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혁의 시기 연준과 증권거래위원회, 그리고 암호화폐 업계
두 기관의 새로운 역할이 암호화폐 시장에 미칠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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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elle Acheson
Noelle Acheson 2020년 9월2일 07:00
처음엔 별로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것 없는 발표처럼 들렸다. 그러나 파월 의장의 발언은 연준의 역할에 근본적인 변화를 시사하는 발언으로, 암호화폐 시장에도 엄청난 영향력을 끼칠 수도 있다. 출처=게티이미지.
처음엔 별로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것 없는 발표처럼 들렸다. 그러나 파월 의장의 발언은 연준의 역할에 근본적인 변화를 시사하는 발언으로, 암호화폐 시장에도 엄청난 영향력을 끼칠 수도 있다. 출처=게티이미지.

 

코로나19 팬데믹, 미국 전역에서 벌어지는 구조적인 인종차별에 저항하는 시위, 전례 없던 무역 전쟁,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유가(油價), 잠깐이지만 온스당 2천달러를 넘었던 금값까지. 올해는 격변의 시기라 부를 만한 일투성이다. 예전에는 상상하기도 어려웠던 일이 잇따라 일어나며 이미 우리는 새로운 시대를 살고 있는지 모른다.

앞서 열거한 사건에 비하면 겉으로 보이는 충격파는 덜할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올 수 있는 발표가 지난주 있었다. 지난달 27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제롬 파월 의장은 물가 상승률이 원래 억제 목표치인 2%를 웃돌더라도 이를 ‘당분간’ 용인하겠다고 발표했다. 단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더라도 이를 억제하기 위해 기준 금리를 올리지 않겠다고 밝힌 것이다.

처음엔 별로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것 없는 발표처럼 들렸다. 금리를 올리면 이자 부담이 커지는데, 미국 정부의 정부 부채는 현재 역대 최고 수준이다. 웬만한 인플레이션으로는 연준이 나서서 금리를 올리지 않을 거라는 건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파월 의장의 발언은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중앙은행의 역할에 관해서는 대단히 파격적인 발언이었다. 단지 수익률에 영향을 미치는 금리뿐 아니라 연준의 역할에 관해 근본적인 변화를 불러올 수 있는 대목이다.

바로 이 변화가 직·간접적으로 암호화폐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 얘기는 잠시 후에 다시 하기로 하고, 먼저 연준의 역사를 간략히 살펴보자.

 

기원

연방준비제도가 생겨난 지는 100년이 조금 더 됐다. 1913년 연방준비제도법(Federal Reserve Act of 1913)은 연준의 역할을 “금융 공황이 일어나지 않도록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기관”으로 규정했다. 거시경제 목표를 정하고 정책을 시행하는 데 대한 언급은 1913년 법에는 없다. 그러나 1946년 고용법(Employment Act)에선 연준이 “고용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운영돼야 한다고 정했고, 1978년에는 “가격을 합리적인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이바지해야 한다는 역할이 추가됐다. 이후 수십 년간 여러 가지 주어진 역할을 고루 수행하던 연준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다시 한번 다른 무엇보다 금융 안정성을 최우선 목표로 두고 운영됐다.

연준은 주어진 재량을 이용해 현재 위기에 대처해왔고, 그러다 자연히 “가짜 독립성(false independence)” 문제가 드러나게 됐다. 파월 의장이 앞서 “연준 같은 대형 기관을 향한 신뢰가 약해지고 있다”고 말한 것을 고려하면, 이번 위기로 인해 실제로 연준의 역할에 중대한 변화가 생길 수 있어 보인다.

연준은 이미 화폐를 찍어내 시중에 공급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일을 한다. 회사채를 사들이는 등 통화량을 적극적으로 조절하는 일을 함으로써 기본적으로 돈의 흐름을 관리하는데, 이는 다분히 정치적인 역할이다. 또한 메인 스트리트 대출(Main Street Lending) 프로그램 같은 계획은 결국, 세금으로 파산할 수도 있는 기업에 돈을 빌려주는 일이라고 할 수도 있다. 높은 인플레이션을 용인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실업률 상승이나 담보 압류 등 서민들이 겪을 수 있는 문제도 있다.

물가 상승률을 평균 2% 내에서 억제하겠다는 기존의 목표가 다소 느슨해 보일지 모르지만, 팬데믹으로 인해 ‘생활 물가’는 이미 훨씬 더 가파르게 오른 상황이다. 최근 장을 본 적이 있는 독자들은 아시겠지만,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보면 육류는 10%, 달걀이 8%, 채소류가 4%나 값이 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더 용인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모든 경제학 교과서가 금과옥조로 여기는 사안이다. 당연히 우리도 연준은 미국 정부로부터 독립된 기관이라고 배웠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영향받지 않고, 거시경제 상황을 독립적으로 판단해 정책을 펴는 곳이 연준이라고 배웠다. 그러나 연준은 갈수록 특히 재무부와 다양하게 얽힌 기관이 됐고, 정치적인 기관으로 변모했다. 당장 연준 의장도 정치인인 대통령이 임명한다. 연준에 권한을 부여하는 건 의회인데, 의회는 유권자들이 투표로 의원을 뽑아 구성한다. 즉 이론적으로는 유권자들이 정치적으로 의회를 압박해 연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뜻이다.

