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탈중앙금융(디파이, DeFi)의 성장세가 가파른 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지난해 8월 4억달러(한화 약 4740억원)수준이었던 디파이 프로젝트들의 전체 예치금(Total Value Locked, TVL)은 1년만에 72억달러(한화 약 8조 5320억원)를 넘어섰습니다. 디파이는 블록체인 대중화를 앞당겨줄 로켓일까요. 아니면 신기루일까요. 이번 디파이 연쇄 인터뷰에서는 초고속 성장중인 디파이 주요 프로젝트들을 만나 현재 업계의 쟁점과 미래의 방향에 대해 들어봅니다.

통상 은행에 가서 내 자산을 담보로 맡기고 현금을 대출받고 싶다고 하면 창구에 앉아 심사를 받게 된다. 누가 보든 담보물의 가치는 그대로지만 어느 은행에서 심사를 받느냐에 따라 통장으로 들어오는 대출금에는 차이가 난다. 이 과정에서 은행을 지우고 누구든 오직 담보물의 가치에 따라 대출을 받을 수 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지난 2017년 백서를 공개한 메이커다오(MakerDAO)는 이런 상상력으로 출범된 디파이 프로젝트다. 메이커다오 플랫폼 위에서는 암호화폐(이더리움)을 담보로 맡기고 CDP(Collateralized Debt Position)라는 스마트 컨트랙트를 이용해 달러에 가치가 연동되어 있는 스테이블 코인 다이(DAI)를 발행할 수 있다. 개인이 자산을 담보삼아 은행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현금을 찍어낼수 있다는 얘기다. 

암호화폐 데이터 기업 코인마켓캡 자료에 따르면 이렇게 발행한 돈이 27일 현재 4억4883만달러(약 5318억원) 정도다. 지금 시중에 유통되는 스테이블 코인 중에서는 세 번째, 탈중앙화 스테이블 코인 중에서는 가장 큰 규모다. 메이커다오의 다이는 디파이 세계에서는 달러와 비슷한 기축통화 역할을 한다. 메이커다오가 여러 쟁쟁한 디파이 프로젝트 중에서도 '근본' 자리를 놓치지 않는 이유다. 

물론 메이커다오도 불안요소는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점유율 하락이다. 한때 디파이 전체 예치금의 50%를 차지했었지만 지금은 예치금 기준 2~3위로 쳐졌다. 후발 디파이 프로젝트들이 메이커다오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공격적인 이자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점점 더 존재감이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 

업계 '큰형님'격인 메이커다오는 지금의 디파이 열풍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지난 26일 남두완 메이커다오 아시아태평양 총괄을 온라인으로 만났다. 남 총괄은 "프로젝트간 결합성이 뛰어나다는 것이 디파이의 장점이자 단점"이라며 "특정 디파이 프로젝트가 잘 나가면 거기에 연관된 다른 디파이 프로젝트들도 이익을 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한쪽이 무너지면 다른 쪽에 파동처럼 영향을 줄 수도 있다. 과열된 시장이 하락하기 시작하면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2019 글로벌 파이낸셜 엑스포에 연사로 참가한 남두완 메이커다오 아시아태평양 총괄이 발언하고 있다. 출처=남두완 제공
2019 글로벌 파이낸셜 엑스포에 연사로 참가한 남두완 메이커다오 아시아태평양 총괄이 발언하고 있다. 출처=남두완 제공

―최근 디파이가 화제다. 메이커다오는 오래된 프로젝트지만 한국 투자자들은 아직 모르는 사람들도 많다. 그들에게 메이커다오를 소개한다면?
=메이커다오는 다른 디파이 프로젝트들과는 약간 다르다. 저희의 주요 제품은 다이라는 스테이블 코인이고 이걸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길 원한다. 그러니까 투자자들보다는 사용자(user)들에 집중을 많이 한다.(웃음) 실제로 메이커다오 재단 소속인 저나 한국 메이커다오 담당자도 어떻게 사용자를 더 늘릴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한다. 

―다이가 스테이블 코인으로서 어느정도 사용되나.
=전체 스테이블 코인 중에서는 세번째로 크다. 그리고 탈중앙화 스테이블 코인 중에서는 가장 크다. 아무래도 중앙화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있는 사람들이 쓰기 좋다. 유니세프 같은 국제기구들도 다이를 사용한다. 국내에서는 업비트, 코인원 등에서 다이를 구매해서 사용할 수 있다. 

―메이커다오가 디파이 판을 독점하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대항마가 될 만한 프로젝트들이 많이 나왔다. 메이커다오는 기본적으로 암호화폐 예치·대출 플랫폼인데 수익률 측면에서 이용자들에게 매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현재 다이의 예치이자는 0%, 대출이자는 0%다. 요즘 수익률이 '너무' 높은 디파이 프로젝트들이 많이 나왔고, 그런 면에서 1:1로 보면 솔직히 경쟁력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넓게 보면 서로 윈윈(win-win)하는 구조다.

