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은 예측시장이 빛을 발할 절호의 기회다.

미국이 코로나19 팬데믹과 시민사회 소요, 한 세대 만에 찾아온 높은 실업률 문제로 몸살을 겪고 있는 와중에 진보와 보수 모두 국가 미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하는 대통령 선거가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2016년 대선 당시 전통적인 여론조사 기관과 전문가들이 선거 결과를 얼마나 잘못 예측했었는지 생각한다면, 미래에 대비해 전략을 세우려는 사람들이 예측 지표로서 다른 대안을 찾아 나서는 건 당연하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미국 전역을 휩쓸고 있고 그로 인해 현장 투표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올해 대선을 예측하는 일은 지난 대선보다 더 어려워졌다.

EOS 블록체인 기반 시장인 PredIQt을 개발한 에브리피디아(Everipedia)의 공동설립자이자 회장인 샘 카제미안은 “이번 선거는 대규모 이벤트로, 예측시장의 올림픽과 같다”고 말했다.

괴짜로 평가받던 한 교수가 1980년대 고안한 예측시장은 대중의 지식을 활용해 전문가들이 시장의 방향을 예측해 투자하도록 한 시장을 말한다.

예측시장은 계급 제도에 대한 불신과 인습 타파의 사고로 권력 장악에 문제를 제기한다는 점에서 암호화폐나 탈중앙화 기술과도 많이 닮은 구석이 있다.

하지만 이런 좋은 기회인데도 예측시장을 향한 관심은 생각만큼 크지 않다.

프리딕트잇(PredictIt) 같은 중앙화된 예측시장 사이트들은 엄격한 규제를 받고 있으며, 거래 수수료도 높다. 퍼블릭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운영되는 신생 탈중앙화 예측시장들은 이용률이 그리 높지 않다.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블록체인 이더리움(Ethereum)에서 운영되는 시장들은 이용자들이 수수료로 가스(gas)를 너무 많이 내야 해서 외면받고 있다.

예측시장 개발에 참여한 역발상 투자 전문 경제학자인 로빈 핸슨조차 예측시장들의 실적이 대체로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조지메이슨대학교에서 경제학과 부교수로 재직 중인 핸슨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자신들의 주장을 기준으로 베팅하면 승률이 꽤 높으리라 생각했다. 그렇게 인간의 우둔함을 타파해야 하는 것 아닌가? 적어도 그런 비전을 가지고 예측시장 개발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보다 도박꾼들이 더 나았다?: 예측시장은 전문가들의 예상보다 2016년 선거에서 트럼프가 승리할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출처=코인데스크 리서치 하오슈아이
전문가보다 도박꾼들이 더 나았다?: 예측시장은 전문가들의 예상보다 2016년 선거에서 트럼프가 승리할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출처=코인데스크 리서치 하오슈아이

 

프리딕트잇 vs. 어거

럿거스대학교 수학과의 데이빗 페녹 교수 같은 전문가들은 중앙화된 예측시장과 탈중앙화된 예측시장(가장 대표적인 예로 어거(Augur)가 있음) 사이에 몇몇 상충관계가 있다고 말한다.

중앙화된 시장은 탈중앙화 시장보다 더 거래가 활발하고 유동성이 풍부한데, 그 말은 대량 매매나 대량 베팅을 하더라도 주가가 급격히 변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가장 유명한 예측시장 플랫폼인 프리딕트잇에서는 이번 대선을 앞두고 주당 가격이 0.01~0.99달러인 주식이 현재까지 9000만주 이상 거래됐다. 지난 1일 민주당 대선후보 조 바이든의 승리를 예견하는 주식이 주당 57센트에 거래됐는데, 이는 시장이 57% 확률로 조 바이든의 승리를 예측한다는 뜻이다.

중앙화된 시장에서는 판사가 있어 분쟁에 대한 판결을 내리고 품질을 관리한다. 따라서 거래자들의 베팅 결과에 대한 결정을 분명하게 내릴 수 있는데, 이는 탈중앙화된 시장에서는 꿈 같은 일이다.

페녹 교수는 “논란이 무성한 베팅 결과를 중앙화된 시장들이 완벽히 처리하고 있다곤 말할 수 없지만, 적어도 판결 절차만큼은 분명하게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예를 들어 중앙화된 시장을 이용하는 투자자들은 시장을 운영하는 기업이 베팅 결과에 따라 (물론 수수료는 제하고) 제대로 수익을 배분한다고 믿어야 한다.

