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이 '부의 편중'을 해소하리라
[인터뷰]박효진 세종텔레콤 신사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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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선 기자
정인선 기자 2020년 9월7일 19:00

부동산 집합투자는 왜 '공모형' 펀드는 잘 보이지 않고, '사모형' 형태의 펀드만 눈에 띌까?

한국금융연구원이 지난 5월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말 54조원 규모였던 국내 부동산간접투자상품 시장 규모는 약 4년만인 올해 4월말 3배 수준인 160.5조원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이 가운데 부동산펀드의 기간수익률은 최근 1년 7.48% 수준으로 주식형 펀드 등에 비해 높은 편이다. 그러나 대부분 폐쇄적인 사모 펀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14일 코인데스크코리아와 만난 박효진 세종텔레콤 신사업본부장은 부동산 사모 펀드에 비해 공모 펀드 시장 규모가 작은 원인을 부동산 자산의 유동성이 다른 자산에 비해 낮다는 데서 찾았다. 

“주식과 비교해 유동성이 적은 펀드 상품으로는 은행이나 증권사가 돈을 벌기 어렵다. 액수가 크다보니 거래가 자주 발생하지 않는다. 그래서 펀드 자체의 수익률이 높더라도, 정작 은행이나 증권사가 수수료로 거둘 수 있는 수익이 크지 않다. 그런데 상장, 신탁 등 업무를 거래소에 위탁해야 하고 별도 업무처리를 위한 전산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비용은 많이 든다.” 

박효진 세종텔레콤 신사업본부장. 출처=정인선/코인데스크코리아
박효진 세종텔레콤 신사업본부장. 출처=정인선/코인데스크코리아

새종텔레콤 컨소시엄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부동산 펀드를 디지털자산화하고, 일반 투자자들에게 판매·유통하는 부동산 집합투자 및 수익배분 플랫폼 서비스로 지난 7월 부산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 규제 특례 사업에 최종 선정됐다. 

내년 1월 서비스가 출시되면, 이지스자산운용과 DS네트웍스자산운용 등 자산운용사가 부산 지역 부동산에 투자하는 부동산 공모 펀드를 조성하고, 세종텔레콤이 이를 위한 거래 플랫폼을 운영하게 된다. 세종텔레콤의 자회사인 비브릭은 비앱(bApp, 블록체인 어플리케이션) 개발과 운용을 담당한다. 

세종텔레콤이 준비 중인 디지털자산거래플랫폼(가칭)을 이용하면 하나의 부동산에 여러 사람이 투자하는 집합투자가 가능해진다. 수익 배분을 위한 디지털 증서가 블록체인 기반으로 발행된다. 이때 스마트계약이 중개인 역할을 한다. 거래 중개자를 시스템으로 대체하면서 수수료를 크게 절감할 수 있다는 게 박 본부장 설명이다. 

디지털 증서를 일반투자자끼리 사고파는 P2P 거래 또한 가능하다. 박 본부장은 “덕분에 일반적인 부동산 펀드와 달리 0.2% 수준의 낮은 수수료만으로도 중도 환매가 가능해, 부동산 자산 거래 시장에 유동성을 불어넣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텔레콤 컨소시엄은 증권을 블록체인 분산원장에 전자등록하는 방식과, 현행 전자증권법이 의무로 규정한 중앙집중식 전자등록방식을 병행할 계획이다. 예탁결제원 전자등록 시스템과 이미 연동돼 있는 은행 및 증권사의 고객 계좌에 블록체인 월릿을 1대1로 매칭해, 수익증권을 양쪽에서 동시에 기록, 관리하는 방식이다. 박 본부장은 “두 방식을 병행해, 기존 법 체계를 준수하는 한편 블록체인이라는 신기술 실증도 실현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산토큰화(STO), 즉 토큰을 증권으로 인정할지 문제를 두고 법무부, 금융위원회 등 관련 부처와 지속적으로 협의가 필요했다. 예탁결제원과 같은 중앙집중형 전자등록 기관을 활용하는 방식과 블록체인의 분산원장 방식은 서로 충돌하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중앙집중식 전자등록을 거치지 않은 토큰을 법적 효력을 지닌 증권으로 인정한다면 전자증권법 자체를 무력화하게 될 우려가 있어, 두 방식을 병행하는 방향으로 최종 조율을 이뤘다.” 

박 본부장은 이같은 방식이 STO로 가기 위한 사전단계인 ‘프리(pre) STO’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박 본부장은 “실증 기간이 지난 뒤 관련 입법이 이뤄진다면 예탁결제원과의 연동을 끊고 바로 블록체인 기반 부동산 수익증권 발행을 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나아가 부동산뿐 아니라 선박과 항공기, 미술품, 골동품 등 다양한 자산을 디지털화해 거래하는 플랫폼으로도 진화할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최근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경기부양 필요가 커지면서 정부가 유동성 확대 정책을 내놨다. 그런데 결국 자산 가격 및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부의 편중이 발생했다. 투자처를 찾지 못한 개인과 투자자들은 아파트 투기, 해외 투자 등으로 몰린다.

이런 상황에서 부산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에서의 부동산 자산 디지털화 시범 사업은 투기와 부의 편중 등을 해소할 수 있는 유의미한 시도가 될 수 있다. STO를 통해 투자를 통한 혜택을 볼 기회를 동등하게 나누고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참여사가 블록체인 기반 업무 시스템을 활용해 서로를 감시하도록 한다면, 최근 사모펀드에서 드러난 여러 부작용을 줄이고 펀드 운용에 대한 신뢰성을 회복하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박효진 본부장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온라인으로 전환된 DAXPO2020에서 '부산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로 오이소!' 패널 토론에 참여했다. 패널 토론 내용은 오는 8일 코인데스크코리아 홈페이지와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공개된다. 

편집자 주: 지난 7월, 부산광역시가 국내 최초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 지정 첫돌을 맞았습니다. 올해 하반기 들어 금융과 관광, 물류, 공공안전 등 분야의 실증 사례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습니다. 내년에도 금융과 마이데이터, 의료데이터 등 분야 실증 사례가 추가 등장할 예정입니다. 부산시는 특히 BNK부산은행이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 ‘디지털바우처’를 중심으로 특구 내 토큰이코노미를 꾸려간다는 ‘빅 픽쳐’를 그리고 있습니다. 코인데스크코리아가 부산 특구 내 토큰이코노미 구성원이 될 기업과 기관을 차례로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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