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글 "글로벌 암호화폐 공시 시장을 노린다"
[블록체인 스타트업 인터뷰⑪]
이현우 크로스앵글 공동대표
온체인 데이터 활용해 공시 신뢰도 높일 계획이
해외 진출이 최우선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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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모 기자
박근모 기자 2020년 10월7일 07:15
자유롭게 회의하고 있는 쟁글 팀원 모습. 출처=크로스앵글
자유롭게 회의하고 있는 쟁글 팀원 모습. 출처=크로스앵글

전통 금융 시장에는 금융감독원이 운영하는 전자공시시스템 '다트'(Data Analysis, Retrieval and Transfer System)가 있다. 1999년 4월에 첫선을 보인 다트는 상장법인이 온라인으로 금융감독원에 공시자료를 제출하고, 누구나 자료를 열람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금융권에서는 다트로 인해, 오프라인으로만 가능한 공시자료 제출 및 열람이 온라인상에서 이뤄지면서 비용과 시간 절감뿐만 아니라 기업 공시자료에 대한 투자자 접근이 손쉬워져 기업 경영에 대한 시장의 감시 기능이 강화된 것으로 평가한다. 기업과 시장 상황이 건강해지기 위해서는 공시가 중요하다는 것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비트코인은 코인마켓캡 기준 일 거래량 약 500억 달러를 넘어섰으며, 암호화폐를 이용한 금융 서비스 디파이(Defi)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아직은 전통 금융 시장에 비해서 전체적인 거래 규모는 초라하지만, 불과 10여 년 만에 눈부신 성장을 이룬 만큼 새로운 대안 금융으로 꼽히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만큼 암호화폐 시장은 급성장했지만, 투자를 위한 정보는 불투명했고, 거짓된 정보, 가짜뉴스 등이 난무했다. 암호화폐 프로젝트팀은 공시자료를 공개할 수 있는 다트와 같은 공시 플랫폼의 필요성을 느꼈고, 투자자 역시 정확한 정보에 대한 갈증이 생겨났다.

이런 시장의 요구는 크로스앵글(CrossAngle)의 암호화폐 공시 플랫폼 쟁글(Xangle)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물론 쟁글이 시장에 마냥 긍정적인 효과만 불러일으킨 것은 아니다. 좋게 본다면 '성장통'이라고 할 수 있는 시장의 신뢰를 흔드는 논란도 있었다.

이현우 크로스앵글 공동대표. 출처=크로스앵글
이현우 크로스앵글 공동대표. 출처=크로스앵글

지난달 23일 강남역 인근에 있는 크로스앵글 사무실에서 만난 이현우 공동대표는 인터뷰를 시작하자마자 '죄송하다', '부끄럽다'는 말을 전했다. 일단 불편한 이야기는 뒤로 미루자는 말에 이 대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긴장도 풀 겸 가벼운 첫 질문, 어떻게 이 바닥에 들어오게 되셨나요?

"2013년쯤에 비트코인 채굴을 조금씩 했어요. 그러다가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암호화폐에 뛰어들었죠. 물론 저는 크로스앵글 전에 오픈서베이라는 스타트업을 창업하기도 했어요. ICO를 하는 모습을 보니 초기 스타트업 시장을 보는 것 같더군요. 스타트업은 단순 재무 평가로는 신용도를 파악할 수 없거든요. 잠재력을 알기 위해서 다양한 영역을 살펴봐야 해요. 암호화폐도 마찬가지예요."

이 대표는 곧바로 암호화폐,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신용도 및 잠재력을 파악하기 위한 방안을 고심했다. 그렇게 스타트업을 창업한 경험을 가진 이현우,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운영해 본 박해민, 전통 금융권에서 활동한 김준우 등 3인방이 모여서 전통 금융권-암호화폐-투자자를 연결(Cross)하는 관점(angle)을 의미하는 크로스앵글을 만들게 됐다.

크로스앵글은 무주공산인 암호화폐 공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발 빠르게 쟁글을 선보였다. 쟁글이 공개되자 시장의 반응은 예상대로 뜨거웠다. 암호화폐 프로젝트팀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쟁글로 찾아왔다. 그렇게 모인 프로젝트만 현재 800여개에 달한다.

"상장기업이나 주식 시장을 보면 공시 제도가 있잖아요. 근데 여긴 없는 거예요. 정보의 불균형성이 심각했죠. 그러다 보니 투기성도 짙어졌어요. 정보를 먼저 얻거나 혹은 가짜 정보를 퍼트린 이들만 이득을 봤죠. 쟁글이 폭발적인 성장을 한 것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해요. 정확한 정보를 공유해서, 공정하게 투자 활동을 할 수 있길 바라는 이들이 많았던 거죠."