또 미국에선 온라인 도박이 불법이기 때문에 사실상 도박의 한 형태인 예측시장에 참가할 수 있는 사람들이 제한돼 있다. 프리딕트잇과 아이오와 전자시장(the Iowa Electronic Market)은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로부터 무제재 확인서(no-action letter)를 받은 후 이를 법적 보호장치 삼아 미국에서 시장을 운영 중이다. 이 시장들은 비영리 플랫폼이며, 프리딕트잇 같은 경우엔 계약당 최대 850달러까지만 주식을 살 수 없도록 매수 제한을 걸어놓고 있다. 즉, 올해 대선 결과를 두고 프리딕트잇에서 베팅을 하려면 바이든 당선에 최대 850달러, 그리고 트럼프 낙선에 최대 850달러까지를 걸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두 시장 모두 학문적 목적으로 운영되는데, 이는 무제재 확인서를 받는 데 있어서 큰 역할을 했다.

참여자 수와 베팅 금액을 제한하는 규제로 인해 당초 핸슨이 꿈꿨던 것처럼 사람들이 진정으로 믿는 생각을 표현해주는 예측시장의 능력은 점점 줄고 있다.

어거의 설립자인 조이 크러그는 이더리움 기반 예측시장 프로젝트의 성장 동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중앙화된 베팅 사이트들이 이용자 수익금에서 수수료 명목으로 돈을 떼가고, 승률이 압도적으로 높은 이용자들은 참여를 제한하는 등 단점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탈중앙화된 시장의 이점은 최악의 상황에서 플랫폼 폐쇄까지도 가능한 시장과 도박 사이의 애매모호한 법적 정의를 피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페녹 교수는 거래량이 많이 늘어났을 때도 당국의 규제를 계속 피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늘어만 가는 고통

이더리움 기반 폴리마켓(Polymarket)에 있는 대선시장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재선 확률을 50%로 점치고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예측 사이트 파이브서티에이트(FiveThirtyEight, 538)에서는 여론조사 결과 등을 기반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확률을 31%로 내다보고 있다.

이렇게 예측률에서 차이가 나는 것은 최소 2가지로 해석될 수 있다. 먼저 폴리마켓에서 베팅을 하는 사람들이 파이브서티에이트에 있는 워싱턴 정가 전문가들은 모르고 있고, 앞으로도 모를 대중 심리에 관한 무언가를 이미 알고 있거나, 알려고 한다는 사실이다.

다른 하나는 지난 1일 기준 폴리마켓 대선시장의 베팅 규모가 5만2686달러 6센트로, 의미 있는 결과로 해석하기엔 너무 작았다는 것이다. 프리딕트잇의 대선시장은 1센트보다 큰 주식의 일일 거래 규모가 수십만 주에 달해 폴리마켓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프리딕트잇에서는 트럼프가 이번 대선에서 당선될 경우 1달러를 지급하는 계약이 47센트에 판매되고 있는데, 이는 시장참여자들이 예측하는 트럼프의 승률이 47%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 수치는 파이브서티에이트보단 높지만, 폴리마켓의 막상막하 확률과는 확실히 거리가 있다.

몇 안 되는 탈중앙화 플랫폼 중에서 선거를 경험해본 플랫폼은 어거밖에 없다. 어거는 지난 중간선거에서도 예측시장 베팅을 진행했었다.

어거의 소프트웨어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포캐스트 재단(Forecast Foundation)의 운영 총괄 피터 베치아렐리는 “그때가 버전 1.0에서 가장 규모가 컸던 시장이었다”고 말했다. 당시 어느 정당이 미 하원에서 다수당을 차지할 것인가를 두고 100만달러 이상의 자금이 시장에 모였다.

베치아렐리는 그때 이번 대선에서도 예측시장을 열어야겠단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재출시된 어거에서는 이번 대선을 앞두고 여러 개의 시장을 통틀어 총 10만달러 이상의 베팅 자금이 모였다(어거 플랫폼에서는 누구나 시장을 만들 수 있는데, 같은 질문을 놓고 정반대로 베팅을 하는 시장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가장 인기 있는 시장에서는 57% 확률로 트럼프의 낙선을 점치고 있다.

