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징둥닷컴, 화웨이 등 중국 대기업들 대부분 자체 블록체인 플랫폼과 서비스형 블록체인(BaaS) 플랫폼을 출시했다. 금융과 유통, 콘텐츠, 공공행정 등 다양한 분야의 상용화 사례를 이미 내놓은 곳도 여럿이다.

이들 대기업 외에 비야디, 메이퇀뎬핑 등 다른 IT 기업들은 아직 블록체인 적용에 소극적이다. 대부분 암호화폐 투자 열기가 뜨겁던 2017년과 2018년 ‘맛보기’만 한 뒤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태다. 

 

1. 비야디(比亚迪, BYD): 전기차

출처=비야디(BYD)
출처=비야디(BYD)

 

비야디는 중국 최대 전기차 제조 기업이다. 왕촨푸(王传福) 회장이 1995년 설립한 배터리 제조 기업에서 출발했다. 

비야디는 2018년 9월 선전에서 제1회 개발자대회를 개최했다. 왕촨푸(王传福) 비야디 회장은 이날 “전동화가 자동차 혁명의 첫 절반 단계라면, 다음 절반은 스마트화”라며 “2035년이면 자동차 전면 스마트화 시대에 들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왕 회장은 이날 블록체인 기술 적용 사례를 간략히 언급했다. 비야디가 당시 배포한 보도자료엔 차량 운행 데이터와 탄소 배출 데이터 등을 블록체인에 기록해, 탄소를 적게 배출하는 자동차 소유자에게 크레딧을 주고 이를 거래에 사용하도록 하는 등의 활용 사례가 소개됐다.

왕 회장이 언급한 사례는 실제 테스트 단계까지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2018년 5월 블록체인 프로젝트 비체인(VeChain)은 비야디와 협력해 비체인의 퍼블릭 블록체인 플랫폼 토르(Thor) 기반 탄소은행 솔루션에 대한 개념 증명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후 실제 상용화 소식은 아직 전해지지 않았다.

이듬해인 2019년 11월 국내 기업 펜타시큐리티의 블록체인 부문 자회사 아모랩스가 비야디와의 블록체인 관련 협업 사례를 발표했다. 아모랩스는 블록체인 기반 전기차 데이터 앱 카모마일(Carmomile)을 출시하면서, 137개 항목에 대한 테스트 끝에 30만대 가량의 비야디 전기차에서 생산되는 주행 정보와 연비 추이, 사고 이력 등 데이터 수집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아모랩스는 당시 전기차 소유주가 데이터를 제공하면 그에 대한 보상으로 누적 포인트를 지급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아모랩스 관계자는 코인데스크코리아에 “비야디 등 전기차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거래할 수 있는 데이터 거래소를 지난달 29일 시범 출시했다”면서, 정식 서비스를 연내에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 메이퇀뎬핑(美团点评): 식당 평점 및 주문, 배달

 

출처=메이퇀뎬핑
출처=메이퇀뎬핑

 

텐센트가 대주주인 식당 평점 및 주문, 배달 서비스 기업 메이퇀뎬핑은 올해 초 알리바바, 텐센트에 이어 홍콩증권거래소 시가총액 기준 중국 3대 인터넷 기업에 등극했다. 이제 ‘BATJ(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징둥)’가 아닌 ‘ATM’으로 묶어 불러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지난 7월 인민은행이 진행하는 디지털 위안(DCEP) 소매 테스트 참여 기업 중 하나에 이름을 올린 것 외에, 블록체인과 관련해 별다른 공식 행보를 보이고 있지 않다. 클라우드, 인공지능, 자율주행 등 신기술과 관련해선 비교적 상세한 청사진을 내놓은 것과 대비된다. 다만, 왕싱(王兴)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고위 관계자들이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관심을 조금씩 내비쳐 왔다.

2013년부터 비트코인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진 왕 CEO는 지난해 페이스북의 리브라 백서가 공개된 후 자신의 마이크로 블로그 판포우(饭否) 계정을 통해 “천재적인 계획”이라고 호평했다.

왕 CEO는 2019년 10월 한 포럼에서 비탈릭 부테린 이더리움 창시자, 여행 서비스 씨트립 공동 창업자 출신인 선난펑(沈南鹏) 세콰이어차이나 매니징 파트너 등과 회동을 가졌다. 당시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선 “2025년이면 메이퇀이 미식과 영화, 숙박, 해외 구매, 차량 호출, 여행 등 다양한 분야에 블록체인을 도입해 '먹고 소비하는 대륙(吃货大陆)'을 이룰 것”이라는 기대 섞인 추측도 나왔다

왕휘원(王慧文) 메이퇀뎬핑 창업자 겸 수석부회장도 블록체인 기술에 주목했다. 왕 수석부회장은 2018년 초 자신의 위챗 계정을 통해 “블록체인이 최근 중국 인터넷(산업)에 균열을 냈다”면서, “중국 인터넷 산업의 주요 모순은 이제 거인(대기업)과 스타트업 간 갈등에서, 인터넷과 블록체인 간 갈등으로 옮겨갔다”고 말했다.

메이퇀뎬핑은 같은해 11월 금융 산업에 처음 진출했다. 메이퇀뎬핑은 50억위안(약 8천억원) 규모의 ABS(자산유동화증권) 발행을 발표하며,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대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알리바바를 비롯한 중국 대기업이 자체 보유한 가맹점들의 매출 데이터 등을 바탕으로 중소상공인의 신용을 평가해 대출을 제공하는 등 금융 서비스에 블록체인 기술 도입을 검토하고 있듯, 메이퇀뎬핑도 핀테크 혁신에 블록체인을 활용할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편, 메이퇀뎬핑 출신 인사 중 적지 않은 수가 블록체인에 뛰어들었다. 메이퇀뎬핑의 공동창업자 가운데 하나인 양쥔(杨俊) 전 부회장은 2018년 차량 호출 서비스 기업 콰이디다처 창업자 출신 천웨이싱(陈伟星)과 함께 블록체인 기반 승차 호출 플랫폼 ‘비비셰어(VVShare)’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이외에도 류춘밍(刘春明) 전 메이퇀택시 기술 책임자, 위이(余熠) 전 메이퇀뎬핑 영화 서비스 상하이 지역 책임자, 리솽(李爽) 전 메이퇀클라우드 CEO 등이 2018년 각각 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 플랫폼 바이트(Vite), 블록체인 기반 공유경제 서비스 플랫폼 유체인(Uchain), 블록체인 기반 클라우드 컴퓨팅 플랫폼 보너스클라우드(BounusCloud) 등을 만들었다. 

정인선 기자 한겨레신문 정인선 기자입니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3년여간 코인데스크 코리아에서 블록체인, 가상자산, NFT를 취재했습니다. 일하지 않는 날엔 달리기와 요가를 합니다. 소량의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 클레이(KLAY), 솔라나(SOL), 샌드(SAND), 페이코인(PCI)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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