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면 채굴 싸다더니…중국 채굴업체 ‘총체적 난국’
지난해부터 설비 과잉 투자에 수요 줄자 전기료 싸졌지만, 고객 모집 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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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lfie Zhao
Wolfie Zhao 2020년 8월6일 09:00
비트코인 채굴장. 출처=코인데스크
비트코인 채굴장. 출처=코인데스크

비 내리는 소리와 함께 기계들이 가동을 시작한다. 여느 해라면 중국 채굴업계에 가장 반겼을 계절이 찾아왔다. 보통 매년 6월에 시작해 10월에 끝나는 중국 내륙 지방의 우기다. 우기엔 비가 많이 내려 수력 발전으로 생산하는 전기료가 싸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전 세계 수십억 달러 규모에 육박하는 비트코인 채굴 산업의 65%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중국의 채굴업계는 유난히 힘겨운 우기를 보내고 있다.

지난해 여름 수많은 채굴업체가 반감기 이후 비트코인 가격의 급등을 예상하고 중국 서남 지방에 새로운 채굴 시설을 앞다퉈 짓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난해 우기 이후 채굴 난이도는 거의 두 배 높아졌고, 비트코인 블록을 채굴할 때 얻을 수 있는 보상은 절반으로 줄었다. 즉, 채굴은 예전보다 어려워졌는데 보상은 줄어든 것이다. 지난해 이후 비트코인 시장에 진입한 채굴업체들이 채굴 장비와 시설에 투자한 돈을 회수하려면 아직 한참을 더 기다려야 한다.

채굴풀 F2풀(F2Pool)에서 글로벌 사업을 총괄하는 토마스 헬러는 최근 블로그에서 “2020년은 아직 절반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채굴업계는 이미 너무 많은 시련을 겪었다”라면서 현재의 상황을 표현했다.

“채굴업체들는 3월 거시경제에 불어 닥친 예상치 못했던 위기에 맞서 싸워야 했고, 반감기와 팬데믹에서 비롯된 안개 속을 헤쳐나가야 했으며, 이제 남은 반년 동안은 불꽃 튀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치열한 싸움을 해야 한다.”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기

F2풀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채굴풀 중 하나인 중국 풀인(PoolIn)의 CEO이자 공동창립자 케빈 판은 채굴업계가 반감기 이후 비트코인 가격이 급격히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로 반감기 이후 비트코인 가격은 크게 오르지 않았고, 오히려 3월 12일엔 대규모 자금 이탈 사태가 벌어지면서 상당 규모의 강제 청산과 손실이 발생했다.

반감기 이후 두 달 동안 비트코인 가격은 개당 9천달러 수준에 머무르며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주에 가격이 개당 1만달러를 돌파했고 지금은 1만1천달러 이상에서 거래되고 있지만, 작년 같은 기간과 여전히 비슷한 수준이다.

반면 반감기 이후 두 달 동안 채굴 난이도는 사상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다. 지난해 7월과 비교하면 보상은 절반으로 줄어들었는데, 난이도는 거의 두 배나 오른 것이다.

판은 이처럼 비트코인 시세가 힘을 받지 못하면서 비트코인 채굴업체의 일일 수익이 지난해보다 70%나 줄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들어 가격이 상승하면서 그나마 상황이 조금 나아졌다.

비트인포차트(Bitinfochart)에 따르면 지난해 7월 매초 테라해시(TH/s)당 0.33달러 수준이던 일일 비트코인 채굴 수익은 현재 0.1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공급 과잉

한편 지난해부터 비트코인 채굴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중국 내 새로 설립된 채굴 시설들이 넘쳐나고 있다.

이미 지난 4월부터 채굴기를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의 규모가 수요를 넘어서면서 채굴 시장은 공급자가 아닌 수요자 중심 구도로 전환했다. 중국 내 채굴장들은 지난해보다 20% 저렴한 전기 요금을 내걸며 고객을 유치하고 있다.

판은 이번 우기에 쓰촨성과 원난성에 있는 채굴 시설 중 20~30% 정도는 가동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채굴업자들과 채굴장이 수익을 전혀 기대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지난해부터 들인 막대한 투자금을 회수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예상보다 더 길어질 것이다.

실제로 그동안 중국에서는 6개월에서 1년 정도면 채굴기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었는데, 비트코인이 앞으로도 11000달러 수준에 머문다면 투자금 회수 기간이 최장 2년까지 늘 수 있다.

F2풀의 헬러는 “중국 채굴시장에 오랫동안 몸담은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지금의 전기료는 우기와 시기가 겹쳤던 2016년 반감기 때보다 낮을 뿐만 아니라, 시장이 강세를 나타냈던 2015년보다도 낮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저렴한 전기 요금은 비트코인 채굴에 나서려는 사람들에게 하나의 유인이 될 수 있지만, 지금과 같은 수요자 중심 시장에서는 채굴장을 운영하는 기업에 ‘전례 없는 투자 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장기적인 전망은 여전히 ‘맑음’

이러한 상황에서도 일부 채굴기업들은 장기적으로 시장이 오를 것으로 보고 새로운 상품을 출시하면서 투자를 유치하고 있다.

