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과 부동산의 로맨스(feat. 추미애)
[편집장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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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외현
김외현 2020년 10월19일 06:00

국내 최대 부동산 자산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이지스)은 결국 서울 강남 아파트 ‘삼성월드타워’를 포기했다. 한동짜리 이 아파트의 전체 46가구 가운데 임대차 계약이 만료된 28가구부터 지난주 추첨제 입찰에 부쳐졌고, 몇억원대 차익을 기대한 4천여명이 지원하면서 경쟁률 146 대 1을 기록해 화제가 됐다.

 1997년 준공돼 20년이 넘은 이 아파트는 원래 개인이 전체를 보유했는데, 이지스가 운용하는 사모펀드가 지난 6월 410억원에 통째로 사들였다. 이지스는 애초 리모델링해서 재분양할 계획이었다. 그 과정에서 생기는 아파트의 가치 상승분이 펀드의 예상 수익이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출처=김봉규/한겨레
추미애 법무부 장관. 출처=김봉규/한겨레

 이지스의 청사진에 찬물을 끼얹은 것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었다. 건물 매입이 화제가 되고 얼마 뒤 추 장관은 “강남 한복판에서 금융과 부동산의 로맨스가 일어났다”며, 금융 자본은 부동산에서 분리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뒤이어 이지스가 매입자금 대출 과정에서 주택담보비율을 위반했다는 문제가 제기됐고, 이에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관계기관의 철저한 점검”을 주문하고 나섰다. 이지스는 결국 두 손 들고 건물을 매입가격에 그대로 내놨다.

 주거의 대상이어야 할 집이 투기 대상이 돼선 안 된다는 추 장관의 철학을 반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주거용 부동산을 투자 상품화하는 것이 반드시 나쁜 일인지도 되묻게 된다.

 추 장관의 비판에서 초점은, ‘큰손’으로 추정되는 미지의 사모펀드 투자자들이 다주택자 증세 강화 분위기를 피해 암암리에 투기에 나섰다는 부분이었다. 그럼 이를 공개하면 되지 않을까?

 가령 아파트 소유권을 근거로 증권을 발행하고, 그 증권을 주식시장처럼 공인된 시장에 상장해 거래되도록 하면 어떨까. 적은 돈으로도 투자할 수 있으니 소유자 수는 늘어날 것이고, 소유자와 주거자가 완전히 일치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소유와 주거의 분리는 부동산·주거 정책의 근원적인 발상 전환을 요구할 것이다.

 여러 환경 변화를 고려한 투자자들의 매매는 적정 가격을 형성할 것이고, 조세당국은 주주와 거래자들에게 과세하면 된다. 세금을 반길 사람은 없다지만 저항은 덜할 수 있다. 한 채의 집을 보유한 사람과 주식 투자자가 세금에 보이는 반발감의 차이를 보면 된다. 전세든 월세든 주거인이 내는 임대수익은 주주들에게 배당하면 된다. 예비 입주자들로부터 건설자금을 조달하는 현행 선분양제 외에 후분양제 등 다양한 방식을 동원할 수도 있다.

 상당 부분은 이미 실현된 일이다. 시중에 나와 있는 리츠(REITs)를 통하면 소액의 자본으로 부동산 투자사의 지분을 구입해 간접투자할 수 있다. 리츠는 부동산투자회사법에 따라 이익 90% 이상을 의무적으로 주주들에게 배당한다. 증시에 상장된 리츠도 있으니 사고파는 것도 자유롭다. 아직 초보 단계인 국내 리츠는 대개 주거용 부동산을 다루지 않지만, 리츠가 발달한 국외에서는 주택 임대사업을 운영하기도 한다.

 이러한 ‘집합투자’는 블록체인 기술과 결합해 부동산 디지털화 사업으로도 이어진다. 카사코리아는 신탁사와 컨소시엄을 꾸려 거래 플랫폼을 만들었고, 조만간 서울 강남의 한 건물을 근거로 첫 디지털증권을 내놓는다. 세종텔레콤은 자산운용사와 컨소시엄을 만들어 부산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에서 부동산 토큰화를 시도한다.

 당장은 두 컨소시엄 모두 상업용 부동산만 다룬다는 입장이다. 앞서 삼성월드타워 같은 투기 조장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하지만 언젠가 이들의 도전이 성공하고 주거용 부동산까지 영역을 확장할 수도 있다. 그날이 오면, 추 장관이 말한 ‘금융과 부동산의 로맨스’는 그 의미가 바뀌어 찬사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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