미국 연준이 생겨난 지 이제 겨우 100년이 좀 더 지났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연준은 그렇게 유구한 전통을 지닌 기관이 아니라는 말이다. 연준이 해야 할 일, 넘지 말아야 할 선 같은 게 어디 오래된 신성한 문서에 새겨진 것도 아니다. 지금은 물론 전 세계 경제가 부채와 상호 관계를 다시 측정하고 조정하는 시기인 만큼 연준의 역할이 막중하지만, 상황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암호화폐 시장

연준의 역할 변화가 암호화폐 시장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암호화폐 시장은 격변의 시기에 태동했다. 비트코인의 역사적인 첫 거래가 일어난 2009년은 모두 알다시피 중앙은행의 역할이 또 한번 근본적으로 조정되던 시기였다. 시장 전체가 불안정했지만, 여전히 기본적인 기관과 구조는 변할 리 없다는 자만이 팽배하던 시기였다.

10년이 지난 지금의 상황도 비슷하다. 우리가 금융과 시장에 관해 사실이라고 알고 있던 많은 것에 물음표가 붙었다. 그렇게 될 리가 없다고 여겼던 일들이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 전 세계 경제를 떠받치는 문지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되던 중앙은행들은 오히려 빠르게 변화하고 재조정되는 세상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고 우왕좌왕하고 있다.

암호화폐 업계에 있는 우리에겐 이렇게 새로운 현실이 몇 주마다 하나씩 갑자기 튀어나오는 걸 지켜보는 일이 별로 낯설지 않다. 당장 지난 며칠 사이에 일어난 일만 봐도 그렇다.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블록체인 기반 증권토큰을 활용한 기업공개(IPO)를 처음으로 승인했다. 역사와 전통이 깊은 대형 금융기관이 암호화폐 펀드를 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국유 에너지 기업이 비트코인 채굴 기업과 손잡고 그동안 대기 중에 방출하던 천연가스 여분을 비트코인 채굴에 이용하기로 했다.

사실 암호화폐 업계는 오래전부터 이러한 근본적인 변화를 준비해왔다. 다양한 분야에서 일어날 진보의 과정마다 암호화폐 업계가 할 일이 있을 것이다. 파월 의장의 지난주 발언은 중앙은행도 마찬가지로 변화하는 세상에서 해야 할 역할이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상기해준 발언이었다.

진보는 반드시 새로운 기술이나 사업모델을 수반하는 영역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변화도 마찬가지다. 전통적인 기관을 새로운 기관으로 대체하는 것만이 변화가 아니다. 모든 것은 같이 진화하고 서로 맞물려 바뀐다.

2020년이 우리에게 준 교훈이 있다면 영원히 불변하는 가정이란 없다는 것, 그래서 우리 모두 최대한 유연하게 사고해야 한다는 점일 것이다. 지금은 말 그대로 모든 것이 바뀌고 있는 변혁의 시기인 만큼 예전에는 문턱이나 장벽으로 여겨지던 것들이 낮아지고 무너지는 속도도 무척 빠르다. 동시에 변화는 낯설고 불편한 것인 동시에 기회다. 특히 전혀 기대하지 않던 분야에서 갑자기 일어나는 변화는 더욱 그렇다. 암호화폐 업계가 오랫동안 바라던 변화의 모습이 사실 정확히 그런 것이다.

 

SEC도 바뀌고 있다

암호화폐 시장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중대한 결정을 내리는 기관은 중앙은행 외에도 많다. 미국에선 그중 한 곳이 증권거래위원회(SEC)인데, 지난주 증권거래위원회는 뉴욕 증권거래소(NYSE)에서 기업들이 새로 발행한 주식을 직상장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지금까지는 최초기업공개(IPO)라는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만 주식을 상장할 수 있었다. 직상장할 수 있는 주식은 내부자가 보유한 주식만 가능했다. 증권거래위원회의 이번 결정으로 이제 회사들은 IPO를 거치지 않고도 공개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됐다. 물론 여전히 지켜야 할 요건이 있지만, IPO에 비하면 훨씬 절차가 간소화된다.

이번 발표는 특히 암호화폐 시장에 중요한 결정일 수 있다. 이미 몇몇 유명 암호화폐 기업들은 기업 공개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었다. 이제 IPO를 거치지 않고 직상장이 가능해지면,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블록체인 스타트업들도 더 쉽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된다. 투자자들도 규제 당국의 감독을 받는 시장을 통해 암호화폐 기업을 더 쉽게 만날 수 있고, 우리 같은 애널리스트도 지금까지 정확히 어떻게 경영되는지 투명하게 알지 못하던 기업을 분석하는 데 필요한 더 많은 정보와 자료를 모을 수 있게 된다.

