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언스플래시
출처=언스플래시

현재 이더의 총공급량은 얼마나 될까? 이 간단한 질문 하나를 두고 이더리움과 비트코인 사용자, 지지자들이 지난 주말부터 트위터에서 활발한 토론을 벌이고 있다.

사실 누가 이 질문을 처음 던졌는지도 명확하지 않다. 그러나 이더리움의 고유 암호화폐인 이더(ETH, ether)가 현재 얼마나 세상에 있는지 확인하는 코드 한 줄에 합의하는 것도 생각보다 쉽지 않다. 지난 7일 이더리움의 공동설립자 비탈릭 부테린도 이더리움의 연구·개발을 논의하는 디스코드 채널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이더리움 클라이언트에 정확한 이더의 공급량을 알 수 있는 코드를 제공하는 건 그렇게 큰 비용이 들지 않는, 합리적인 작업으로 보인다.”

여러 독립 개발자들이 곧바로 세계의 컴퓨터를 목표로 하는 이더리움의 고유 암호화폐가 세상에 얼마나 나와 있는지 측정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비트코인은 현재 공급량을 측정하기가 무척 쉽다. 비트코인 노드 어디서든 ‘gettxoutsetinfo’라는 명령어만 입력하면 금방 현재 비트코인이 얼마나 발행됐는지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더리움은 비트코인과 설계 자체가 달라서 코드 한줄로 공급량을 확인할 수 없다. 개발자들이 달려들어 이 문제를 풀고 있지만, 곧바로 답이 나오지 않는 것도 원래 이더리움의 설계상 당연한 일이다.

암호화폐 분석 업체 메사리(Messari)에 따르면 현재 세상에 나온 이더는 총 1억1156만2994개다. (메사리의 에릭 터너 연구팀장은 코인데스크에 이더리움 블록체인에서 직접 추출한 데이터로 산정한 값이라고 말했다)

이더 공급량 추정치. 출처=코인데스크 연구팀 하오슈아이.
이더 공급량 추정치. 출처=코인데스크 연구팀 하오슈아이.

 

검증 가능해야 블록체인 자산

블록체인의 자산은 검증할 수 있다. 검증 가능성(verifiability)은 블록체인에서 발행, 유통되는 암호화폐의 강력하고 새로운 특징이다. 금이나 달러는 정확히 얼마가 세상에 있는지 어림잡을 수 있을 뿐이지만, 암호화폐는 세상에 나올 때부터 그 기록이 다 블록체인에 저장되므로, 이동하는 경로와 거래 내역을 다 파악할 수 있다. 이 점은 암호화폐의 발행과 유통, 설계는 물론 감사도 쉽게 해주는 장점으로 꼽힌다.

거래소 크라켄(Kraken)의 개발자이자 비트코인 지지자인 피에르 로차드는 최근 이더리움은 이더의 공급량을 쉽게 측정하는 방법이 원래 없다고 지적했다.

흔히 비트코인을 디지털 금(digital gold)이라고 부른다. 디지털 금이라는 별명은 공급 측면에서 비트코인의 특징인 희소성을 강조한 말이다. 이더리움은 탈중앙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개발자들이 활용하는 플랫폼이므로, 이더가 비트코인만큼 희소하지 않아도 된다.

실제로 이더리움 이용자와 지지자 중에는 공급량에 관한 질문 자체가 쓸데없다고 일축하는 이들이 많다. 어거(Augur)의 공동창업자이자 암호화폐 초기 투자자인 제레미 가드너는 트위터에서 “나는 (이더의) 공급량에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로차드와 가드너의 트윗.
로차드와 가드너의 트윗.

피에르 로차드: 제레미, 이더 공급량을 측정할 수 있는 코드는 어디 있는 거야? 지금까지 이더 공급량을 어떻게 계산해온 거지? 숫자를 어떻게 확인했어? 친구로서 물어보는 거라네.

제레미 가드너: 피에르, 잘 알다시피 나는 이더의 공급량이 얼마인지는 아무런 신경 쓰지 않아. 글쎄, 현재 1억개보다는 많고, 1억2천만개는 좀 안 되는 이더가 유통되고 있지 않을까 싶은데, 사실 공급량이 얼마든지 나한테는 상관없거든. 자네, 금은 어떻게 생각해? 지금 세상에 금의 공급량이 정확히 얼마인지 아는가? 비트코인은 지금까지 얼마나 많이 사라졌는지 계산할 수 있는가?