쟁글이 제공하고 있는 암호화폐 공시 모습. 출처=쟁글 홈페이지
쟁글이 제공하고 있는 암호화폐 공시 모습. 출처=쟁글 홈페이지

쟁글은 빠르게 성장하며 승승장구했지만, 이제 불편한 이야기를 할 차례가 왔다. '예약공시' 이야기다. 쟁글은 예약공시가 공정한 암호화폐 투자 정보의 공유를 위한 목적으로 탄생했다지만, 기대와 달리 논란의 대상이 됐다. 암호화폐 커뮤니티에서는 '공시 메타'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공시 내용은 모르지만, 공시가 예정됐다는 사실만으로 암호화폐 가격이 들썩였다. 프로젝트팀에 뒷돈을 받고 예약공시를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사태는 점점 심각해졌다. 화룡점정은 무비블록 논란이었다.

"정말 저희의 착각이었어요. 암호화폐 프로젝트는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잖아요. 그러다 보니 시차가 서로 달라요. 예약공시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해보자는 아이디어에서 시작했어요. 동일한 시간에 같은 정보가 제공돼야 공정한 투자 판단이 이뤄질 수 있을 거로 생각했어요. 근데 예상과는 너무 다른 상황이 펼쳐졌어요. 아무런 내용이 없는 예약공시도 투기에 활용되더군요. 내부적으로 고민이 많았어요. 공정한 공시 정보 공유를 위해 예약공시를 계속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부작용이 계속 늘어나자 접는 게 낫겠다는 의견이 힘을 받았죠."

쟁글이 야심 차게 선보인 예약공시는 무비블록 논란을 끝으로 서비스를 종료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이번에는 공시정보를 올리는 주체를 두고 논란이 이어졌다. 커뮤니티에서는 공시를 프로젝트팀이 직접 올리다 보니, 가짜 정보나 의미 없는 공시도 크게 부풀려진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공시정보를 믿지 못하겠다는 커뮤니티 반응이 나오면서 위기가 찾아왔다.

"쟁글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저희가 모든 자료를 다 찾아서 검증하고 올렸어요. 근데 쟁글에 공시를 하는 프로젝트만 수백 개에 달하다 보니 현실적으로 우리가 다 하기는 불가능했어요. 지금은 쟁글에 올라오는 공시 중 대략 절반 정도가 해당 프로젝트팀에서 직접 올려요. 물론 허위 공시가 올라올 수 있다는 커뮤니티의 걱정도 이해해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공시 기준에 대한 조건을 공개하고 있어요. 이 기준을 만족해야만 공시를 올릴 수 있는 거죠. 전체 공시 중 약 30~40%가량이 기준에 미달 돼서 반려되고 있어요. 이 밖에도 여러 가지 해결방법을 준비 중이에요."

쟁글은 자율 공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공시 대행 서비스'를 최근 선보였다. 수십 가지에 달하는 공시 종류와 기준을 만족하기 어려워하는 프로젝트를 위한 서비스다. 물론 대행 서비스인만큼 지금껏 부족한 쟁글의 수익 창출을 위한 모델이기도 하다.

쟁글에 공개돼 있는 공시 기준. 출처=쟁글 홈페이지
쟁글에 공개돼 있는 공시 기준. 출처=쟁글 홈페이지

공시 논란에 대한 이야기가 끝나자 이 대표는 어려운 고비를 넘은 것처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아직 멀었다. 이번에는 '발행량 조작' 사건으로 논란이 된 코스모체인 차례다. 코스모체인은 이더리움에서 클레이튼으로 메인 체인을 전환하는 과정에서 3억4900만여 개의 코즘(COSM)을 아무런 공지없이 발행했다.

코스모체인이 문제 되자 덩달아 쟁글이 논란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쟁글이 제공하는 '신용도평가'에서 우수 등급인 'A'를 받았다는 점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특히 신용도평가가 유료로 진행됐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쟁글의 신뢰도는 무너져 내렸다. 현재 코스모체인의 신용도는 평가 보류로 바뀐 상태다.

"코스모체인은 코인 발행량이 문제였죠. 처음 코스모체인을 스타트업 관점에서 평가했을 때, IR(Investor Relations) 활동도 괜찮고,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의 블록체인 월릿에 탑재되는 등 실제 사용자 측면에서도 우수했어요. 특히 가치 판단이 들어가는 정성평가를 최소화하고, 중립을 지키기 위해서 정량평가 위주로 진행했죠.

평가 당시에는 발행량도 아무런 문제가 없어서 A라는 평가가 나왔는데, 결과적으로 저희의 모니터링이 부족했어요. 현재는 이런 문제가 다시 발생할 수 없도록 실시간 온체인 데이터 분석 과정이 추가됐어요. 또 한 가지 말하자면, 신용도평가는 유료 모델이 맞아요. 대신 평가가 이뤄지기 전에 평가료를 받아요. 평가료도 정해져 있어서 더 낸다고 좋은 점수를 받거나 그런 건 절대 없어요."

이 대표는 신용도평가가 유료로 진행되는 점은 평가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S&P, 무디스(Moody's), 피치(Fitch) 등 국제 신용평가 기업도 유료로 신용도를 평가하지만, 이 점이 어느 한 곳에 종속되지 않고 중립적으로 객관적인 평가를 할 수 있는 동력이 된다는 점을 견주어 설명했다.

