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판 ‘황의 법칙’이 뜬다
WSJ “‘AI 성능, 12개월마다 갑절로’
엔비디아 창업자 잰슨 황의 로드맵
50년 된 인텔 ‘무어의 법칙’ 대체 중”
미세공정 발달, 집적도 설명 한계
AI 고도화로 ‘병렬처리 능력’ 주목
GPU 주력 엔비디아, 인텔 추월
최근 영국 암 인수도 시너지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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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권 한겨레 기자
구본권 한겨레 기자 2020년 9월21일 06:00
그래픽=고윤결/한겨레
그래픽=고윤결/한겨레

지난 50여년간 세계 반도체 산업의 발달 속도를 설명해온 인텔발 ‘무어의 법칙’을 대신할, 엔비디아발 ‘황의 법칙’이 부상하고 있다.

19일(현지시각) 월스트리저널은 엔비디아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인 잰슨 황이 제시한 반도체 발달 로드맵(황의 법칙)이 ‘무어의 법칙’을 대체하고 있으며, 최근 엔비디아의 영국 반도체 설계전문기업 암(ARM) 인수를 설명한다고 보도했다. 이는 인텔이 ‘무어의 법칙’으로 반도체 산업의 발달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끌어온 표준설정자의 역할을 했다면, 앞으로는 엔비디아가 ‘황의 법칙’을 통해 그 역할을 대신할 것이라는 관측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7월8일 뉴욕 증권시장에서 엔비디아는 인텔의 시가총액을 추월하며 미국 최고 가치의 반도체기업으로 올라섰다. 엔비디아 실적은 코로나19로 인한 서버 수요 폭증으로 급등세를 이어갔지만, 이후 인텔은 7나노 차세대칩 양산 실패 등으로 인해 주가가 폭락하며 두 기업간 격차가 확대됐다. ‘황의 법칙’이 ‘무어의 법칙’을 대신할 것이라는 주장은 엔비디아가 과거 인텔처럼 향후 반도체 발달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역할을 맡을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황의 법칙’은 반도체의 집적도가 아니라 처리능력을 기준으로 제시된 주장이다. 엔비디아의 최고기술책임자(CTO)이자 연구개발부문 수석부사장인 빌 달리에 따르면, 인공지능 연산을 처리하는 엔비디아의 칩 성능은 2012년 11월부터 2020년 5월까지 317배 증가했다. 이는 엔비디아 칩의 성능이 매년 두 배씩로 증대되어왔음을 의미한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국의 비영리 인공지능 연구조직인 ‘오픈 에이아이(AI)’도 인공지능의 이미지 인식 테스트능력을 기준으로 할 때 지금까지 매년 성능이 2배씩 향상되어 왔다고 밝혔다. 반도체 처리능력은 하드웨어인 칩의 집적도만이 아니라, 소프트웨어 처리능력도 함께 고려된 개념이다. 

잰슨 황은 지난해 세계가전박람회(CES) 기조연설을 통해 “무어의 법칙이 더이상 가능하지 않다”며 사망선언을 내린 바 있다. 무어의 법칙은 인텔의 공동창업자 고든 무어가 “반도체 칩의 트랜지스터 집적도는 약 24개월마다 2배씩 증가한다”고 1965년 주장한 이론이다. 

물리법칙이 아니지만 무어의 법칙은 지난 50여년간 반도체의 발달 속도를 예측하는 가이드라인으로 통용돼왔다. 이 로드맵에 따라 반도체 제조업체는 칩을 개발하고 전자업체 등은 그 칩을 사용할 미래 제품을 준비해오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반도체 회로의 선로폭이 나노미터(10억분의1미터) 단위의 초미세 영역으로 접어들고 물리적 차원에서 원자와 전자의 한계에 도달하면서 2년마다 2배씩 증가하는 집적도 향상은 벽에 부닥쳤다. 2016년 2월 영국의 학술지 네이처는 반도체 업계가 무어의 법칙을 공식으로 폐기하고 새로운 로드맵을 제시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인텔은 중앙처리장치(CPU) 위주로 칩 개발을 해왔는데, 중앙처리장치는 일련의 연속작업을 처리하는 데 적합하다. 엔비디아가 주력해온 그래픽칩(GPU)은 이미지 픽셀 구현처럼 동시에 처리되어야 하는 병렬수행 작업에 적합해 그동안 주로 게임용 고성능 그래픽 구현 등에 활용되어왔다. 엔비디아의 뛰어난 병렬처리 능력은 자율주행 차량의 정보처리와 인공지능의 이미지 인식 등에서 쓰임새가 주목받으며 사용처가 늘고 있다. 

수많은 연산이 순간적으로 매끄럽게 처리되어야 하는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환경에서 병렬처리 능력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엔비디아가 집적도 위주의 반도체 평가기준을 인공지능 업무 연산능력으로 대체하려는 배경이다. 엔비디아는 최근 인수하기로 한 암이 이러한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환경에서 시너지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도 4년 전 암 인수 때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의 미래’를 비전으로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칩의 집적도를 기준으로 한 무어의 법칙에 비해 인공지능 처리 능력이라는 기준은 명확성이 부족하다. 병렬처리능력이 발달해도 중앙처리장치의 능력은 여전히 성능의 관건이다. 엔비디아의 빌 달리 부사장도 중앙처리장치가 개선되지 않으면 병렬처리 결과도 병목에 직면한다는 점을 인정했다. ‘무어의 법칙’이 한계에 도달한 상황에서 반도체 산업 헤게모니 쟁탈전의 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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