공급량이 얼마인지 계산하는 문제와 별개로 이더리움 전체 노드를 구동하는 일이 (비트코인에 비해) 쉽지 않다는 사실이 주목을 받으면서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자기 노드를 직접 운용하는 이용자는 이더의 현재 공급량이나 이더리움 네트워크에 기록된 거래를 스스로 직접 검증할 수 있다.

비트코인 지지자들에게는 이렇게 이용자가 직접 노드를 검증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중요한 요인이자 윤리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문제다. 특히 비트코인 노드를 스스로 검증하는 일이 얼마나 쉽고 간편한지에 비트코인 지지자들은 주목한다. 이더리움 노드를 검증하는 데는 훨씬 더 많은 시간과 컴퓨터 메모리가 필요하다. 그 결과 노드를 검증하는 작업을 대행하는 서비스가 생겨났다.

비탈릭 부테린은 이더리움 초기부터 굳이 전체 노드를 구동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고, 이더리움 커뮤니티도 부테린의 의견을 따랐다. 여기에 지분증명(PoS) 방식으로 합의 알고리듬을 바꾸게 될 이더리움 2.0 개발자들은 좀 더 가벼운 클라이언트 노드를 통해 노드를 스스로 검증하는 방법을 개발하고 있다.

 

제3자의 코드

트위터에서 이더리움의 공급량에 관한 이야기가 계속 이목을 끌자, 이더리움 개발자들이 공급량을 계산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개발자들은 이내 많은 데이터 사이트들이 이더의 발행에 관한 모델을 잘못 설정해서 올려놓은 숫자가 잘못됐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더리움에서 제3자가 쓴 대행 코드는 몇몇 복잡한 문제를 제대로 계산하고 처리하지 못했다. 여기에는 이른바 삼촌 블록이냐 조카 블록이냐의 문제, 소각 주소를 확인하는 일 등이 포함되는데, 암호화폐 교육자인 안드레아스 안토노풀로스는 그렇다고 해도 이더의 공급량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신경 쓰는 것 자체가 소모적이라고 꼬집었다.

안토노풀로스: “지금 한창 논의되는 이더의 공급량에 관한 논란은 사실 어리석은 논쟁이다. 이더리움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조금만 아는 사람이라면 공급량이 얼마인지 정확히 알 필요가 없다는 점을 알 것이다. 피터 시프와 누리엘 루비니가 비트코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열을 내며 토론하는 걸 보는 게 시간 낭비인 것과 마찬가지다. 제발 좀 더 생산적인 논의를 하자.”
안토노풀로스: “지금 한창 논의되는 이더의 공급량에 관한 논란은 사실 어리석은 논쟁이다. 이더리움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조금만 아는 사람이라면 공급량이 얼마인지 정확히 알 필요가 없다는 점을 알 것이다. 피터 시프와 누리엘 루비니가 비트코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열을 내며 토론하는 걸 보는 게 시간 낭비인 것과 마찬가지다. 제발 좀 더 생산적인 논의를 하자.”

비트코인 개발자들도 비슷한 실수를 하곤 한다고 카사의 CTO 제임슨 롭은 말했다. 롭은 비트코인 코드에도 블록 보상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거나 코인베이스에 확인 중, 채굴자가 가져가지 않았다는 식으로 허술하게 검증하는 일이 잦다고 지적했다.

고이더리움(Geth)의 팀 리더 피터 실라기는 이더리움 공급량을 정확히 측정하기는 어렵지만, 동시에 매번 거래의 검증만큼은 확실히 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거래가 검증되지 않으면, 이더리움 자체가 작동하지 않게 설계됐다는 지적이다.

“보통 이더리움은 여러 클라이언트가 동시에 작동하게 된다. 한 군데에서 공급량 관련한 버그가 발생하면, 합의 자체가 깨지게 된다.” - 피터 실라기, 고이더리움 팀 리더

William Foxley William Foxley is a tech reporter for CoinDesk. He previously worked for Messari and the American Spectator. He holds investments in bitco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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