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의 경제’, 10년 뒤엔 먹히지 않는다
블록체인과 인터넷, 디지털 시스템 결합으로 소규모 글로벌 브랜드 대거 생겨날 것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Paul Brody
Paul Brody 2020년 9월28일 07:30
출처=셔터스톡
출처=셔터스톡

폴 브로디는 EY에서 글로벌 블록체인 사업 총괄을 맡고 있다. 본 칼럼은 암호화폐 경제의 미래에 관해 다루는 코인데스크의 ‘인터넷 2030(Internet 2030)’ 시리즈 중 하나다.

언스트앤영(EY)은 2030년까지 새롭게 체결되는 사업 계약의 절반 이상이 블록체인 기반의 스마트계약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로 인해 사업체를 운영하는 데 있어 복잡한 행정적 절차가 완전히 달라질 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 경제의 경쟁 구도도 크게 바뀔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블록체인을 다른 인터넷 기반 기술, 그리고 디지털 시스템과 결합함으로써 이미 민첩성을 갖춘 소규모 기업들의 효율성과 확장성이 대기업 수준으로 향상되는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지난 1994년 7월, 대표적인 인터넷 검색엔진 야후(Yahoo)가 설립됐다. 그리고 탈중앙화를 통해 보안을 추구하는 기술 플랫폼인 인터넷이 그 후 30년 동안 갑작스레 디지털 중앙화와 통합의 길을 걷게 됐다. 소프트웨어 플랫폼들의 시장 독점을 가능케 한 규모의 경제는 인터넷 기반 네트워크 효과가 더해져 더욱 가속화됐다. 대기업은 더 거대해졌고, 소기업들의 어려움은 한층 더 심화됐다.

이런 중앙화의 물결이 올해 정점을 찍었다면, 2030년이 되면 블록체인 기술로 인해 탈중앙화가 다시 일어나 지금의 중앙화 추세가 급속도로 꺾이기 시작할 것이다. 블록체인 기반 소프트웨어 덕분에 소규모 기업들이 대기업처럼 효율적으로 협업할 수 있게 되면서 규모의 경제가 힘을 잃게 되는 새로운 환경이 조성될 것이다.

2030년까지 정말 이 모든 게 이뤄진다면 어떻게 될지 상상해보자.

때는 2030년 2월 6일 수요일 오후 4시 15분경. 영국 셰필드에서 세탁기가 고장 난다. 세탁코스가 탈수 단계로 바뀌고 세탁기 드럼통이 회전하면서 그 진동 때문에 물빠짐 호스 연결 부분이 느슨해져 탈수 중이던 옷에서 나온 물이 세탁실 바닥으로 넘쳐흘렀고, 심지어 바닥에 있던 환기구 안에까지 들어간 것이다.

물이 새자 세탁기 안에 있던 누수 센서가 작동하면서 탈수는 멈췄고, 빨래 주인에게 고장 관련 문자가 전송됐다. 이 문자를 받은 빨래 주인은 서비스 센터에 전화를 걸어 주변 지역에서 올 수 있는 수리 기사 한 명을 고른 다음 계속 일과를 이어갔다. 이틀 뒤 금요일 오후, 물빠짐 호스가 새것으로 교체됐다. 하지만 세탁기 보증 기간이 연장됐기 때문에 빨래 주인이 내야 할 추가 요금은 없었다.

위의 이야기가 그리 놀랍지 않다면, 그건 사실 별로 놀랄 만한 얘기가 아니라서 그럴 것이다. 이 모든 게 이미 지금도 충분히 가능하지만, 이런 서비스가 아직 제공되고 있지 않을 뿐이다. 조만간 이런 통합 스마트 시스템이 출시될 것으로 보이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진정한 의미에서의 통합은 아닐 것이다. 그 뒤에는 비디지털 방식의 엄청난 서류 작업이 뒤따를 것이며, 이마저도 뛰어난 기술력을 갖춘 대기업들만 이용 가능할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은 자신의 스마트폰과 세탁기, 집 안의 인터넷 라우터를 계속해서 확인해가며 시스템을 설치하고 등록하는 수고를 감내해야 한다.

오늘날 쉽고 합리적으로 보이는 일들이 사실 매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소매상과 제조상, 그리고 수리상 간 통합이 완전하게 이뤄지지 않은 탓에 사람들은 직접 모든 내역을 기록하고 추적하려고 이메일을 바삐 주고받는다. 그리고 제대로 된 디지털 통합을 위해선 대개 맞춤형 네트워크 서비스 개발과 대규모 일회성 투자가 필요하다. 하지만 2030년엔 블록체인 기술로 인해 모든 게 달라질 것이다.

2030년이 되면 위에서 말한 시나리오에서 고장 나게 될 스마트 디지털 세탁기는 대기업 브랜드가 아닌, 지은 지 오래되거나 좁은 집에 들어갈 맞춤형 세탁기를 생산하는 스타트업 제품이 될 것이다. 영국에서 전기가 널리 보급되기 이전에 지어진 집들에선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이 옷장이나 계단 아래 다소 특이한 모양의 여유 공간에 딱 들어가질 않는다. 세탁기를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자신의 집에 있는 독특한 공간의 사진을 찍어 전송하면 세탁기 제조업체의 스마트 알고리듬이 알맞은 부품들을 찾아 해당 공간에 꼭 맞는 제품을 만든다. 현장에서는 설치업체가 3D 프린터로 특수 커넥터와 부품들을 제작해 설치를 완료한다. 평범하지 않은 집 구조를 최대한 잘 활용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이런 제품들을 구매할 것이다.