증권거래위원회는 또 공인투자자(accredited investor)의 정의를 40년 만에 처음으로 더 확대했다. 이제는 투자금의 액수에 관계없이 시리즈 7, 65, 82 시험을 통과한 사람은 누구나 공인투자자로 인정된다. 공인회계사(CFA)인 필자는 공인투자자에 공인회계사가 포함되지 않은 것이 마음에 안 들지만, 그래도 느리지만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데서 희망을 본다.

증권거래위원회는 또 처음으로 증권토큰 상장을 승인했다. 이 결정이 훨씬 더 중요한데, 지브롤터의 INX라는 회사가 암호화폐 거래소 설립을 준비하며 토큰 1억3천만개를 발행할 계획을 승인받았다. INX의 증권토큰을 보유한 이들은 거래 시에 할인을 받을 수 있으며, 회사로 유입되는 현금의 일부를 받게 된다. 토큰 가격은 개당 0.9달러로 책정됐고, 이에 따른 기업가치는 1억1700만달러로 평가됐다. 암호화폐 업계의 IPO 역사상 가장 비싸게 평가받은 기업이 된다. 이렇게 엄청난 상장, 거래가 일어난다는 것도 대단한 일이지만, 무엇보다 증권토큰을 통한 상장이라는 점을 잊지 말자. 이 토큰은 이더리움 블록체인에서 발행되고 유통된다. 이더리움 블록체인에서 쓰이는 토큰을 이용한, 개인투자자도 얼마든지 참여할 수 있는 기업공개가 증권거래위원회의 승인을 받은 것이다.

이를 통해 암호화폐 업계의 기본적인 역량이 시험대에 오르게 되겠지만, 어쨌든 이 자체가 엄청난 혁신이다. 토큰을 활용한 상장과 지분 거래 덕분에 거래할 수 있는 자산에 대한 정의를 다시 쓰게 돼서 그런 것만은 아니다. 증권토큰은 보유한 사람이 기업의 성공에 비례해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주식과 비슷하다. 다만 행사할 수 있는 소유권의 개념 자체가 없다는 점은 주식과 다르다. 증권토큰은 프로그램할 수 있는 자산이다. 즉, 증권토큰을 활용하면 각종 할인 등 운영한 이점과 특권을 보유자들에게 훨씬 수월하게 부여할 수 있다. 또한, 고객신원확인(KYC) 절차를 거친 검증된 투자자만 토큰을 보유할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블록체인 기반 토큰 판매나 거래를 경계하던 규제 기관에도 이번 결정은 아주 큰 의미가 있다. 특히 증권거래위원회는 그동안 새로운 자산이나 사업 모델을 지지하고 이해하기보다는 기존 규정을 적용해 처벌하거나 진입장벽을 높게 쌓는, 상대하기 까다로운 규제 기관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래서 인플레이션이 일어날까?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용인하겠다고 발표한 뒤 실제로 채권 수익률은 곧바로 높아졌다. 그러나 달러는 물론이고 비트코인과 금값도 파월 의장 발언 전과 거의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출처=코인데스크리서치, 팩트셋
출처=코인데스크리서치, 팩트셋

지난주 S&P500 지수는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올해 3월 기록한 최저가보다는 50%나 반등했다. 지난달 초 기록한 사상 최고가 온스당 2061달러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금값도 3월에 비하면 30%나 올랐다. 비트코인은 역대 최고가에는 한참 못 미치지만, 3월12일 기록한 올해 최저가보다는 3배 비싼 값에 거래되고 있다.

금과 비트코인 모두 달러에 대한 헤지 수단으로 여겨지면서, 두 자산 가격의 상관관계도 계속 높아지고 있다.

비트코인과 금의 60일 상관관계. 출처=코인데스크 리서치, 팩트셋
비트코인과 금의 60일 상관관계. 출처=코인데스크 리서치, 팩트셋

반대로 비트코인과 미국 달러의 상관관계는 계속 낮아지고 있다.

비트코인과 달러의 60일 상관관계. 출처=코인데스크 리서치, 팩트셋
비트코인과 달러의 60일 상관관계. 출처=코인데스크 리서치, 팩트셋

단순히 계산해보면 달러 가격이 내리면 달러로 표시한 비트코인 가격은 오르게 된다. 그렇다면 다른 통화로 표시한 비트코인 가격은 어떻게 될까? 당연히 달러로 표시한 가격보다는 오름세가 덜하지만, 마찬가지로 확연한 오름세를 보인다.

미국 달러, 유로, 엔, 원화 대비 비트코인.
미국 달러, 유로, 엔, 원화 대비 비트코인.

 

·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 Translated by NewsPepperm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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