이 대표에 따르면, 신용도평가를 의뢰하고 돈을 지불한 팀 중에서 왜 이렇게 평가 점수가 나쁘냐고 항의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투자자 관점에서 신용도평가가 의미 있는 자료로 활용되길 바라기 때문에 평가 기준을 촘촘하게 유지하고 있다는 게 쟁글의 설명이다. 쟁글의 신용도평가 절차와 기준은 홈페이지에 공개돼 있다.

쟁글에 공개된 암호화폐 프로젝트 신용도평가 등급. 지금까지 약 48개 프로젝트를 평가했다. 출처=쟁글 홈페이지
쟁글에 공개된 암호화폐 프로젝트 신용도평가 등급. 지금까지 약 48개 프로젝트를 평가했다. 출처=쟁글 홈페이지

신용도평가가 촘촘하고, 온체인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도 코스모체인과 같이 데이터 조작 사건을 원천적으로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질문에 이 대표는 현재도 계속 여러 가지 방법을 고심 중이라고 설명했다.

"내부에 온체인 데이터 리서치팀을 통해서 실시간으로 다양한 정보를 모니터링하고 있어요. 온체인 데이터를 쓸모있는 정보로 가공하는 역할도 하지만, 공시 중인 내용을 실시간으로 검증하는 역할도 동시에 수행해요. 신용도평가의 경우는 6개월에 한 번씩 재평가하게 돼 있어요.

또 모든 평가 기록은 삭제하지 않고 공개하죠. 재평가를 할 때마다 평가 점수나 신용도 등급이 바뀔 수 있어요. 누적된 점수나 등급을 보면, 믿을 수 있는 프로젝트인지 알 수 있을 거로 기대해요. 또 실질심사제도를 통해서 비정기적으로 심사도 진행하고 있어요."

쉴 새 없이 답변하던 이 대표의 지친 얼굴이 '이제 어려운 질문은 없겠지요'라며 이제서야 편안해졌다. 하지만 아직 하나 더 남았다. 회심의 카드, 크로스앵글의 매출은 말해주세요.

"오늘 너무 힘드네요. 현재 내부 방침상 매출 규모는 공개하기 힘들어요. 정말 죄송해요. 올해 목표는 매출과 운영비를 최대한 맞추는 거예요. 아직 매출이 많이 나오는 서비스는 없어요. 현재는 비즈니스 모델이 부족한 게 사실이에요. 공시 데이터 관련한 부가서비스와 온체인 데이터 가공을 통한 수익 모델을 준비 중이에요. 또 한국 시장보다는 해외 진출을 최우선 순위로 두고 있어요."

크로스앵글은 지난 7월 한화투자증권으로부터 약 40억 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이 대표는 스타트업에서 찾아보기 힘든 수준의 투자 유치에 성공한 원동력으로 쟁글의 해외 확장성과 향후 암호화폐 기반의 금융 플랫폼으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이 평가받은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크로스앵글에 따르면, 쟁글의 구성원은 총 28명이다. 이 대표는 공시 데이터를 검증하고 관리하는데 꽤 많은 인원이 필요하며, 내부 조직원 중에 '탈블'을 선택한 이는 아무도 없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런 늦었다. 먼저 묻기도 전에 '탈블'을 꺼내다니. 질문을 바꿔 국내·외 '탈블' 추세를 물었다. 암호화폐 프로젝트 공시정보를 관리하는 쟁글인만큼 이 대표는 전 세계적으로 '탈블'이 많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굳이 국내와 해외를 비교하자면, 국내가 해외보다 탈블하는 분들이 많아요. 블록체인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지만, 성장 속도가 미처 따라오지 못한 탓이 커 보여요. 그렇다고 블록체인의 잠재력이 줄어든 건 아니에요.

메인넷을 만들고 생태계를 구축하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필요하거든요. 이더리움도 아직 완성된 상태가 아니잖아요. 근데 다들 너무 조급했어요. 실망도 컸고요. 하지만 분명한 건 블록체인은 계속 성장하고 있어요."

이 대표는 장기적으로 쟁글에 올라온 공시나 신용도평가 등을 모두 온체인에 올릴 계획이 있다고 말했다. 쟁글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장기적인 방안이다.

"쟁글은 항상 투자자들에게 유용한 암호화폐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게요. 한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공시 정보라는 건 꾸준히 누적되고 쌓여야 의미가 있어요. 장기적인 관점에서 공시 정보를 바탕으로 판단하시길 바랄게요."

 

편집자 주. 1년 전만 해도 국내에 블록체인 스타트업이 꽤 있었습니다. 크립토겨울이 길어지고 블록체인 산업의 성장이 더뎌지면서, 많은 기업들이 자의반타의반 '탈블'을 선택했습니다. 이긴 자가 살아남는 걸까요, 살아남는 자가 이긴 걸까요. 이런 상황에서도 묵묵히 남아있는 블록체인 스타트업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제보, 보도자료는 contact@coindesk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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