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팔자고 시작한 애플페이…주객 바뀌나
[내 주머니 속 디지털자산⑦]
미국 모바일결제 1위 애플페이
2019년 신용기능 탑재한 애플카드로 진화
돈 없으면 무이자 할부로 신용 지원
'스마트폰 잠금'에서 '서비스 잠금'까지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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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 기자
김동환 기자 2020년 8월13일 10:00
애플페이. 출처=애플
애플페이. 출처=애플

드디어 국내에서도 애플페이를 사용할 수 있을까. 애플사가 배포한 아이폰 운영체제 iOS14의 두 번째 베타 버전에 QR코드 결제 관련 이미지를 넣었다는 사실이 지난 7월8일 공개됐다. 애플 관련 전문 미디어인 나인투파이브맥(9 to 5 Mac)은 이와 관련해 아이폰 카메라로 QR코드를 읽어낸 후 애플페이에 등록된 신용카드로 요금을 지불하거나, 아이폰 화면에 뜬 바코드 스캐너로 읽어들이는 방식으로 지불하는 방식이 iOS14에서 지원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해당 부분은 배포 시점으로부터 한달 전 열렸던 세계개발자대회(WWDC)에서는 소개되지 않았던 내용이다. 

애플페이는 현재 미국을 제외한 국가에서는 근거리무선통신(NFC) 인프라가 있어야만 오프라인 사용이 가능하다. 국내 여신업계에 따르면 전국 280만개 가맹점 중 NFC 결제가 가능한 곳은 3만곳 뿐이다. NFC 단말기를 보급하기 위해서는 가맹점마다 15만원 정도의 비용이 필요하다.

이런 환경은 그동안 애플페이가 국내에 진입하지 못한 가장 주요한 이유로 지목되어 왔다. 그러나 애플페이에 QR코드 결제 기능이 추가되면 이 걸림돌이 단번에 제거된다. 사실상 별도 비용이나 추가 설비 없이도 오프라인 결제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애플은 지난 7월3일부터 전세계 사용자들의 아이폰 '설정'에서 애플페이 설정을 활성화시킨 상태다. 

애플페이 국내 도입 가능성을 높이는 소식이 하나 더 있다. 블룸버그는 지난 1일 애플이 NFC결제 스타트업인 모비웨이브(Mobeewave)를 1억달러(한화 약 1185억원)에 인수했다고 밝혔다. 모비웨이브는 전용 앱을 이용해 아이폰을 NFC 결제단말기처럼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을 가지고 있는 기업이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NFC 단말기가 없어도 아이폰만 있으면 자유롭게 애플페이 이용이 가능해진다. 

 

생소한 NFC방식 들고나와…2019년 미국 모바일 결제 1위

애플페이는 지난 2014년에 나온, 비교적 오래된 간편결제 서비스다. iOS에서만 사용할 수 있고, 2016년부터 온라인 결제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2018년 기준 전 세계 2억5300만명이 이 서비스를 이용한다. 글로벌 아이폰 사용자의 약 31%다.

현재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 40개 국가에서 이 간편결제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터치ID나 안면인식, 음성 인식으로 결제가 가능하고 같은 아이폰끼리는 메시지 보내기 기능을 이용해 송금도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애플페이는 최근 글로벌 간편결제 서비스 중 실적과 성장 속도 면에서 단연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애플에 따르면 2019년 4분기 기준 연간 결제량은 150억건을 돌파했으며 매출과 거래량도 전년 대비 2배 이상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미국 온라인 매체 쿼츠는 올해 2월 전세계 신용카드 거래의 5% 정도가 애플페이로 결제되고 있다며, 2024년에는 10%를 차지할 것으로 분석했다.

처음 나왔을 때부터 이렇게 잘 되는 서비스는 아니었다. 차세대 비접촉 결제방식인 NFC를 채택했는데 서비스 초기인 2014년에는 미국 내 시중 점포에 설치된 NFC 단말기 보급률이 10% 미만이었다. 애플페이를 쓰고 싶어도 실질적으로 결제가 불가능했다. 2015년 IT 전문 매체인 애플인사이더는 그해 3월 15.1%였던 미국 내 애플페이 결제 시도율이 6월에는 13.1%까지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시장조사기관 인포스카우트와 PYMNTS의 자료에 따르면 '애플페이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답한 응답자는 3월 31%에서 6월에는 34%로 늘었다.

