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은행, 20년간 ‘수천조원 세탁’ 연루 의혹
미 재무부 산하 기관 자료 2천여건
버즈피드·탐사보도언론조직 분석
“미 정부기관 등 알고도 송금 방치
은행들 보고만 하면 형사처벌 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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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섭 한겨레 기자
신기섭 한겨레 기자 2020년 9월22일 10:00
출처=Alexas_Fotos/Pixabay
출처=Alexas_Fotos/Pixabay

미국·영국·독일 등의 글로벌 은행들이 20년 가까이 막대한 자금 세탁에 연루된 정황을 보여주는 미국 재무부 산하 금융범죄단속네트워크(FinCEN)의 자료가 폭로됐다. 미국 제이피(JP)모건체이스와 뉴욕멜론은행, 영국의 홍콩상하이은행(HSBC)과 스탠다드차타드은행, 독일 도이체방크의 혐의가 가장 많이 언급됐다.

 미국 온라인 매체 버즈피드는 자사가 입수한 금융범죄단속네트워크의 ‘의심활동보고’ 2100여건을 국제탐사보도언론인컨소시엄(ICIJ)과 함께 분석해, 주요 은행들의 자금 세탁 개입 실태를 20일 보도했다. 이 문건은 1999년부터 2017년까지 금융기관들이 ‘의심스러운 거래’로 보고한 2조달러(약 2400조원) 규모의 금융 거래를 담고 있다.

 버즈피드는 “의심스러운 거래는 주로 마약, 자금 해외 도피, 금융사기 등과 관련된 것들”이라며 “금융범죄단속네트워크는 은행들의 보고를 미 정부기관이나 외국과 공유하면서도 자금 송금을 막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 매체는 또 “은행들은 의심스러운 활동을 보고만 하면 형사 처벌을 면한다”며 “금융 부정이 드러나 기소되거나 벌금이 부과된 뒤에도 거래를 계속 허용한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버즈피드는 대표 사례로 2014년 5월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가 조직범죄 등의 혐의로 수배령을 내린 카자흐스탄 정치인 빅토르 흐라푸노프의 자금 수백만달러를 아메리카은행, 시티은행, 제이피모건체이스, 아메리칸익스프레스 등이 계속 처리해준 사례를 꼽았다. 영국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이 아프가니스탄 테러조직 탈레반의 자금 세탁을 처리해준 것도 주요 사례로 거론했다.

 도이체방크의 경우, 러시아 등의 자금 세탁에 다른 고객의 정상 계좌가 몰래 이용되는 정황을 2012년부터 2015년까지 100번 이상 감지하고도 제대로 대처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이 매체는 폭로했다.

 영국 BBC 방송 보도를 보면, 홍콩상하이은행은 한 중국인이 미국에서 100일만 빌려주면 100%의 이자를 주겠다며 모은 자금 8천만달러(약 960억원)를 2013~2014년 홍콩으로 보내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은행은 캘리포니아 당국이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고 통보한 뒤에도 거래를 중단시키지 않다가, 미 증권감독위원회가 이듬해 4월 관련자를 정식 고소하자 계좌를 폐쇄했다고 방송은 덧붙였다.

 의심활동보고 분석 결과, 2011~2017년 홍콩상하이은행의 홍콩 지점으로 흘러들어간 의심스러운 자금의 규모는 15억달러(약 1조8천억원)이며 이 가운데 9억달러(약 1080억원)는 범죄에 연루된 자금이라고 방송은 전했다.

 BBC는 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으로 2014년 미국과 유럽연합의 제재 대상에 오른 러시아 기업인 아르카디 로텐베르크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영국 바클레이은행을 통해 6천만파운드(약 900억원)의 금융 거래를 한 것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거래는 그가 제재 대상이 된 뒤 이뤄졌다.

 미국 NBC 방송도 이날 북한이 2008년부터 2017년까지 미국의 제재를 피하고자 유령회사나 중국 기업을 동원해 뉴욕멜론은행과 제이피모건체이스은행을 거쳐 1억7480만달러(약 2097억원)의 자금을 세탁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관련 은행들은 불법이 없었다고 주장하며 개별 거래에 대해 거론하는 건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고 밝혔다고 버즈피드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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