지금 PredIQt에서 가장 규모가 큰 시장은 트럼프의 재선 여부에 베팅을 하는 시장으로, 총 4163달러에 달하는 IQ토큰 190만개가 모였다.

암호화폐 파생상품 거래소 FTX에서 거래되는 트럼프 코인과 바이든 코인도 있다. 현재 트럼프 코인의 가격은 0.44달러, 바이든 코인은 0.54달러인데, 해당 후보가 승리할 경우 코인당 1달러를 받고, 지면 토큰 가격은 0이 된다.

어거 생태계에서 운영됐던 스타트업 베일(Veil)은 2020년 대선만을 위한 베팅 소프트웨어 버전을 지난해 출시했으나 수요 부족으로 이내 서비스를 중단한 바 있다.

 

가스비 부담

이더리움 네트워크의 예측시장들은 블록체인의 특성상 존재할 수밖에 없는 단점인 거래 수수료 문제에 부딪혔다.

이더리움 네트워크의 예측시장 중 하나인 오멘(Omen)의 기술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지노시스(Gnosis)의 공동설립자 스테판 조지는 “거래 수수료는 정말 큰 문제다. 1000달러 미만으로 베팅을 하는 건 손해”라고 말했다.

카제미안 역시 이더리움의 가스비를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린 거래 수수료가 없다. 예측시장의 기반 플랫폼을 EOS로 정한 건 최고의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어거에서는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하진 않았으나 베치아렐리는 수수료 문제를 해결할 방안이 거의 마련됐다고 말했다. 어거 개발팀은 정확히 어떤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오프체인 방식의 레이어2 네트워크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폴리마켓의 설립자 셰인 카플란은 자사 이용자들의 거래 수수료 부담이 크다며, 수수료를 낮추고 처리 속도를 향상하기 위해 레이어2 확장성 솔루션으로의 이전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어거의 스마트계약 구조가 거래 비용을 너무 비싸게 만든다. 폴리마켓의 자동 마켓메이커는 이용료가 저렴하지만, 현재 이더리움 가스비를 고려하면 여전히 비싸다”고 말했다.

포캐스트 재단은 여전히 어거가 올해 대선이란 기회를 십분 활용하길 바라고 있지만, 조지는 오멘 커뮤니티에서 올해 이와는 다른 시각의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그는 “원래는 ‘이번 대선을 앞두고 한 번 달려보자’란 분위기였지만, 이더리움 주요 이용자들이 진정으로 생각하는 건 이더리움 자체라는 걸 깨달은 후로 이런 생각이 좀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오멘의 대선 베팅시장 규모는 총 8만7470달러지만, 이더리움 2.0의 연내 출시 관련 베팅 규모는 14만9300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전망

본지가 인터뷰 한 빌더(BUILDer)들은 하나같이 베팅 규모나 시장 수에서 이번 대선 관련 시장 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상했으나 대부분 선거가 임박할수록 증가세가 주춤할 것으로 내다봤다.

즉, 이번 대선에서 어떤 후보가 어느 주에서 승리를 거둘지를 놓고 베팅하는 시장들이 생길 수 있지만, 암호화폐 플랫폼 중 상원이나 의회 의석을 두고 베팅하는 시장은 올해 그리 많지 않을 거란 뜻이다.

넓은 시각에서 봤을 때 예측시장을 개발한 핸슨은 사람들이 예측시장에서 하는 질문들이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가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 특정 시장을 꼽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회적으로 가장 가치가 있는 질문은 ‘내가 뽑은 후보가 선출됐을 때 어떤 결과가 발생하는가?’다. 만약 민주주의를 잃는다거나 다른 나라들이 우리를 무시할 것이기 때문에 트럼프를 뽑아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면, 시장에서 이런 결과들을 예측하도록 하자. 선거에서 누가 이기는지를 예측하는 것보다 더 흥미로운 예측이 될 것이다.”

Benjamin Powers Benjamin is the privacy reporter at CoinDesk where he focuses on data and financial privacy, information security, and digital identity. This includes everything from cryptography to public policy debates and data breaches. He was previously at BREAKER Magazine and Inverse. His work has been featured in the Wall Street Journal, Daily Beast, Rolling Stone, and the New Republic, among others. He does not own any cryptocurrenc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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