애플은 결제용 단말기 업체인 페이 애니웨어, 스퀘어와 적극적으로 협력하면서 기존 포스 단말기(대당 10만~15만원)보다 25% 가량 저렴한 가격에 NFC 단말기를 공급하면서 미국 내 소매점 보급률을 높여나갔다. 애플스토어에서 직접 두 회사의 휴대용 NFC 단말기를 할인 판매하기도 했다.

미국 내 NFC 인프라는 빠른 속도로 자리잡았다. 리서치 기관 BRP 컨설팅의 The Mobile World of Retail 2017 보고서를 보면 2017년 기준 미국에서 애플페이 결제가 가능한 소매점은 36%로 증가했다. 3년 만에 3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조사에 응답한 소매업자 중 33%는 3년 내 애플페이 결제를 도입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서비스 이용자 수 역시 압도적인 1위다. 시장조사기관 이마케터(eMarketer)는 지난해 미국 내 애플페이 이용자 수가 3030만명으로, 미국 모바일 결제 시장의 47.3%를 차지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애플카드. 출처=애플
애플카드. 출처=애플

'페이'에서 '카드'로 가는 역발상, 돈 없으면 할부로

2019년 미국 간편결제 시장이 자리를 잡아가자, 애플은 골드만삭스, 마스터카드와 제휴하여 애플카드라는 서비스를 미국 시장에 내놨다. 비접촉 기반 간편결제 서비스인 애플페이를 미국에 안착시켜서 실물 카드가 필요없는 세상을 만들어놓고는, 엉뚱하게도 직접 실물 신용카드를 출시한 것이다.

애플카드의 가장 큰 특징은 결제액 출금이 일반 신용카드처럼 은행 계좌로 지정되는 게 아니라 애플페이 계정을 연동해서 써야 한다는 점이다. 신용카드지만 iOS 사용자만 쓸 수 있는 셈이다. 한편으로는, 애플페이로 결제를 시도했다가 하드웨어 문제로 결제가 불가능한 가맹점이 나타나면 그때는 실물 애플카드로 결제하라는 취지로 볼 수도 있다.

고객 유인 혜택도 있다. 애플 스토어나 아이튠즈, 일부 특별 제휴사에서 애플카드를 쓰면 구매액의 3%, 애플페이 지원 가맹점에서 쓰면 구매액의 2%, 애플페이 미 지원 가맹점에서는 결제하면 1%가 애플 모바일 계좌인 애플캐쉬(Apple Cash)로 지급된다. 사용자 입장에서 일체의 연회비와 수수료 부담이 없다.

아이폰을 애플카드로 사면 24개월 무이자 할부를 해 준다. 단, 미국에서 발행한 신용카드가 필요하고, 미국의 이동통신사를 통한 아이폰 활성화가 조건이다.

카드 대출 이율은 4월 1일 기준, 10.99%에서 21.99%로 기존 카드사들에 비해 낮은 편이다. 기존 카드회사들은 거절하는 수준의 저신용 고객에게도 낮은 한도로 카드를 발급해주는 것 역시 독특한 점이다.

애플카드가 처음 출시되자 시장은 반신반의했다. 애플이 만든 카드치고 특별해보이지 않는다는 평이었다. 그러나 이 카드의 위력은 올해 1월 애플 실적발표에서 확인됐다. 2019년 4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8.9% 증가한 918억2000만달러(약 108조8000억원)를 기록한 것이다. 특히 최근 부진했던 아이폰 판매액이 7% 이상 늘어난 559억5700만달러(약 66조3090억원)로 나타났다. 

팀 쿡 애플 CEO는 당시 컨퍼런스콜을 통해 "애플카드 할부가 매우 간단하게 이뤄지는 것이 아이폰 매출 증가에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단순 결제만 간편하게 해주는 서비스가 아니라 무이자할부라는 신용제공 기능까지 나아간 것이 성공한 셈이다.

블룸버그는 지난 6월 애플이 아이패드, 매킨토시, 애플펜슬 등 아이폰 이외의 제품들에 대해 12개월 무이자 할부 혜택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에어팟, 애플TV, 홈팟 등은 6개월 무이자를 지원한다. 이렇게 애플 제품에 대한 할인 혜택을 누리기 위해 애플카드를 신청하는 소비자가 많아질수록 향후 미국 내 애플페이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이다. 

