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암호화폐 파생상품 투자금지'는 실수다
투자자 보호 위해 만들어진 규제, 오히려 더 큰 피해 부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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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elle Acheson
Noelle Acheson 2020년 10월13일 11:20
영국 국기.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영국 국기.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영국 금융 규제기관인 금융감독청(FCA)이 암호화폐 파생상품과 상장지수채권(ETN)을 일반 투자자에게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는 새로운 규정을 발표했다.

원래 영국에서는 암호자산에 대한 일반 투자자의 관심이 크지 않았기 때문에 별다른 시장 반응은 없었다. 그만큼 당장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만한 일은 아니지만, 그 안에 담긴 다소 염려스러운 메시지를 유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결국, 금융감독청이 새로운 규제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는 암호자산이 싫다”는 것이다.

내가 과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금융감독청이 발표한 성명의 앞부분을 살펴보길 바란다.

“암호자산이 소비자와 시장에 피해를 주고 있다는 증거가 늘고 있다.”

(이는 사실이 아니며, 한 국가의 규제기관이 이토록 과감한 주장을 하면서 아무런 증거도 대지 않는 것은 불편한 감이 있다.)

금융감독청의 메시지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 모두가 암호자산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메시지를 보낸 주체가 금융 규제기관이라는 것이 문제다. 금융 규제기관이 하는 일은 투자자를 보호하는 것이지, 새롭게 등장한 자산에 대한 판단을 내리는 것은 아니다. 성명과 함께 공개된 참고 문서들은 일부 고위급 임원들의 개인적인 의견을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그 내용 또한 금융감독청의 임무와 소관을 한참 벗어난다.

이러한 중앙화 방식의 통제 체제를 회피하는 일이 암호화폐의 존재 이유 가운데 하나라는 점은 그래서 아이러니다.

 

이해하기 너무 어려운 상품

금융감독청의 메시지에 불편한 점은 또 있다. 일반 투자자가 시장에 새롭게 등장한 이 자산을 이해할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마치 ‘다 너를 위한 거야’라고 말하는 듯한 투로 포장된 정책 성명을 발표한 금융감독청은 해당 규제로 연간 1900만~1억100만파운드의 투자자 손실을 방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금액을 어떻게 산출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어떤 신뢰도 줄 수 없을 정도로 구간이 너무 크며, 그 자체로 일반 투자자들의 지적 능력을 무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금융감독청의 말대로라면 일반 투자자들이 매년 복권으로 잃는 돈은 얼마쯤 되는지 궁금해진다.

FCA가 새로운 규정을 마련하게 된 다섯 가지 주된 이유를 살펴보자.

첫번째 이유는 “기초자산의 본질적인 특성상 제대로 된 가치 평가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제로 시장에서 제대로 된 가치 평가가 이뤄지는 경우가 있기는 한지 의문이다. 물론 다소 과장된 말일 수 있겠지만, 공정한 가치 평가를 기반으로 시장 가격이 형성된다는 개념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게다가 암호자산은 최근 새롭게 등장한 자산이다. 전통적인 가치 평가 방식을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평가 자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암호자산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이를 넓히기 위한 수많은 노력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두번째 이유는 “유통 시장에서 시장 남용 및 사이버 절도 등 금융범죄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미국 ‘핀센(FinCEN) 파일’ 유출 사건에서 미국 재무부가 영국을 ‘고위험 지역’으로 분류한 사실이 드러났다. 영국에서 금융범죄가 비교적 자주 일어나고 있기 때문인데, 이는 사실 암호화폐 파생상품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일들이었다.

세번째 이유인 “암호자산의 가격 변동성 극심”도 타당성이 없다. 암호자산의 가격변동성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지난 몇 년간 비트코인의 가격변동성은 계속 줄고 있다. 지금은 파생상품의 기초자산으로 삼을 수 있는 일부 주식보다도 가격변동성이 적다. 테슬라가 그중 하나인데, 영국에서 일반 투자자의 테슬라 주식 매입을 금지하는 규제는 찾아볼 수 없다.

