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달러 약세에도 원화 환율이 하향안정되지 못한 데에는 국내의 해외주식투자 열풍에 따른 달러 수요 증가도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10일 한국예탁결제원 자료를 보면, 최근 한달(7월7일~8월6일) 동안 국내투자자들의 해외주식 순매수 규모는 33억8081만달러로 이 가운데 74.3%(25억1300만달러)가 미국 주식에 집중됐다. 같은 기간 해외주식 순매수 상위 종목을 보면 테슬라(8억2071만달러)가 가장 많았고 애플, 아마존,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기술주가 그 뒤를 이었다. 

출처=한겨레
출처=한겨레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내국인의 해외주식투자 규모는 역대 3번째로 컸다. 한국은행의 국제수지 금융계정 자료를 보면, 내국인의 해외주식투자는 상반기에 253억5천만달러 증가해 2007년 상·하반기(261억달러, 264억6천만달러)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그만큼 외환시장에서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는 환전수요가 많아져 원화 환율 상승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주요 6개 통화와 견준 달러화 가치는 최근 한달새 3.6% 하락한 반면 원화가치는 0.9% 반등하는데 그쳤다. 

 케이비(KB)증권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해외증권(주식+채권)투자 규모는 2010년 36.7%에서 지난해말 131%로 급증했다. 이 증권사의 김효진 이코노미스트는 “주가상승으로 인한 평가액 증가를 감안하더라도 해외투자 확대로 인한 달러 수요 증가가 원화 강세 압력을 상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내 달러예금 증가도 원화 강세를 제한하고 있다. 한은의 ‘거주자 외화예금 동향’을 보면, 6월말 기준 내국인과 국내기업 등이 보유하고 있는 외화예금 잔액은 845억3천만달러로 2012년 6월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달 새 증가분(36억1천만달러)의 98%(35억4천만달러)가 달러화예금이다. 코로나19로 불확실성이 커지자 기업과 개인이 앞다퉈 달러 확보에 나서면서 외화예금은 4개월 연속 증가하고 있다. 

 10일 코스피는 1.48%(34.71) 급등한 2386.38로 장을 마쳤지만 원-달러 환율은 0.9원 상승(원화가치 하락)한 1185.6원으로 마감했다.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지난 1월 20일 원화 환율은 달러당 1158원이었다. 전문가들은 경상수지 흑자 축소 추세와 해외투자 확대가 맞물려 국내 달러 공급이 줄면서 당분간 환율이 하향안정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수출이 확실히 개선되기 전까지는 환율이 1150원대로 진입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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