애플의 2020년 1분기 재무제표 중 각분야별 매출액을 표기한 자료. 출처=SEC
애플의 2020년 1분기 재무제표 중 각분야별 매출액을 표기한 자료. 출처=SEC

최근 서비스 기업 DNA 강해져…삼성페이와는 다른 길

아이폰을 만드는 애플과 갤럭시 시리즈를 내놓고 있는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제조기업이라는 점 외에 공통점이 하나 더 있다. 각각 애플페이, 삼성페이라는 간편결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양사 모두 기존 고객들로 하여금 자사 스마트폰을 계속 사용하게끔 만드는 잠금효과(lock in)를 노리고 비슷한 시기에 간편결제 서비스를 출시했다. 원래 스마트폰을 안정적으로 팔기 위해 도입한 서비스라는 얘기다. 그런데 출시 후 5년이 지나는 사이 애플의 기업 체질이 바뀌었다. 

올해 1분기 실적을 보면 애플의 아이폰 매출 비중은 전체 매출의 49.7%다. 2015년 66.3%에서 16.6%p 줄어든 수치다. 반면 서비스 매출은 2015년 8.5%에서 올해 1분기 22.9%로 증가했다. 여기서 서비스 매출이란 앱스토어, 애플케어, 애플TV, 아이클라우드 등을 포함한 수치다. 애플이 전통의 하드웨어 제조사에서 서비스 기업으로 바뀌어가고 있는 셈이다. 

실질적으로 벌어들이는 돈을 따져보면 이런 경향은 더욱 극명하게 나타난다. 애플의 올해 1분기 제품판매 매출은 약 450억달러, 서비스부분 판매 매출은 133억달러다. 그러나 매출에서 원가를 뺀 매출총이익률은 제품 부문이 30.3%, 서비스 부문이 65.4%로 후자가 2배 이상 높다. 결국 총이익을 따져보면 제품 쪽 총이익은 136억달러(약 16조1160억원), 서비스 쪽은 87억달러(약 10조3095억원)로 생각보다 큰 차이가 없다.

삼성증권 2018년 자료에 따르면 1억5800만명의 구독자를 가진 넷플릭스(Netflix)는 연간 고객당 121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 역시 미국에서 고객당 256달러, 페이스북은 고객당 112달러의 연간 매출을 기록했다. 반면, 애플의 기기당 서비스 매출은 30달러에 그쳤다. 다른 빅테크 기업들이 제공하는 서비스에 비해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애플페이의 '잠금' 목표가 단순히 아이폰에 그쳤다면 이제 애플 서비스 생태계 전체로 목표를 확대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살펴보면 애플페이에서 애플카드로 이어지는 흐름을 쉽게 납득할 수 있다. 서비스 생태계를 확대하려면 미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더 많은 이용자가 유입되는 게 중요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NFC 결제라는 특유의 장벽이 있는 애플페이만으로는 플랫폼 확장에 한계가 있다. 이 한계를 우회하면서 소비자의 기기 구입 장벽을 낮춰주기 위해 무이자 할부와 신용 대출 기능을 탑재한 애플카드를 출시했다는 분석이다. 이는 아이폰SE 2세대 출시 등 최근 애플이 잇따라 내놓고 있는 중저가 시장 공략 정책과도 연결된다. 앞서 설명했듯 애플은 하드웨어 부문 이익률도 높다. 플랫폼 확장을 위해 애플카드에 더 높은 할인율을 적용할 수도 있다. 

국내 아이폰 애호가들의 '희망고문'은 이번에 끝날까? 알 수 없다. 사실 이제는 더이상 하드웨어의 문제가 아니다. 부족한 NFC 인프라 문제는 사실 QR결제까지 가지 않더라도 애플카드 출시와 동시에 해결됐다. 그렇다면 언제인가. 애플 서비스에 대한 한국 시장의 구매력이 의미있게 증가하고, 애플이 그것을 인식하는 그날이 바로 애플페이가 한국의 문을 두드리는 그날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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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등이 2020-09-17 18:13:55
와우! 진짜 기사 잘 썼다! ㄷㄷ 칭찬 백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