명인들 계정을 털어 팔로어들에게 비트코인을 송금하라는 사기를 친 해커들은 첨단 추적기술을 이용해 반드시 찾아내야 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범죄 행위와 관련 없는 타인의 금융거래 내역을 발견하게 되는 당혹스러운 일이 발생한다면 ‘놀람’ 이모티콘을 붙여 트윗하지 않길 바란다. 그냥 못 본 척 무시하고 잊어버려라. 그 정보가 공적인 정보일진 모르지만 결국 남의 일이다.

필자의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자면, 한 번은 은행이 모르는 사람의 고객 명세서를 실수로 필자의 집으로 보내온 적이 있었다. 명세서가 잘못 왔음을 깨달은 순간 필자는 꺼냈던 명세서를 봉투에 다시 집어넣고 가까운 영업점으로 향했다.

당시 필자는 잘못 온 명세서에 적힌 잔액이 얼마인지 슬쩍 보려고 하지도 않았었는데, 이는 지금도 스스로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다 같은 달러가 아니다

-코인데스크 선임 연구분석가 갤런 무어-

이번 주에는 달러 약세가 지속해 전년도 같은 기간 대비 증감률(YTD)이 최저치를 경신했다.

출처=팩트셋
출처=팩트셋

하지만 실제 미국 달러나 증권과 1:1로 연동되는 스테이블코인인 테더(USDT)의 수요는 계속 상승 곡선을 그렸다. 지난달 29일 테더 발행량은 110억개를 넘어섰다.

출처=코인 메트릭스
출처=코인 메트릭스

달러 가치는 떨어지는데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 수요가 증가하는 이유는 뭘까?

같은 금액의 암호화폐를 구매하는 데 달러가 더 많이 들어서 그럴 수도 있다. 아니면 해외 비트코인 선물 시장에서 시세 차익을 노리는 트레이더들 때문일 수도 있다. 유동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진 오케이엑스(OKEx)에서 비트코인 현물가격 급등으로 현물과 선물의 가격 차이인 베이시스(basis)가 20%를 넘어섰다.

출처=스큐
출처=스큐

한편 전통적인 달러의 수요는 전 세계적으로 여전히 높다. 쿠바 아바나에서는 정부가 달러 수요 때문에 ‘달러 상점’을 열었다. 할인이 되지는 않지만, 이곳에서 물건을 팔아 쿠바 국민들이 해외로 송금하지 않고 달러를 쿠바에 남겨둘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이다. 나이지리아 라고스와 아부자에서는 생산 업체들이 원자재를 구매하는 데 필요한 달러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즉 다시 말해, 달러라고 해서 다 같은 달러가 아니다. 달러의 가격은 쓰이는 정도와 사용 배경을 반영한다. 블록체인에서는 달러가 많이 사용되므로 수요가 높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트레이더들은 암호화폐 거래소에 접근하기 위해 테더를 사용한다. 이는 누구나 다, 일반적인 달러를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돈을 다시 생각하다(Money Reimagined)’는 돈과 인간의 관계를 재정의하거나 글로벌 금융 시스템을 바꿔놓고 있는 기술, 경제, 사회 부문 사건들과 트렌드들을 매주 함께 분석해 보는 칼럼이다.

·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 Translated by NewsPepperm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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