요즘 이런 제품을 만들려면 엄청나게 많은 비용이 들겠지만, 인터넷과 블록체인 기술 덕분에 이 스타트업은 고도로 현지화된 맞춤형 제품을 시중가와 크게 차이 안 나는 가격에 공급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3D 프린팅과 디지털 머신 툴 같은 디지털 제조 기술이 부품과 구성품들을 일회성으로 생산하는 비용을 대량 생산 비용과 큰 차이가 나지 않게 해준다. 그리고 블록체인 기반 토큰화와 스마트계약 덕분에 거대한 IT 조직을 만들지 않고도 협력사 네트워크를 관리할 수도 있다.

인터넷을 통해 혁신적인 블록체인 기술과 똑똑한 소프트웨어를 결합하고, 고객 맞춤형 제품을 생산해 어느 곳이든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제품을 설치·서비스해줄 소규모 스타트업이 있다. 3D 프린팅 서비스 제공업체와 보관 서비스 업체, 설치·서비스 업체들의 디지털 디렉토리가 거의 모든 지역에 있는 협력업체들을 빠르게 찾아내 준다. 또 표준화된 스마트계약이 사업 관계를 신속하게 맺고 관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지속적인 관리 없이도 스마트계약 운영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이 모든 것을 이루려면 진정한 혁신이란 고된 작업이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게 스타트업들의 사업 확장을 방해하는 것은 아니다. 세탁기 크기와 구성품을 알맞게 맞춰줄 똑똑한 알고리듬을 갖추는 게 평범한 일은 아니지만, 오늘날 스타트업이 성공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는 200개에 달하는 설치업체와 협력사들을 관리하고, 이들과 일일이 협상하는 데 드는 비용이다.

오늘날 기업들이 비용 청구서를 수동으로 발행해 결제를 완료하는 데까지 대략 건당 50~100달러의 비용이 든다. 이에 비해 시스템 간 맞춤형 통합 시스템을 설치하는 데는 약 10만~20만달러가 든다. 하지만 이 시스템은 한 번 설치해 놓기만 하면 거래 건당 비용이 거의 0으로 떨어진다. 스타트업이 제조와 보관, 배달, 서비스를 담당할 협력사들을 물색하는 동안 실제 제품을 만들어 파는 비용보다 더 많은 비용을 사업 네트워크 관리에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판매량이 많지 않으면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

블록체인 기반 스마트계약을 통하면 한번 사업 관계가 맺어지고 협력사의 자격이 입증된 이후엔 비용 청구, 결제, 보증기간 확인, 일정 관리 등 대부분의 관리가 맞춤형 디지털 네트워크를 거치지 않고 자동으로 이뤄진다. 다만 스타트업들은 처음에 개방형 이더리움(Ethereum) 블록체인으로 자체 시스템을 옮겨와 대대적인 통합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2030년이 되면 상거래의 모습이 되려 과거와 매우 많이 닮았을 것이다. 예를 들어 1950년대에는 TV 제조 업체가 수백 개에 달했다. 위키피디아(Wikipedia)에는 모토로라(Motorola)에서 미바르(Mivar), 잉글리쉬 일렉트릭(English Electric)에 이르기까지 한때 TV를 만들었던 기업 수백개의 명단이 나와 있다. 지금은 표준화와 규모의 경제 때문에 거의 대부분 사라져 버렸고, 10대 TV 제조업체가 시장의 75%를 차지하고 있다.

글로벌화와 확장이 모두 나쁜 건 아니었다. 1950년에 12인치 흑백 TV를 사려면 지금 물가로 2500달러 정도를 내야 했지만, 지금은 60인치짜리 UHD 4K 평면TV를 500달러면 살 수 있다. 당연히 흑백이 아닌 컬러TV다.

2030년까지 소규모 기업들의 브랜드가 많이 생겨날 것으로 보이지만, 고가의 지역 브랜드가 아니라 가격 경쟁력이 있는 글로벌 브랜드가 수백 개씩 생겨날 것이다. 구조가 특이한 오래된 집들은 영국에만 있지 않고 전 세계 어디에나 있다. 소규모 스타트업들이 독특한 특색을 가진 시장의 니즈를 충족할 글로벌 틈새 브랜드로 태어날 것이며, 장소와 관계없이 소규모 시장에 완벽한 고객 맞춤형 제품들을 공급할 것이다.

끝으로 하나 첨언하자면, 이런 장밋빛 미래도 잘못될 가능성은 언제나 있다. 우리는 인터넷이 지구촌 곳곳에서 민주주의와 자유를 꽃피우리라 예측했지만, 현실은 그러지 못했다. 기술 혁명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바라는 혜택들은 계속해서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이번에도 예외는 아닐 거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다시 한번 시도하고 도전하는 데 필요한 희망의 끈을 놓아선 안 될 것이다.

·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 Translated by NewsPeppermint.

제보, 보도자료는 contact@coindeskkorea.com으로 보내주세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