30일 연 기준 변동성: 비트코인(BTC), 테슬라(TSLA) 출처=코인메트릭스, 팩트셋
30일 연 기준 변동성: 비트코인(BTC), 테슬라(TSLA) 출처=코인메트릭스, 팩트셋

금융감독청은 규제 보고서 전반에 걸쳐 “암호자산에 대한 일반 소비자의 이해 부족”을 여러 번 언급한다. 이는 일반 투자자를 얕잡아 보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일반 투자자의 이해가 부족하다고 금융감독청이 어떻게 판단하는가? 금융감독청의 주장은 일반 투자자가 스스로 공부해서 상품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전제 위에 서 있다. 단언컨대 암호자산에 대한 이해도가 금융감독청보다 높은 일반 투자자는 수도 없이 많다.

심지어 지난 7월 공개된 금융감독청의 자체 소비자 조사에 “암호자산 보유자의 대부분은 일반적으로 자산에 대해 잘 알고 있고, 규제 보호가 부족하다는 것과 가격변동성에 따른 리스크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암호자산 투자자들이 상품에 대한 공부하고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확인한 적이 있는데도 일반 투자자를 향해 공부가 ‘부족하다’고 평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으며, 특히 그런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대지 않았다는 점이 더욱 문제다.

마지막 이유가 화룡점정이다. “일반 소비자가 해당 상품에 투자해야 할 정당성 부족.” 언제부터 시장에 무엇이 필요한지를 금융감독청이 판단했나? 주식 상장지수펀드(ETF)를 늘릴 필요가 과연 있었나? 수많은 유명 투자자들은 하나같이 신뢰 가능한 과거의 수많은 자료와 기록을 기반으로 암호자산이 인플레이션과 금융 위기에 대비할 수 있는 헤징 기능을 제공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해하기 정말 쉬운 상품

금융감독청의 규제가 공시 의무나 감독 체계 부족에 관한 것이 아니라 암호자산이라는 새로운 자산군에 대한 관심을 묵살하려는 시도라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는 또 있다. 암호화폐 파생상품과 더불어 상장지수채권(ETN) 판매도 금지한 것인데, ETN은 일반 투자자들이 암호자산 시장에 진입할 때 의미 있는 상품이기 때문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TN의 리스크 수준이 파생상품보다 훨씬 낮다는 점에서 당혹스러운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어차피 상품의 리스크 수준은 의미가 없다. 금융감독청은 상장지수채권을 판매하려면 해당 상품에 대한 정보가 꼼꼼히 담긴 투자설명서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어차피 “일반 소비자들이 암호화폐 ETN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할 수 없을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청은 또 ETN이 규제를 받는 거래소를 통해 거래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나 성명에서는 일반 소비자들이 “기초자산인 암호자산 시장의 문제에서 비롯되는 잠재적 가격 영향을 제대로 예상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마치 주식시장에서는 모든 것을 쉽게 예상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결론은 이번에도 같다. 일반 투자자들은 “암호자산이나 암호자산을 기반으로 하는 ETN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할 수 없다”는 것.

아울러 ETN은 차입 상품이 아니다. 그러나 금융감독청이 중시하는 것은 투자자의 가치 평가 능력이기 때문에 이러한 사실마저도 의미가 없다.

출처=게티이미지 플러스
출처=게티이미지 플러스

 

규제기관의 임무

문제가 되는 것이 암호자산이라면, 금융감독청은 왜 암호자산 자체를 규제하지 않고 암호자산을 기반으로 하는 투자 상품을 규제하는 것일까?