―이용자들이 다이를 대출해서 쓰기가 더 쉬워졌다는 얘기인가.
=맞다. 컴파운드가 좋은 예다. 최근 컴파운드 거버넌스 토큰인 COMP 채굴이 엄청 인기였다. 컴파운드에서 특히 다이 담보 대출에 대한 보상률이 높았다. 그러다보니 메이커다오에서 이더리움을 담보로 다이를 대출한 다음, 그 다이를 컴파운드에 제공해서 채굴을 하는 분들이 많았다. 어차피 메이커다오에서는 대출 수수료 0.5%면 빌릴 수 있으니까. 디파이의 장점이 결합성과 상호 보완성인데 그런 게 잘 드러난 사례다. 

―개별 플랫폼의 점유율이 줄었는데도 생태계가 성장하면 이득이 되나.
=실제로 메이커다오는 지금도 과거보다 성장하고 있다. 상호 작용하고 협업하고, 서로 허락을 받지 않고도 상대방의 플랫폼을 함께 사용할 수 있다는 게 디파이 생태계의 장점이다. 메이커다오의 다이를 컴파운드에서 쓰고, 또 다른 토큰을 다양한 디파이 서비스에서 바꿔가며 지금까지 시장에 없던 효용이 발생하는 것이다. 

남두완 메이커다오 아시아태평양 총괄이 디파이 프로젝트들과 생태계 내 역할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출처=남두완 제공
남두완 메이커다오 아시아태평양 총괄이 디파이 프로젝트들과 생태계 내 역할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출처=남두완 제공

―디파이 프로젝트가 늘어나서 결합성과 상호 보완성에 유리할 수는 있겠지만, 같은 이유로 디파이 프로젝트 하나가 쓰러지면 연쇄적으로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이런 구조는 위험 가능성을 더 키우지않나. 
=맞다. 사실 요즘 많이 받는 질문이다. 한쪽이 무너지면 다른쪽에 파동처럼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래서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본다. 특히 최근에는 시장이 과열하면서 디파이가 빠르게 성장한 측면이 있는데 시장이 갑자기 하락장으로 질주한다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본다. 그래서 디파이 업계에서는 이런 위험성을 인지하고 미리 시스템적으로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을 하는 분들도 많다.

―대부분의 디파이 프로젝트들이 이더리움 네트워크를 사용하고 있고, 지금도 이더리움 시스템에 상당한 부하를 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지금 같은 속도로 계속 성장한다면 이것도 디파이 업계에 위험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일리가 있다. 3월12일에 이더리움 가격이 갑자기 폭락해 메이커다오 사태가 벌어졌을 때 가격 하락 자체 뿐 아니라 이더리움 내 네트워크 문제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 비슷한 폭락장이 재현되었을 때 이더리움 네트워크를 사용하는 디파이 프로젝트 대부분이 비슷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 

―당시 메이커다오 플랫폼이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그 뒤 메이커다오 커뮤니티에서는 어떤 해결책이 논의됐나. 
=우선 얘기하고 싶은 것은 시스템이 아무리 고도화되어도 이런 문제를 완벽하게 제거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메이커다오 커뮤니티에서는 3월 사태와 관련해서 담보 청산 시스템을 손봤다. 원래는 이더리움 가격이 하락해서 담보 가치에 문제가 발생하면 담보로 맡겨진 이더리움이 자동 청산되고 10분짜리 경매에 부쳐지는 구조였다. 그런데 이 구조가 일시적인 가격 급락에 매우 취약하다는 문제 의식이 생겼고, 지금은 경매를 6시간 동안 하는 것으로 규칙이 바뀌었다. 

―요즘 디파이 프로젝트들에 채굴 보상으로 거버넌스 토큰을 지급하는 구조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그렇게 한 프로젝트들은 거의 예외없이 토큰 가격이 급등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메이커다오에는 메이커(MKR)이라는 거버넌스 토큰이 이미 있지만 지금 유행대로 컨셉트를 좀 변경하면 토큰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웃음) 커뮤니티 내에서 이런 의견은 없나.
=있었다.(웃음) 실제로 다른 디파이 프로젝트들은 새로운 토큰을 만들어서 이용자에게 보상을 주는데 우리도 비슷한 것을 해야 하지 않겠냐는 얘기가 메이커다오 포럼에서 나온적이 있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그렇게 갈 가능성이 높아보이지는 않는다. 메이커다오에는 이미 그와 유사한 장치가 있다. 시스템 전체에서 얻는 수수료의 일부를 사용해서 메이커 토큰을 소각시키는 것이다. 시스템이 커지고 많이 활용될수록 개개인이 가진 메이커 토큰의 가치도 올라가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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