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을 탈중앙화금융이라고 불러도 좋은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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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 기자
김동환 기자 2020년 9월1일 06:00
출처=Icons8_team/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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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탈중앙화금융(Decentralized Finance, De-Fi) 관련 취재를 하고 있다. 코인데스크코리아는 한글 매체이므로 당연히 기사에선 '탈중앙화금융'이라는 표현을 자주 쓰게 된다. 홍시의 맛을 설명할 때 '홍시'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을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통상 탈중앙화금융이란 블록체인을 이용해 중간자 없이도 잘 작동하게끔 설계한 금융서비스를 말한다. 여기서 중간자란 은행, 증권사, 대부업체 같은 금융기관을 말한다. 기존 금융에서는 내가 돈을 예치했을 때나 대출했을 때 중간자들이 금리 등 금융서비스의 주요한 조건들을 정하는데, 탈중앙화금융에서는 그런 조건들이 시장의 수요·공급과 스마트컨트랙트로 결정된다. 서비스 내용도 블록체인 상에 기록되어 누구나 볼수 있다. 

하지만 탈중앙화금융이란 단어를 쓰면서도 스스로 흠칫 놀라는 경우들이 적지 않다. 어떤 자칭 '디파이' 프로젝트를 설명할 때 '근데 이게 탈중앙화가 맞나'하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많다. 사실상 중앙화 기관이 버젓이 존재하는데도 암호화폐 예치와 대출을 사업모델로 한다는 이유로 스스로를 '디파이'로 홍보하는 프로젝트들도 있다. 유행을 타고 있는 디파이 흐름에 올라타야 프로젝트 마케팅에 유리하다는 이유일 것이다.

디파이 분야는 취재하면 할수록 마음 속 찜찜함이 더 커진다. 사실 엄격히 말하면 중앙화 기관이 없는 디파이는 거의 없다. 대표적인 디파이 프로젝트인 메이커다오(MakerDao)는 이름 자체에 탈중앙화 자율조직(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s, DAO)이 들어있다. 

DAO란 디파이 서비스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거나 사용중인 프로토콜을 업그레이드할때 관련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일종의 거버넌스다. 민주적인 원리에 따라 논의가 진행되지만 51%의 지분을 차지하면 해당 디파이 서비스의 방향을 주도할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일종의 중앙화 기관으로 작용할 수 있는 셈이다. 실제로 올해 3월12일 이더리움 폭락으로 시스템에 큰 타격을 입었던 메이커다오는 DAO 투표를 통해 시스템 복구 방법과 대출 이자를 결정했다.

프로젝트 별 온도차이도 있다. 메이커다오는 출범 3년만에 상당한 수준의 거버넌스 탈중앙화를 이뤘다. 이더리움 온체인 데이터 서비스인 이더스캔의 31일자 자료를 보면, 메이커다오의 거버넌스 토큰인 메이커(MKR)는 메이커다오 재단이 10.30%, 벤쳐캐피탈 회사 앤드리슨 호로위츠(a16z)가 4.97%를 보유 중인 것으로 나타난다. 그밖의 토큰들은 소액 홀더들에게 비교적 고르게 분포되어있다.

이런 메이커다오를 지난 6월 거버넌스를 출범시킨 컴파운드(Compound)에 비교하면, 소수의 토큰 홀더들에 휘둘릴 가능성은 훨씬 적다. 컴파운드 거버넌스 출범 당시 총 거버넌스 토큰 공급량 1000만개 중 240만개는 초기투자자들에게, 222만개는 창립 멤버들에게 지급됐다. 컴파운드를 비판하는 게 아니다. 업계에는 컴파운드보다 덜 '탈중앙화된' 프로젝트가 부지기수다. 

지금 탈중앙화 상태도 아니고, 탈중앙화 정도도 다른데 이 모두를 '디파이' 혹은 '탈중앙화금융'이라고 부르는 게 맞을까? 오히려 이런 분류는 그저 독자들에게 혼동을 줄 뿐인, 게으른 표현이 아닐까.

지난주 코인데스크코리아 회의에서 이런 고민을 털어놨다. 한 동료기자가 제안했다. "그럼 앞으로는 디파이를 탈중앙화 지향 금융이라고 부르면 어때요?"(웃음)

아!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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