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 출처=백소아/한겨레
카카오뱅크. 출처=백소아/한겨레

직장인 강아무개(41)씨는 지난달 한 주식 종목이 눈에 들어오자 인터넷전문은행을 이용해 대출을 받았다. 그는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하나은행 대출이 빠르다고 들었다”며 “아파트 대출 때문에 대출 한도가 적어 천만원 밖에 못 빌려 아쉽다”고 말했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가능한 낮은 금리의 빠른 대출. 2017년 7월말 서비스를 시작한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는 이를 ‘혁신’으로 내세웠다. 3년 만에 고객 수는 1294만명, 수신 잔액은 22조3159억원, 여신 잔액은 18조3257억원으로 성장했다. 금융 소비자들은 공인인증서 없이 간편하게 거래를 할 수 있다는 편의성에 환호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흑자 전환에 이어 내년엔 기업공개(IPO)를 통한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카카오뱅크 주식은 장외시장에서 주당 10만9천원으로 평가받는다. 발행주식수(3억6509만주)를 따지면 시가총액은 39조7948억원에 달한다. 국내 선두 금융그룹인 케이비(KB)금융(16조5699억원)과 신한금융(13조5342억원)보다 시가총액이 훨씬 크다. 디지털 혁신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카카오뱅크의 성장은 최근 경고등이 울린 가계 신용대출 확장과 궤를 같이 했다. 지난달 금융감독원은 신용대출 폭증을 진정시키기 위해 국민·신한·농협·하나·우리 등 5대 은행과 함께 카카오 담당자를 모아 영상회의를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중장기 트렌드를 보면 카카오뱅크의 신용대출 시장 점유율이 많이 커졌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의 신용대출 잔액은 9월말 기준 15조원이다. 1년 전과 견줘 3조3000억원이 증가했다. 특히 카카오뱅크 출범 뒤 3년 동안 은행권 전체 개인신용대출이 62조원 순증했는데 이 가운데 17조원(28%)이 카카오뱅크 몫이었다.

카카오뱅크의 원화대출금 점유율 추이. 출처=한겨레신문
카카오뱅크의 원화대출금 점유율 추이. 출처=한겨레신문

 

카카오뱅크의 성장세에 놀란 기존 은행들도 ‘쉬운 대출’ 시장에 뛰어들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은 대면 영업 비중이 높았는데 카카오뱅크가 비대면에서 공격적으로 치고 나오니, 각 은행들이 디지털 강화를 화두로 던지고 노력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지난 8월 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가운데 비대면 건수(50.9%)는 절반을 넘었다.

김정훈 한국신용평가 선임애널리스트는 “일반은행도 비대면 대출이 가능했지만 그동안 절차가 복잡해 이탈률이 높았었다. 카카오뱅크는 이를 매우 단순화했다”며 “이를 혁신이라 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카카오뱅크 서비스가 나온 뒤 신용대출이 급증했다”고 말했다. 참여연대도 가계부채 증가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로 인터넷전문은행의 출범을 든다. 금융상품의 접근성을 높인다는 혁신이 가계부채 관리 정책과 충돌하는 셈이다.

 

하나은행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대출상품. 출처=하나은행
하나은행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대출상품. 출처=하나은행

 

더구나 금융당국이 인터넷전문은행 허가를 내준 이유 가운데 하나인 ‘중금리 대출 활성화’는 기대에 못미쳤다는 평가다. 카카오뱅크 신용대출은 은행원·공무원·대기업 직장인 등 고신용자에 집중돼 있고, 중금리 대출은 에스지아이(SGI)서울보증이 손실을 보전하는 정책금융상품인 ‘사잇돌대출’이 대부분이다.

구경회 에스케이(SK)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카카오뱅크의 신용대출 중 6등급 미만에 대한 대출은 없다. 특히 우량등급에 더 집중했다”고 분석했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2분기 출시하겠다던 서민금융상품 ‘햇살론’은 아직 내놓지 않았다.

황은재 카카오뱅크 홍보팀장은 “리스크가 적은 고신용자를 중심으로 해 중신용자로 대출을 늘려가고 있다. 금융이력이 없는 분 등의 데이터가 더 쌓이면 중금리 대출은 점차 늘어날 부분”이라고 했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9월까지 사잇돌대출(9100억원)을 포함해 1조200억원 규모의 중금리 대출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신용대출 증가는 카카오뱅크 때문이 아니라 금융권 전체의 비대면 대출 편의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카카오뱅크는 더이상 신기하지 않다. 고신용 시장에서는 다른 은행들이 가만 보고만 있지는 않을테고 내년에는 (또다른 인터넷은행인) 토스뱅크도 나온다”며 “앞으로 중신용 시장에서 대출해도 돈을 떼일 위험이 적은 사람을 잘 선별하는 능력에 성패가 달릴 것이다. 이제부터가 본게임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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