앞서 언급한 자체 소비자조사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해당 조사에서는 영국에서 암호화폐를 매입한 사람 중 83%가 영국 밖에 있는 거래소를 통해 암호화폐를 매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따라서 금융감독청은 암호화폐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가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어쩌면 금융감독청에 자금을 대는 영국 금융 회사들이 미래 밥벌이가 될 수도 있는 분야를 살려 두기 위해 압력을 가했을 가능성도 있다.

다만 금융감독청이 파생상품 판매를 금지하는 일은 기관이 맡은 주요 임무 중 하나를 저버리는 행위다. 소규모 투자자들이 포지션을 헤징할 기회를 빼앗는 것으로, 이들을 결국 규제 수준이 낮은 해외 시장으로 내모는 꼴이기 때문에 투자자 보호 의무에 어긋난다. 아울러 암호화폐 관련 상품 중에서도 비교적 리스크 수준이 낮은 상장지수채권마저 판매 금지 대상으로 정했기 때문에 일반 투자자들은 자체적으로 암호화폐를 위탁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며, 이는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

금융감독청 규제는 암호화폐 업계에도 타격을 준다. 파생상품은 효율적인 시장의 필수 요소다. 시장 구성원들이 다양한 의견을 내는 기회를 마련해 주기 때문에 가격예시 기능에 도움이 되고, 가격 하락에 따른 피해를 막아주는 역할을 하므로 유동성을 확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규제가 시행되더라도 아직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기관 투자자들은 암호화폐 파생상품을 판매할 수 있기 때문에 당장의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조치는 금융 시장에서 힘이 있는 자들에게 수익을 창출할 기회를 몰아주는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불평등을 심화시킨다. 시장은 기관만을 위해 존재하는 곳이 아니다.

해당 규제는 자체적인 기준에서 숙련된 투자자와 고액자산가에게도 적용된다. 금융감독청은 이들의 투자 손실이 더욱 클 수 있다는 근거를 댔다. 투자 경험이 많고, 자산이 많은 투자자라도 스스로 감수할 수 있는 리스크를 지고 본인의 돈을 투자할 권리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해야 할 일

엄밀히 말하자면 암호자산의 가치를 평가하는 일은 무척 까다롭다. 가치 평가와 관련해 여러 이론이 있지만, 실제로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없다. 암호자산 시장은 기존 금융 시장과 전혀 다른 기반 요소들로 이뤄진 신생 시장으로, 업계 구성원들이 분석하는 완전히 다른 형태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기술이 그 중심에 있다.

코인데스크가 암호자산의 기초 요소들과 관련해 보고서 발행과 웨비나를 잇달아 추진한 이유 중 하나가 여기에 있다. 우리의 목표는 암호자산의 가치 평가에 대한 논의를 진전시키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우리 업계에서 가장 기대되는 분야이기도 하다. 자산 연구에서 아무도 가보지 못한 영역을 ‘발견’하고, 이후 지속적인 탐구를 위한 기반을 마련하며, 금융 분석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기 때문이다.

앞으로 우리의 지식이 진화하면서 가치 평가 모델이 잇따라 등장할 것이며, 전통적 자산 시장에서는 접할 수 없는 자세한 정보들을 기반으로 시사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언젠가는 암호자산이 주식보다 투명하고 정보가 넘쳐나는 투자 자산으로 여겨지는 날이 올 것이다. 주식을 발행하는 회사가 직접 제공하고 그들과 계약 관계를 맺은 업체가 감사를 실시한 정보를 믿고, 숨어 있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수수료를 부과하는 플랫폼을 통해 주식을 거래하던 지금의 관행에 경악하는 날이 올 것이다. 전혀 다른 형태의 데이터세트를 기반으로 하는 암호자산의 등장은 그레이엄과 도드가 증권 분석의 기틀을 마련한 1934년 이후 투자자산 가치 평가 부문에서 가장 큰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들이 암호자산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앞을 제대로 내다보지 못하는 금융감독청의 좁은 시야일 수도 있다.

·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 Translated by NewsPepperm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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