채굴풀 비티씨닷톱(BTC.Top)의 CEO이자 창립자이면서 직접 채굴장을 운영하고 있는 장줘얼은 최근 비닷톱(B.top)이라는 공동 채굴계약 상품을 출시했다. 채굴에 참여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전기와 채굴 장비를 초당 테라해시(TH/s) 단위로 판매하는 것으로, 이들이 투자한 금액을 회수할 때까지는 채굴장 임대료나 관리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쓰촨성에 10개 이상의 채굴 시설을 보유하고 있는 업계 장수 기업 해시에이지(HashAge)와 흥찌아(Heng Jia)도 지난달 31일 중국의 암호화폐 대출 스타트업 바벨(Babel)과의 제휴를 발표했다.

바벨의 CEO이자 공동창립자인 플렉스 양은 해시에이지나 흥찌아의 채굴장을 임대하는 채굴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대출 서비스를 위해 최대 5천만달러어치의 테더(USDT)를 배정했다고 밝혔다.

보통 바벨에서 암호화폐 대출을 받으려면 비트코인을 담보로 걸어야 하는데, 이번 제휴를 통해 진행되는 대출 건에 대해서는 해시에이지나 흥찌아에 설치된 채굴기를 담보로 설정할 수 있다.

이는 암호화폐를 기반으로 하는 대출 사업에서 특수 반도체 장비인 ASIC 채굴기를 거래 가능한 자산으로 취급하는 첫번째 사례다.

미국의 채굴풀 룩소(Luxor)는 그동안 정보가 부족했던 비트코인 채굴기 거래 시장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비트코인 해시레이트 가격 지수를 개발해 이달 초 선보였다.

 

홍수

비가 많이 온다고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니다. 수십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홍수로 400만명 가까운 이재민이 발생했고, 사망자와 실종자도 150명이 넘는 등 5천만명 이상의 중국인이 피해를 보았다.

그나마 최악의 피해를 막은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할 정도였다. 풀인의 판은 이번 홍수 피해가 양쯔강 중하류에 집중됐다고 설명했다.

쓰촨성과 원난성에 있는 대부분의 채굴장은 양쯔강 상류에 분포돼 있는데, 이곳은 강의 중심에서 약 1200km 떨어져 있는 산악 지역이다. 따라서 집중호우에 따른 홍수 피해를 채굴장들은 어느 정도 피할 수 있었다.

다만 물의 수위가 높아지면 댐에 무리가 갈 수 있기 때문에 채굴장에 전기를 공급하는 수력발전소에서 전력 생산을 중단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지금까지 가장 심각한 피해를 본 지역은 중국 중심부의 장시성, 후베이성, 후난성, 안후이성 등이다. 더 자세한 내용은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 기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베이징의 암호화폐 시장 분석 스타트업 토큰인사이트(TokenInsight)의 최고 애널리스트 존슨 쉬는 과거 특정 지역에서 홍수나 산사태 등으로 채굴장이 붕괴된 사례가 있었기 때문에 요즘 새로 채굴장 부지를 알아보는 사업가들은 예전보다 적합한 장소를 선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중국에서 채굴장을 운영하는 기업들은 철저한 실사를 통해 홍수 피해가 일어날 위험이 가장 적은 곳을 선정했기 때문에 이번 홍수가 채굴 산업 미친 영향은 그리 크지 않다.”

 

줄다리기  

중국에 비트코인 채굴 기업이 과도하게 많은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지난해부터 쓰촨성 당국이 ‘과잉 수력발전 전력 활용 시범 지역’ 지정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중국 정부에서 지정한 산업단지에 입주하는 채굴장이나 수력발전소는 안정적이고 저렴한 전력 공급과 안정적인 사업 환경을 기대할 수 있다. 그 대신 영업 수익의 일부를 지방 정부와 중국의 전력망을 독점하고 있는 국가전망공사에 지급해야 한다.

지난 수년간 쓰촨성과 원난성에 위치한 채굴장들은 대부분 ‘직접 공급’ 전력을 사용했다. 즉, 수력발전소가 중간에 개입된 제3자와 수익을 나누지 않고 채굴장에 전력을 직접 공급해 왔다.

판은 지역 정부가 현지 수력발전소의 일반적인 전력 공급 형태인 ‘직접 공급’에 제동을 걸기 시작하면서 지역 정부와 수력발전소, 국가전망공사 사이에 일종의 줄다리기가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수력발전소에서 전력을 직접 공급받는 비트코인 채굴장 중 일부는 시장 상황이 어려운 만큼 평가절하된 가격에 시설을 처분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수력발전소와 정부 사이의 줄다리기는 잠재적 투자자들의 발길을 돌릴 수 있는 리스크 요인이다.

중국의 최근 규제 동향에 대해 토큰인사이트의 존슨 쉬는 “규제를 받지 않는 소규모 채굴장에는 악영향을, 현지 규제 요건을 충족하는 기업에는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 Translated by NewsPepperm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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