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환 케이뱅크 행장이 4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하반기 전략을 말하고 있다. 케이뱅크 제공
이문환 케이뱅크 행장이 4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하반기 전략을 말하고 있다. 케이뱅크 제공

지난달 4천억원의 실탄(자본금)을 확보한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올 하반기 공격적인 영업을 예고했다. 케이뱅크는 고대하던 자본금 확충을 마치고 금융시장에 다시 ‘로그인’했지만, 기존 은행들과의 경쟁뿐만 아니라 네이버의 금융 진출과 ‘3호 인뱅’ 토스의 도전 등 험난한 환경이 기다리고 있다.

케이뱅크는 4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비대면 아파트 담보대출 등 하반기 출시 예정인 상품들과 성장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비대면 아파트 담보대출은 대출 신청부터 대출금 입금까지 전 과정이 은행 지점을 방문하지 않고 가능하다. 번거로웠던 배우자 및 세대원의 동의 절차 역시 모바일로 구현돼 편리하게 대출을 받을 수 있다고 케이뱅크는 설명했다. 금리는 최저 연 1.64%로 은행권에서 가장 낮은 수준으로 해 대출을 갈아타는 대환 수요를 노린다.

케이뱅크는 추격 전략으로 ‘주주사 네트워크 활용’을 꺼내 들었다. 이동통신사인 케이티(KT)와 협력을 강화해 대리점에서 케이뱅크 계좌 개설을 안내하고, 이 계좌로 통신요금을 납부하면 월 5000원 등 연 최대 12만원까지 할인을 해주는 서비스를 내놓겠다고 했다. 또 비씨(BC)카드의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케이뱅크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케이뱅크의 대주주는 비씨카드이고, 비씨카드는 케이티가 소유하고 있다.

이문환 케이뱅크 은행장은 “케이뱅크만의 특징을 살릴 수 없냐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케이티가 잘하는 가족결합상품과 연계 마케팅도 하고, 우리금융그룹과도 연계한 상품을 내놓는 등 주주사의 역량을 활용해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를 올해 안에 더 내놓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케이뱅크의 이 같은 전략은 모바일 금융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카카오뱅크의 ‘플랫폼’과 토스의 ‘마케팅 투자’를 쉽게 따라가기 어렵다는 고민에서 비롯됐다. 케이뱅크에 이어 2호 인터넷은행으로 출범한 카카오뱅크는 간편한 신용 대출로 인기를 끌며, 총자산 23조4천억(2020년 3월말 기준), 총여신 16조7천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국민 메신저인 ‘카카오톡’과 연결되는 등 카카오 브랜드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간편송금으로 시작해 금융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토스도 3천억원을 그동안 투자받는 등 막강한 마케팅 화력을 가지고 있다.

이문환 은행장은 “케이뱅크 나름의 성공 모델을 찾아야 하는데 그동안 부족했다. 돈을 많이 써서 마케팅하는 것은 한계점에 다다를 수 있고, 우선 가장 쉬운 방법이 대주주의 플랫폼을 활용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전체 은행 대출 시장을 보면 인터넷은행이 차지하는 점유율이 2% 정도밖에 안 된다. 카카오뱅크, 토스와 경쟁하기보다 인터넷은행 파이를 넓히는 노력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행장은 추가 유상증자도 실시해 자본금을 1조4천억∼1조5천억원 규모로 키울 복안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케이뱅크의 자본금은 9천억원 수준으로 카카오뱅크(1조8천억원)의 절반 규모다.

이날 케이뱅크는 인터넷은행 인가를 받을 때 대리점에서 영업행위를 하면 안 된다는 조건이 있었다는 지적에 대해 “계좌 가입은 본인이 직접 해야 한다. 금융위원회 쪽에서 일부 허용하는 게 있다. 대리점은 제휴 서비스에 대한 안내 역할만 한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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