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산불과 '미국식 집 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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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인근
송인근 2020년 9월15일 06:00
캘리포니아 산불로 불타고 있는 건물. 출처=플리커(Jaden Schaul)
캘리포니아 산불로 불타고 있는 건물. 출처=플리커(Jaden Schaul)

 

코로나19와 50여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 소식이 대부분을 차지하던 미국 뉴스에 최근 들어 새로운 소재가 등장했다. 캘리포니아에서 시작된 ‘역대 최악의 산불’이었다.

이맘때 특히 건조한 캘리포니아의 산불은 어느덧 연례행사처럼 들려오는 우울한 소식지만, 올해는 특히 기록적으로 넓은 지역이 불에 탔다. 한국 언론에서 “여의도의 몇배 면적”, “서울의 몇배 면적”을 쓰는 건 봤어도 “남한 면적의 몇 %”라고 표현해야 할 만큼 많은 지역에 걸친 산불은 처음인 것 같다. #필터안한사진(#NoFilter) 같은 해시태그를 달고 올라온 온통 붉게 물든 샌프란시스코 사진이나, 반대로 화산재로 뒤덮인 듯한 LA의 잿빛 하늘 사진들이 SNS를 수놓았다.

최악의 산불이 기후변화 때문에 일어났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는 이미 너무 자주 일어나고 있다. 산불이 갈수록 커지는 건, 기후변화의 추세를 꺾지 않는 한 막을 길도 없다. “지구의 평균 기온이 계속 올라가면 몇년 뒤에 어떤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경고의 결과에 화재가 포함된다 해도, 그 대책을 논의할 시간은 있다.(물론 많지는 않겠지만.)

하지만 올해 캘리포니아 산불 피해는 당장 재해 대책을 요구한다. 불이 나면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불을 끈 뒤에는 피해 주민들을 돌봐야 한다. 화재 피해를 분석하고 다음엔 피해를 줄여야 한다.

그런데 “2년 전 산불로 불에 탄 집을 간신히 다시 짓고 살았는데 이번에 또 화재로 집을 잃었다”는 이재민의 호소는 어떻게 해야 하나? 당장 이재민에게 살 곳을 마련해줘야 할텐데, 특히 눈이 가는 대목이 있다. 2년 전에 산불이 났고 얼마든지 또 불이 날 수 있는 위험 지역인데, 같은 자리에 다시 집을 짓게 허가했다는 부분이다. 실제로 이번 산불로 발생한 이재민 대부분은 원래 산불 위험이 큰 지역에 살던 사람들이다. 위험 지역에 어떻게 집을 또 짓게 된 걸까? 그리고 무슨 돈으로?

첫째, 정부가 허가를 내줬으니 가능했을 것이다. 캘리포니아주 인구는 지난 20년 사이 17%나 늘어 4천만에 육박한다. 지난 20년간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지상 과제는, 모여드는 많은 사람이 살 집을 차질없이 마련하는 일이었다. 집을 짓자니 단독 주택을 지어야 하는데 땅은 모자라다. 왜 단독 주택이냐고? '미국식 집 짓기'는 결국 크든작든 단독 주택이다. 우리나라 같은 고층아파트는 주택 규제 때문에 짓기 어렵다. 집을 지을 땅을 넓혀갈 수밖에 없는 구조이니, 결국 산불 위험이 큰 지역이란 우려는 무시한 채 부지 허가를 줬을 것이다.

정부의 결정은 거리낌이 없었을까? 삶의 터전을 옮기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막막해하는 이재민을 결과적으로 다른 주로 내쫓는 것처럼 보일 수 있는 일에 앞장설 정치인은 당연히 없다. 표를 의식해서, 또 가뜩이나 모든 걸 잃은 이재민을 더 궁지로 몰아넣는 건 차마 못 하겠다는 이유로 정부는 총대를 메지 못했다.

둘째, 집을 지은 돈은 전에 살던 집이 불에 타면서 받은 보험금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산불 규모는 해가 갈수록 커졌고, 보험사들이 지급할 보험금은 날로 치솟았다. 2017~2018년 캘리포니아 산불 피해로 240억달러 규모의 보험금을 물어줘야 했고, 보험사들은 이러다가 파산할 수도 있겠다는 위기감에 캘리포니아 산불 위험 지역에 짓는 집에 대한 보장 범위를 줄이고 심지어 화재 보험을 들어주지 않기 시작했다. 

철저히 금전적 인센티브에 따라 움직이는 시장의 원리를 따른 보험사들에 탐욕적이라는 비난을 날리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치자 주정부가 보험 회사에 고객을 가려서 받으면 징계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러자 일부 보험사는 아예 캘리포니아에서 사업을 철수하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적절한 용지와 주택 공급을 적기에 해내지 못할 정도로 굼떴고, 산불 지역에 다시 집짓기를 허가해줄 만큼 무책임했고, 이제는 보험사들과 주민들의 인심을 모두 잃을 판이다.

모든 제도는 인센티브에 따라 움직인다. 정부도 시장도 마찬가지다. 트럼프 행정부가 파리 기후변화 협약도 탈퇴한 마당에 기후변화는 앞으로 당분간 계속될 것이고 극심한 자연재해도 더 잦아질 것이다. 무엇보다 지금 캘리포니아는 당장 급증하는 피해를 최소화할 길을 찾아야 한다.

캘리포니아 산불은 정치가 아무런 기능을 못하고 시장도 제대로 구실을 못해서 인류 지혜의 합력이 부가가치를 내지 못한, 올해 미국이 맞이한 두번째 '무기력 사건'이 될 것 같다. 첫번째 사건인 코로나19의 확산에 이어서 말이다. 두 사례에서 보듯 인류가 당황했을 때는 기술도 아무런 이익을 가져다주지 못한다. 다만, 시간이 갈수록 인류가 새로운 기술을 찾아낼 가능성이 커지는 것도 사실이다.

2020년 최악의 사건은 바로 2020년이라고들 한다. 2020년을 극복했다는 뉴스를 듣고 싶다.

·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 Translated by NewsPepperm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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